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동소학교에서 알게된 친구가 있었다. 죽을 때까지 70여 년 동안 우정을 나눈 우경(友鏡) 이윤영(李潤榮)이다. "그를 길에서라도 만나면, 아무리 바빠도 인사만 하고 그냥 지나갈 수 없었죠. 서로가 약속한 것은 일생 동안 한 번도 어긴 일이 없었습니다." 나이가 동갑인데다 학교 성적도 비슷하여 수석(首席)을 주거니받거니 했던 사이이기도 하다. 류영모는 소학교를 2년 다닌 뒤, 다시 서당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이윤영과 함께 공부했던 기간은 2년 뿐이었지만 그 뒤에도 두 사람은 서로의 집을 오가면서 우정을 나눴다.
15살 때 류영모는 기독교에 입문을 한다. 그 무렵 그는 이윤영에게 신약성경을 선물한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이윤영도 기독교 신자가 되었다. 그는 집에서 가까웠던 궁정동교회에 다녔다. 그는 소학교 3년을 졸업한 뒤 중학교에 갔고 다시 3학년을 마치고 졸업을 했다. 당시로선 '최고 학부'를 졸업한 이윤영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맹아학교 교사를 지원한다. 이후 구기동에 청운양로원을 세워 외로운 노인들을 보살폈다. 양로원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그는 평생 이웃을 위한 봉사로 살았다. 이윤영은 1974년 84세로 류영모보다 7년 앞서 세상을 떠난다. 그를 잃었을 때 류영모는 이런 말을 했다. "그이는 나와 동갑이고 내가 일주일 빨리 태어났죠. 얼마전 생일을 한다기에 다녀왔는데, 사흘 뒤에 부고를 받았습니다. 평생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살았던 이를 그렇게 보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