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서비스’ 잠자고 있다
임성택 변호사, “신청권 제대로 행사 못하고 규정도 미비”
사회복지사업법 가운데 ‘사회복지서비스의 실시’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임성택 변호사(법무법인 지평지성)는 11월 28일 열린 한국사회복지법제학 학술발표대회에서 ‘사회복지서비스의 실시’와 관련,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서비스 신청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등 법전 속에서 잠자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복지서비스의 실시’ 조항은 지난 2003년 7월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된 조문. 임 변호사는 “지난 6년 동안 이 조문은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는 등 사회복지는 권리의 영역이 아닌 국가의 조치 영역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 한국사회복지법제학회는 하반기 학술대회를 열어 사회복지에서 권리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자신의 경험도 곁들였다. 지난 정기국회 때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보건복지가족부에 질의 한 결과 “사회복지서비스 실시는 기초단체가 담당하고 있어 구체적인 통계와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답변만을 들었다”는 것.
임 변호사는 “사회복지서비스가 권리로서 인정되고 권리의 영역에서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사업법이 마련한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이 활발하게 작동해야 하고, 사회복지서비스 실시절차가 실질적으로 구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약제도-권리옹호 시스템 도입” 제시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업법 규정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전제한 임 변호사는 “2003년 개정된 사회복지법은 지역사회복지의 관점 제시와 재가복지를 강조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사회복지사업법은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을 권리로 인정하고, 신청이후의 절차를 자세히 규정했다”고 밝히고 신청-복지요구의 조사-보호결정-보호계획 수립-보호 실시 등에 따르는 규정의 미비성을 지적했다.
우선 신청권자를 친족, 관계인 등 너무 광범위하게 인정했다는 것. 임 변호사는 당사자의 반대에도 사회복지서비스를 신청했을 때 관할 기관이 보호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그는 “당사자의 자유권을 제한할 수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친족 기타 관계인의 신청에 따라 보호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청의 상대방이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있는 것도 꼬집었다. 기초자치단체장을 관할기관으로 할 경우 해당 기초자치단체에서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를 당사자가 신청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임 변호사는 “관할 기초자치단체장은 필요한 경우 광역자치단체 또는 보건복지가족부와 협의, 자신의 관할 구역 뿐만 아니라 다른 관할 구역에서 제공되는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해당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연계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또 “사회복지서비스 실시절차가 실질적으로 구현되어야 한다”며 “당사자의 욕구를 자세히 조사하고 의견을 청취, 필요한 서비스의 내용과 유형을 정해 개별적인 상황과 욕구에 맞는 개별화된 계획을 세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당사자의 선택권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당사자가 이용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에 대한 정보제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그에 관한 설명과 홍보, 안내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의 일방적 조치로 서비스 제공을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당사자의 선택에 따라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는 방식이 적극 도입돼야 한다”며 한 예로 서비스 계약제도를 들었다. 일본의 경우 조치제도를 완전히 폐지하고 복지서비스 이용계약 제도를 도입했다는 것.
임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효율적인 권리보호 및 옹호시스템 마련의 필요성을 들었다. 이를 위해 미국 등 선진국이 가지고 있는 권리옹호(Protect & Advocacy)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노인보호전문기관과 아동보호전문기관 같이 사회복지사업법에 군리옹호기관을 두어 긴급조치권을 인정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단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상담, 교육, 정보제공 등의 서비스를 제공야야 한다는 것이 임 변호사의 생각이다.
입법 취지는 공감… 후속조치는 소홀
류만희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대체적으로 임 변호사의 의견에 동의를 표시했다. 류 교수는 “사회복지서비스가 수급권의 권리행사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해왔다”며 “법 개정 당시 정부가 입법 취지에는 공감했는지 몰라도 법 규정이 구속력 있게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후속조치를 준비하는데 소홀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서비스 신청→조사→보호결정→보호계획 수립→보호실시 라는 절차규정이 적절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전달체계가 합리적으로 구축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효과적인 전달체계 구축을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은 전문성을 가진 복지인력의 확보가 필수불가결하다”며 “적절한 인력확보가 전제되지 않은 통합과 협력체계의 구축 결과가 사회복지서비스 수급권 신장에 걸림돌이 되어왔다”고 밝혔다.
공상길 신길종합사회복지관장은 “복지서비스가 국민의 욕구에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은 인프라 미비와 전달체계 부족에 기인한다”며 “범국가적인 사회복지 통합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구축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 관장은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자의 권리보장을 위해 ▲서비스 실천과정에서 이용자의 참여와 선택이 존중되도록 절차화하여 이의제기 발생과 권리침해 예방에 중점을 둘 것 ▲이용자의 실질적인 권리보장을 위한 기제들을 법에 명시하여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권리로서 요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절차화할 것 ▲사회복지서비스관련 분쟁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권리구제 절차가 마련될 것 ▲후견제도 및 권리옹호기구에 대한 지원체계를 통해 보완적인 권리옹호 방안 마련 할 것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공 관장은 서회복지서비스를 제도적 또는 법적으로 확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현장 종사자의 깊은 고민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 출처 - 복지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