미국불교 50년의 발자취와 나아갈 길(2)
글/김형근
열반한 스님들
고국을 떠나 이역만리 머나먼 미국 땅에서 전법활동을 하다 이 세상과 인연을 다하고 승복을 입고 입적한 스님들은 20여명에 이른다. 첫 번째 입적은 1990년 11월 3일 지금은 없어진 L.A. 수도사 주지 한계정스님이었다. 1973년 L.A. 달마사 초대 주지였던 계정스님은 이후 1976년 수도사를 창건하였고 입적 당시 수도사 주지였다. 두 번째 입적은 비구니 도명스님이다. 1985년 9월 뉴욕 조계사 주지로 취임한 도명스님은 보문종 스님으로 잦은 주지스님 교체로 흔들리던 조계사 주지로 취임하여 기도를 열심히 하고 절 살림을 규모있게 하여 많은 신도들이 따랐다. 그러나 도명스님은 암으로 고생하다 1995년 6월 서울로 가 치료를 받다가 8월에 입적하였다. 1979년 미국에 입국하여 1989년 6월에 L.A.에서 원명사를 개원한 비구니 원명스님은 1996년 음력 6월 13일에 입적하였다. 이어 1996년 5월 15일 뉴욕 원각사 주지 혜관스님이 입적하였다. 혜관스님은 사형인 법안스님을 도우러 1979년에 미국에 입국하였다. 이어 뉴욕 전등사 혜등스님이 1997년 4월 10일 충주 용화사에서, 뉴욕 연국사 혜영스님이 1998년 5월 27일 연국사에서 입적하였다. 3년에 걸쳐 뉴욕에서 매년 스님이 입적한 것이다. 이 세 스님은 1980년 초부터 약 각각 약 15-16년에 걸쳐 뉴욕불교에서 활동하면서 뉴욕불교 기초를 닦은 스님들이다.
2002년 5월 10일에는 평화사 주지로 있던 정산스님이 심장마비로 입적하였고 하와이 대원사(현 무랑사)에서 대원스님을 도와 대원사 불사를 하다가 관음사를 개원한 비구니 지법스님이 2003년 2월에 하와이 땅에서 입적하였다. 2002년에는 일승종 비구니 정우스님이 킬린 삼봉사에서 입적하였다. 2004년 숭산스님이 한국에서 입적하였고 2006년 8월에는 도안스님이 LA에서 입적하였다. 그리고 법안스님은 2007년 3월에 입적하였다. 미주한국불교 1세대 중요한 스님들인 숭산,도안, 법안스님이 잇달아 입적한 것이다. 2010년 2월 시카고 봉불사 비구니 영주 스님, 2011년 11월 뉴욕 조계사 비구니 묘지스님이 입적하였다. 2014년 1월에 북가주 대승사 정윤스님, 5월에 버지니아 보림사 경암스님 그리고 뉴욕에서 한의원을 하다가 늦깍기로 청화스님에게 출가한 선정스님은 2014년 9월에 입적하였다. 여기에 기록되지 않은 L.A. 관음사 문수 스님 등 몇 분이 있다.

법안스님 장례식

조계사에서 설법하는 도명스님
이외에 영주권이나 시민권자는 아니지만 미국과 관계있는 두 스님의 열반이 있다. 평소 "다음 생에는 미국 땅에서 태어나 출가를 하여 미국인 포교를 하고 싶다"고 말하던 일타 큰스님이 1999년 11월 29일 하와이 와불산 금강굴에서 입적하였다. 하와이 대원사 대원스님의 불사를 많이 후원하였던 전 조계종 종정 윤고암큰스님은 1988년 3월 26일 손 상좌 김홍선 스님이 북가주 산호세 정원사 개원식에 설법하러 공항에서 정원사로 오던 중 큰 교통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크게 다친 고암큰스님은 급히 한국으로 갔지만 10월에 입적하고 말았다.
스님은 아니지만 삼보사를 창건하여 미국한국불교계에 큰 족적을 남긴 이 한상 거사는 1984년 8월 이 세상을 별세하였다. 이 후 삼보사는 운영상의 큰 어려움을 겪었다.
미주의 각 지역 대표사찰들
미국과 카나다에는 약 110개 정도의 한국 사찰이 있다. 하지만 정기법회에 참가 숫자가 15명 미만이 사찰도 많다. 영세한 규모인 것이다. 미주 전 지역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사찰들이 있지만 켈리포니아 로스 엔젤레스 지역과 뉴욕. 뉴져지 지역에 각각 15 개 정도의 사찰이 집중되어 있다. 도안스님 생전에는 관음사가 LA를 대표하는 사찰이었으나 2006년 입적 후에는 신도가 많이 줄었고 60대 이후 신도들이 많다. 지금은 정혜사, 법왕사, 고려사, 달마사가 이 지역을 대표하는 사찰이라고 볼 수 있다.
뉴욕은 휘광스님이 주지로 있는 불광선원이 상주하는 대중스님도 많고 프로그램도 많다. 불광선원은 전미주 한국사찰중에서 정기법회에 출석하는 신도가 가장 많다. 일반신도와 학생들 모두 합해서 평균 150여명 정도가 된다. 뉴욕 원각사는 뉴욕 지역의 가장 오랜 된 사찰로 현재 나무로 한국전통 사찰을 짓고 있다. 대웅전, 선방, 요사채, 그리고 납골당을 지어서 면목을 일신할 예정이다. 정우스님이 이사장, 지광스님이 주지로 있다. 뉴욕 한마음선원은 10여년을 공사를 하여 문화재 급 108평 대웅전 공사를 2015년에 마무리 하였다. 정기법회에 나오는 신도들은 100명이 넘고 4-5명의 스님들이 함께 대중생활을 하고 있다. 이외에 백림사, 맨하탄 조계사, 청아사, 뉴져지 원적사, 대관음사가 일요법회에 30여명의 신도들이 참석하고 있다.
뉴욕 한마음선원

