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간 카페에 글을 못썼는데, 올해 마지막으로 주절거리다 보니 장문이군요. 죄송합니다. 눈도 피곤하고 장문 싫으시면 스킵하시거나 하단의 결론 5줄만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제가 스케치업을 접한 지는 대략 15년 전이지만, 스케치업을 다시 시작하면서 한옥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올해 2024년 6월에 이 카페에 가입하면서부터입니다. 서너 달을 코피 터지게 공부를 했는데, 사정이 되니까 가능했습니다. 겨우 서너 달 공부하고 당신이 무슨 한옥을 아느냐는 그 말씀에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4년 학사과정을 압축시킨 만큼의 시간과 열정으로 얻은 지식도 많습니다.
자화자찬, 커리큘럼상 전공자 수준의 노력은 했던 것 같습니다. 단순한 이론적 정보습득에 불과하다는 보수적 사고의 전환과 지식기반사회의 특성이 실제 현장실습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경험까지도 상당 부분 충족시킨다는 생각에서 '인터넷 강의', '사이버 대학'이 연상됩니다. 이것들이 과연 단순한 이론만 전달받을까요?
먼저 '독학'의 사전적 의미가 스승 없이 혼자서 책으로만 배우고 깨우치는 것이라면, 현재 지식기반사회에서 '독학'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의미입니다. 한옥 관련 수많은 멀티미디어 정보와 커뮤니티에서 과연 '독학'이 가능할까요? 독학하고 싶어도 독학이 불가능한 시대가 아닐 수 없습니다.
비록 면대면은 아니지만 온라인 참여자 모두가 스승이며, 이 분들의 직간접적인 시공경험을 얻어 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옥 현장실습이나 시공경험의 무효성이나 폄훼는 아닙니다. 직접경험 및 시행착오가 명약관화 필수적 요건이지만, 비례적으로 상당 부분 스케치업이나 유사 애플리케이션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봅니다.
비약해서 예를 들자면, 스케치업을 통해 한옥정자를 디자인해서 일단 결과물로 시공자와 보다 쉬운 협업이 가능할 것입니다. 비용산출, 안정성 등 여러가지 의뢰, 필요하다면 모듈조립식 주문도 가능할 것입니다. 마치 장난감 레고블록을 조립하듯이 주문하겠지요. 어차피 스케치업에서는 자신만의 DIY 세계를 창조합니다. 실물 구현이 아닌 이상 무료입니다.
한옥의 구조와 형식에 얽매이지 말라!
(스케치업 한옥, 물고기 말고 낚시법을 배우기)
주절주절 쓰다보니 위해 서두가 엄청 길어 삭제하려다가 아까워서 ㅎㅎㅎ
현재의 한옥은 구조와 형식, 작도법, 변작법 등 다양한 이론이 정립되어 있더군요. 그렇지만 온라인 무료정보 수준에서는 스케치업 한옥 입문자를 위한 쉽고 명쾌한 정보를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여전히 저도 초보자이지만 스케치업으로 추녀각도를 어떻게 드로잉해야 하는지? 장여 높이의 물매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굵기와 길이, 간격이나 높이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궁금한 게 한두 개도 아니고, 정말 화내고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알고 보니, 본래 한옥의 구조는 수치적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한옥 구조물들을 조사하고 평균치를 내기 이전의 전통건축물은 매우 다양합니다. 일단 설계자마다 수치가 다르답니다. 또한 건축물의 용도와 지역적 특성으로 인한 차이가 있고, 여기에 주변 건축물이나 환경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답니다. 또 신분차이에 따라서도 다르게 지어졌답니다.
전통한옥의 경우 예를 들어, 구조상 3량, 5량 특정 카테고리로 구분되지만, 수치적으로는 명확하게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조상님들이 한옥 구조의 수치를 '내 맘대로 마구잡이식'으로 지은 것은 아닙니다. 융통적이지만 구조적 안정성이나 예술적 감각, 종교적 특성, 지리적 요건에 계절과 날씨까지 오랜 경험과 지혜가 발휘된 것이라 합니다.
