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받으소서]
74. 바빌론 유배의 경험은 영적 위기를 가져왔으나, 이 위기가 하느님에 대한 더욱 깊은 믿음을 이끌어 냈습니다. 그 경험은 하느님의 창조적 전능을 드러내어 불행한 상황 가운데에서도 희망을 되찾으라고 사람들에게 촉구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수 세기가 지난 다음, 로마 제국이 절대 지배를 행사하려는 가운데 찾아온 또 다른 시련과 박해의 시기에, 믿는 이들은 전능하신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다시 굳세게 하여 위로와 희망을 찾으며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습니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 주님께서 하신 일은 크고도 놀랍습니다. …… 주님의 길은 의롭고 참되십니다”(묵시 15,3). 무에서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에 관여하시고 온갖 악을 물리치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불의가 무적은 아닌 것입니다.
설명 : 하느님의 구원 역사는 주님 친히 선택한 민족인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 안에 잘 녹아있습니다. 그리고 구약 성경은 이를 아주 생생하게 우리에게 전합니다. 이스라엘의 역사는 하느님 사랑 안에 머물던 이들이 편안함에 안주하다가, 하느님께 등을 돌리면서 죄를 범하고, 시련과 고통을 겪으면서 다시 뉘우치고 나서, 하느님께 돌아오면 받아주는 과정의 반복일지도 모릅니다.
바빌론 유배와 로마 제국의 식민 지배를 받으면서 하느님 백성은 간절히 메시아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통해 참된 메시아의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십자가를 통한 구원”이야말로 하느님이 이 세상에 관여하고 온갖 악을 물리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러니 불의가 무적이 아님을 이제 우리가 증명해야 합니다.
(김대건 베드로 신부/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 대전가톨릭대학교 사무처장)
http://www.bulhuisun.com/7-7.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