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성 바실리우스 설교집(11)

[마음지기]

청년들에게

바실리우스

인생은 바다를 항해하는 배와 같다. 너희가 너희 마음의 모든 방향타를 책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단번에 넘겨주고서 그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들한테서 유익한 것만을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무시해야 한다. [1]

☕ 모든 것을 다 취할 필요는 없다. 매사에 있어 취사선택이 중요하다.

㈜ : *플라톤 『클리토폰』 408b2 참조

우리는 인간의 삶이 모든 면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유익만을 위한 삶은 좋은 것이 아니다. [2]

☕ 자신의 유익을 넘어 다른 이의 유익을 생각하는 삶을 살 때 가치있는 삶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희망은 우리를 더 먼 시간으로 인도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그 다른 삶’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2]

☕ 우리는 죽음 후를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 : *폴라톤 『국가』 6,491참조.

이 세상의 재화는 하나의 그림자와 같다. 그림자와 꿈은 현실을 따라잡을 수 없다. 아니, 더 적절한 비유를 들자면, 영혼이 모든 면에서 육체보다 소중한 것처럼, 이 세상의 삶과 ‘그 다른 삶’의 차이는 그만큼 더 크다.* 성경은 신비를 통해서 ‘그 다른 삶’으로 가는 길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면서 우리를 인도해 준다. [2]

☕ 영원한 삶에 비하면 이 세상은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 : *플라톤 『국가』 10,614 참조

영혼에 가장 어울리는 덕목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진리다. 영혼의 열매, 곧 진리는 일차적으로 영혼의 열매다. 이제 모든 인류 가운데 지혜의 이름이 가장 크고 위대한 모세(사도 7,22 참조) 조차도 처음에는 이집트인의 학문으로 마음을 훈련한 다음 하느님(탈출 3,14 참조)에 대해 묵상을 했다.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후대에 이르러서는 바빌론으로 유배당한 지혜로운 다니 엘(다니 1,4 참조)이 칼데아인들의 지혜를 먼저 배우고 나서 하느님의 가르침을 배웠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3]

☕ 하느님만이 참 진리이시다.

만일 우리 자신이 현명하다면, 우리는 이교인의 작품에서 우리에게 적합하고 진리와 유사한 것을 취하고 나머지는 그냥 지나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장미꽃밭에서 장미꽃을 꺾을 때 가시를 조심하는 것처럼, 이교인의 작품에서 유익한 것을 얻을 때도 해로운 것을 조심해야 한다.* [4]

☕ 책 속에는 취할 것이 있고 ,버릴 것이 있다. 책에 있다고 모든 것이 다 옳은 것은 아니다.

㈜ : *참조: 플라톤 『법률』 2,3,7；『국가』 3.

헤시오도스는 이렇게 노래했다. “처음에는 여행하기 험난하고 힘들며, 많은 땀과 노력이 가득 차있는 길이 덕으로 가는 가파른 길이다.”* [5]

☕ 생명으로 가는 길은 좁고도 험하다.

㈜ : *헤시오도스 『일과 날』 287-92. “나쁜 것은 쉽게 얻을 수 있고 떼를 지어 올 수 있다, 그리로 가는 길은 평탄하고 그것은 우리 가까이에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와 선 사이에 신들이 우리 이마의 땀을 뿌려 놓았다. 선에 이르는 길은 길고 가파르고 처음에는 험난하다. 그러나 사람이 정상에 도달하면, 그때는 정말로 선을 얻기 쉽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도달하기 어렵다.” 참조: 플라톤 『국가』 2,364d; 마태 7,13-14.

그러므로 이 길은 너무나 가팔라서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오르려고 애를 써도 쉽게 정상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 아니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바로 이 시인이 말한 것처럼, 이 길이 악으로 이어지는 다른 길보다도 얼마나 매끄럽고 아름다운 길인지, 얼마나 쉽고 즐거운 길인지, 그리고 더 유쾌한 길인지 알수 있다. 내가 보기에, 헤시오도스는 우리에게 덕을 추구하라고 촉구하고 모든 사람에게 선하게 살라고 권고하며,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수고와 좌절 앞에서 우리가 약해지고 비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것들을 이야기한 것 같다. [5]

사실, 다른 소유물들은 주사위 게임에서처럼 이랬다 저랬다 바뀌는 것이어서 지금 그것을 가진 사람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사람이 소유한 덕은 빼앗길 수 없으며, 사람이 살아 있든지 죽었든지 그 덕은 남아 있다. [5]

☕ 그 사람이 지닌 외적인 재산은 뺏을 수 있어도 정신은 뺏을 수 없다.

㈜ : *플라톤 『국가』 10,604c 참조.