LA 고려사
뉴욕 불광선원

시카고 불타사 법당
학생들이 많은 보스톤 지역에는 1992년 2월에 도범스님에 의해 개원한 문수사가 이 지역의 거점 사찰역할을 하고 있다. 커네티컷주 대연불보정사는 미주한국사찰로는 미국인 신도가 가장 많은 한국사찰이다. 한국인과 미국인들이 함께 신앙생활을 하고 또 미국인 출가자를 매년 배출하고 있는 대연불보정사가 미주한국사찰의 가장 모범적인 모습일지도 모른다.
필라델피아는 원각사, 화엄사, 관음사가 법회에 20여명 정도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 DC 지역은 정우 스님의 제자 성원스님에 의해 4월에 개원하는 연화정사가 이 지역 불교를 선도하는 사찰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조오지아에는 가장 오래된 전등사와 최근 개원한 불국사, 시카고는 불타사가 중부 지역 한국불교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텍사스는 휴스톤 남선사, 달라스 보현사가 그 지역 불교인들의 중심 신앙처이다. 북가주는 미주 최초의 한국사찰 삼보사가 이 지역 중심 사찰이었으나 최근에는 잡음이 들리고 있다. 실리콘 벨리 지역에 있는 대승사가 창건주 정윤스님의 입적 후 2014년 대흥사 말사로 된 후 주목을 받고 있다. 대흥사 회주 보선스님이 원력을 가지고 이 대승사를 모범적인 사찰로 만들려고 하는데 신도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받고 있다. 하와이 무량사는 한국전통식 대웅전과 넓은 문화원 공간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대웅전으로 이름이 나 있는 카나다 벤쿠우버 서광사는 카나다 한국불교를 대표한다.
요약하면 미주에 있는 100여개의 사찰 중 위에 언급한 30개 정도의 사찰이 한국불교 대표사찰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인 이민자가 줄기 때문에 앞으로 미주한국불교계 사찰은 10년 안에 서서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객관적인 입지 조건이 좋은 지역은 한인들이 많이 사는 로스 엔젤레스 지역과 북가주 실리콘 벨리, 뉴욕 맨하탄, 워싱턴 DC와 가까운 버지니아 지역이다. 로스 엔젤레스 지역은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에 이곳에 한국사찰 몇 개는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가주 실리콘 벨리와 뉴욕의 맨하탄 지역은 젊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많아 한인 2세들이 많이 거주할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도 일자리가 많고 사업하는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에 한인 2세들과 그 가족들이 많이 거주한다. 이 지역에서 연화정사를 이끌 성원스님은 영어를 잘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인 정치인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미주한국불교 대표 스님들
미주한국불교가 시작된 이래 미국의 한국불교 하면 ‘서경보스님, 숭산스님’혹은‘숭산스님, 법안스님, 도안스님, 대원스님’이 떠올랐다. 이 스님들이 미주한국불교의 대표주자였던 것이다. 지금은 대부분 입적하고 이제는 하와이 정법사 대원스님만이 생존해 있다. 하지만 대원스님은 이제 활동이 별로 없다. 다음 세대들이 이 스님들을 대체하면서 이름을 알려야 하는데 아직은 이 스님들처럼 미주한국불교의 전체 얼굴로 거론되는 스님이 없는 실정이다. 지역별로 미주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스님들을 소개해본다.
미국에는 스님들이 130명 정도 활동하고 있다. 대부분 한 명의 스님이 혼자서 기도와 법회, 그리고 신도들의 애경사 참석을 하고 신도들의 신앙을 지도한다. 그러나 뉴욕의 한마음선원, 불광선원 등은 대중스님이 4-5명 된다. 메릴랜드 한국사 고성스님과 하와이 대원스님은 1970년대에 도미한 스님들로 1세대 스님이라고 볼 수 있다. 고성스님이 개원한 한국사는 2016년 6월 문을 닫았고 대원스님은 최근에는 별다른 활동이 없다.
타코마 서미사 일면스님, 디트로이트 무문사 도만스님 등도 미국에 일찍 온 스님들이다. 나이 탓인지 대외적인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뉴욕에는‘조계종 미동부해외특별교구’교구장 휘광스님과 부 교구장인 원각사 주지 지광스님이 뉴욕한국불교의 얼굴이라고 볼 수 있다. 백림사 혜성스님은 뉴욕보다는 주로 부산에 있고 일년에 3-4 차례 방문하여 개산대재 등 백림사 큰 행사를 집전한다. 한마음 선원의 원공스님과 혜봉스님은 주로 경내활동 위주로 활동을 하며 조계사 도암스님은 수행에 집중하면서 목사,신부들과 함께 원불교 다르마센터에서 종교간의 대화 차원에서 함께 수행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원적사 성향스님은 원적사를 시작으로 포틀랜드 보광사, 시카고 불타사에서 포교활동을 수 년간 하다가 다시 2016년부터 원적사에 주지로 왔다. 보스톤의 도범스님은 미동부 스님들이 어른 스님으로 예우를 하고 있다. 필라델피아는 법장스님이 이 지역에서 한국불교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신문에 컬럼도 꾸준히 쓰고 절과 절 밖에서 서예 지도를 한다.