공적인 자리에서는 훌륭하게 덕을 찬양하고 덕에 대해 장황하게 연설하면서도, 사적인 자리에서는 절제보다 쾌락을, 정의보다 사리사욕을 우선시하는 사람은 실제로 왕이나 권력자가 아닌데도, 연극 무대에서 종종 왕이나 권력자로 등장 하는 배우들과 같다고 나는 말하겠다. 다시 말하지만, 음악가는 자신의 수금이 음정이 맞지 않아야 한다는 말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합창단의 지도자도 자신의 합창이 가능한 가장 엄격한 화음으로 노래해서는 안 된다는 말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우리는 자신의 삶이 자신과 모순되고, 자신의 말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 삶을 살아도 된다는 말인가? [6]

☕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은 위선자다. 양을 탈을 쓴 이리와도 같다.

우리는 모든 것을 예외 없이 받아들여서는 안 되고, 유용한 것만을 받아들여야 한다. 몸에 해로운 음식은 거부하면서도, 영혼의 양식이 되는 가르침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고 마치 산골짜기 계곡의 급류처럼 닥치는 대로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가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8]

☕ 지식도 식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영혼을 해치는 지식도 많다.

어떻게 인생의 목표가 없이 무슨 행동이나 말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만일 우리가 지성이 없이 영혼의 조정석에 앉아, 평생 목적 없이 위아래로 뒤척인다면, 참으로 우리는 배의 균형을 잡아 주는 바닥짐이 없는 배와 같을 것이다.* [8]

☕ 목적이 없이 아무렇게나 산다면 짐승의 삶과 무엇이 다른가?

㈜ : *플라톤 『테아이테토스』 144b 참조.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책망과 응징을 당하지 않는다. 내가 여기에서 말하는 것은 사람들 사이에 가해지는 처벌이 아니다. 물론 사람들 사이에 가해지는 처벌이 분별력있는 사람에게는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내가 말하는 그 처벌은, 땅 아래인지 우주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처벌을 받는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고의가 아닌 실수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하느님의 용서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인생에서 더 나쁜 길을 선택한 사람의 경우에는 반드시 몇 곱의 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8]

☕ 삶을 허비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값비싼 옷을 입든지 값싼 노동자의 외투를 입든지 그것이 겨울의 추위와 여름의 더위를 충분히 막아 줄 수만 있다면,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 그리고 다른 모든 문제도 마찬가지로, 필요 이상으로 공들여서는 안 되며, 영혼의 유익을 위해 신경을 쓰는 것보다 몸에 더 신경을 써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진정으로 칭송받을 만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이가 멋쟁이가 되려고 하고 몸

을 애지중지하는 것은 그 어떤 악에 못지않게 비난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9]

☕ 옷은 기본적으로 추위만 막아 주면 되지 않은가? 지나치게 화려한 옷은 영혼의 빈약함만 드러낼 뿐이다.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정화하지 않는다면, 지혜를 갖는다는 것은 눈먼 사람이 태양을 보는 것보다 더 불가능한 일이다. [9]

플라톤도, 우리가 들은 바와 같이, 육체의 해로운 영향을 차단하려고 일부러 전염병이 창궐한 아티카 지역에 아카데메이아를 설립했다. 사람이 과도하게 성장한 포도나무 가지를 잘라 버리는 것처럼, 플라톤은 몸의 건강을 지나치게 염려하는 경향을 잘라 버리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나도, 지나치게 건강이 좋으면 오히려 건강에 위험하다는 의사들의 격언을 들은 바 있다. 이처럼 몸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몸 자체에 무익할 뿐만 아니라 영혼에도 방해가 된다. [9]

☕ 자신의 건강에 무심한 것도 문제지만 지나친 관심도 문제가 있다. 어쩌면 조그만 병 정도는 영혼에 유익할지도 모르겠다.

재물에서 자유롭도록 훈련받은 사람은 말이나 행동에서 천박하고 수치스러운 것을 선택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9]

☕ 돈에서 자유로운 사람이야말로 진정 자유로운 사람이다.

재물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재물에 대한 필요’를 쾌락의 관점이 아니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요구 조건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다. 최소한의 필요성이라는 한계를 넘어서는 사람은, 어떤 확고한 목표도 없이 그냥 비탈길을 곤두박질치는 사람들과 같다. [9]

솔론에 따르면, 재물을 모으면 모을수록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그만큼 더 많이, 아니 더 많은 양의 재물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솔론은 “인간에게 부(富)란 한계가 없다”라고 했다. [9]

가벼운 병을 앓는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의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더 심각한 병을 앓는 사람들은 의사를 집으로 부른다. 하지만 완전히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은 의사가 찾아와도 들어오지도 못하게 한다. [10]

[예지어린이집]

생명으로 가는 길은 좁고도 험하다.

[명금당]

"재물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재물에 대한 필요’를 쾌락의 관점이 아니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요구 조건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다."
잘 읽었습니다.

[쉬어감님]

우리는 죽음 후를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돈에서 자유로운 사람이야말로 진정 자유로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