디트로이트 도만스님
로스 엔젤레스는 현일 스님과 현철스님이 미주한국불교의 중심 축이다. 부처님 오신 날 합종행사를 비롯하여 불교계 행사에 나가서 축사도 하고 설법도 한다. 남가주사원연합회 회장으로 있는 고려사 주지 묘경스님은 현철스님과 함께 원불교, 카톡릭 등 타종교인들과 함께 종교간의 대화 모임을 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그 외에도 종매스님, 한마음선원 혜중스님, 보문사 인권스님이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다. 석타스님은 정혜사를 맡아 큰 규모의 도량으로 이전시키고 청소년 포교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시카고는 불타사 현성스님이 중심역할을 하고 있고 한마음선원의 혜지스님은 오랜 동안 이 지역에서 포교활동을 하고 있다. 산호세와 샌프란시스코는 여래사 설조스님이 중심역할을 하였지만 최근에는 한국에 많이 가 있다. 지금은 태고사 주지로 있는 형전스님은 이 지역 보리사 주지로 있을 때 청소년 불교에 많은 노력을 하였다. 북가주 청년들의 모임인‘타라’는 형전스님의 공이 크다. 현재 하와이는 3개의 한국 사찰이 있는데 대원스님과 도현스님이 이 지역 중심 스님이다.

뉴욕 불광선원 휘광스님

뉴욕 원각사 지광스님

군종특별 교구장 정우스님

LA 현철, 현우스님 (좌측부터)
정우스님은 통도사 주지를 역임하였고 2016년 3월 현재 조계종 군종특별 교구장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스님은 아니지만 법안스님이 기반을 다진 뉴욕 원각사에 2004년 11월 주지 취임을 하면서 공식적으로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많은 돈을 가져다 원각사 도량을 정비하고 2016년 3월 현재 원각사에 목조로 한국전통식 대웅전, 선방, 요사채 등을 짓는 대작불사를 하고 있다. 현재 뉴욕 원각사, 아리조나 , 포틀랜드 보광사, 카나다 토론토 대각사 이사장으로 있다.
기울어져 가는 미주한국불교계를 회생시킬 책임은 스님들에게 일차적으로 있다. 어느 스님이 갑자기 한국에서 미국으로 와 하루 아침에 미주한국불교를 부흥시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스님들 중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최소 10년 이상 거주하면서 주지 경험이 있어야 하고, 미국사회와 미국의 한국신도들을 알아야 하며, 영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된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미주한국불교 발전을 위한 원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계행에 흠결이 없어야 하고 설법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 범위에 드는 스님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구비하지 않더라도 이런 조건들을 대체적으로 갖춘 스님이 현재는 3-4명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사찰에서 활동하는 스님 외에 하버드 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뉴욕 정명사 주지였던 도신스님이 이미 재학 중이고 2016년 3월에 원적사에서 포교활동을 했던 새등스님이 하바드 신학대학원에 합격이 되었다는 소식이 있다.
전문 포교 인력이 부족한 미주한국불교계에 동국대학교에서 은퇴한 진월스님이 북가주에 고성선원이라는 간판을 걸고 지난 4월부터 미국에 자리를 잡았다. 진월스님은 버클리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80년대 말부터 수 년 동안 하와이 대원사에서 포교활동을 한 적이 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