지붕구조도 대표적으로 맞배, 팔작, 우진각, 모임이라는 4개의 카테고리가 있지만, 이러한 카테고리를 벗어난 반쪽짜리 맞배지붕과 바위가 결합된 경우도 있고, 평면상 지붕구조가 곡선인 경우도 있습니다. 매우 다양한 환경에서 여러 모습을 가지는 것이 바로 한옥입니다.
심지어는 주춧돌이나 기둥도 반듯한 것을 구할 수 없으면, 모난 돌이나 휘어진 나무로 한옥을 지었던 것이 우리 조상들의 지혜입니다. 한옥 표준설계도로 명문화된 수치에 민감할 필요가 없음에도 한옥 입문자들은 고정된 수치나 물매를 찾아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습니다.
고정된 수치로 동일하게 한옥을 지으려면 복사해서 사용하면 되겠죠? 고정된 수치에 연연하지 말고 기본적인 한옥 구조를 익혀야 합니다. 가구의 결구와 모양도 점차적으로 익히고 적용하시면 됩니다. 아직 저도 여전히 입문자이지만, 고정된 수치나 모양에 집착한다는 것은 그만큼 지금보다 한옥 지식이 부족한 탓이었다고 봅니다.
방 한 칸도 설계 못하면서 물매, 선자연, 결구 등을 구현하려던 저도 참 미련했습니다.
이제 AI시대라 방 한 칸 길이와 높이를 물어보면, "한옥 한 칸의 길이는 대체로 약 240cm 정도이며, 기둥의 높이는 보통 2.4~2.7m, 두께는 18~24cm입니다." 이렇게 대답해 주더군요. 고시원이나 쪽방이라면 몰라도 현실과 좀 동떨어진 것 같습니다.
남자 표준키 175cm 잡고 베개 베고 맨몸 편하게 눕거나 엎드려 책이라도 보려면 여유공간이 필요합니다. 상하 50cm 길이를 추가하면, 최소 길이 275cm는 돼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싱글 침대나 책상 등 필수가구까지를 고려하면 275cm 가지고도 택도 없겠지요. 늘려서 길이 350cm 설계하려면 기둥 높이나 두께를 얼마로 해야 하는지? 길이 240cm 기준으로 기둥과 높이를 적용해도 안정성에 문제가 없는지? 아마도 최소한의 고려는 해야겠지요. 사찰이나 궁궐 설계는 언감생심입니다.^^
다행인게 앞으로 AI가 더욱 스마트하게 범용화 되면... 이렇게 물을 겁니다.
"AI야! 한옥 방 한 칸 길이 5m로 하려면 기둥 높이와 두께는 얼마가 적당할까?"
아마도 AI가 더 발전하면 상상 그 이상이겠습니다.^^
저만의 설계가 가능할지 고민입니다. 그래도 올해는 버킷리스트 중에 '스케치업 한옥 기와 올리기'를 성공했습니다. 비록 교수님이 설계하신 육모정자와 민도리 맞배지붕을 복사했지만 기와 올리가는 성공입니다.
내년에는 내림마루와 추녀마루의 팔작지붕 기와 올리기에 도전해야죠. 연구로만 끝날지 아니면 스케치업으로 구현할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 만한 시간과 열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결론
1. 인터넷을 통한 배움은 독학일 수 없다.
2. 정보 제공자들은 모두 나의 스승이다.
3. 스케치업 그 안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며 무료이다.
4. 한옥의 수치와 모양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5. 우선 방 한 칸이라도 자신의 설계가 우선이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우선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말씀하신 내용에 대하여 평가를 한다기보다 감명을 받습니다
이렇게 진정성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공부하시는 분을 처음 대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한옥을 처음 공부할 때
스케치업으로 구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기뻐서
스케치업에 빠져 열심히 공부했고 그 초보 실력으로 현재의 카페에 강의를 올리게 되었는데
스케치업을 교재를 통해 독학으로 공부하며 느꼈던 어려움을
초보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작은 것 하나까지 자세한 설명하여 강의했지만
본 강의를 올린 이후 많은 부분이 더욱 쉬운 방법으로 편집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
새로운 보다 쉬운 편집방법의 강의를 올릴까 하다가
초보자들이 스스로 노력하면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고
또한 스스로 깨우치는 희열도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새로운 강의를 포기했습니다
저도 한때 열정이 있었지만, 지금은 나이도 있고 하여 제자리걸음 정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리신 대부분의 말씀은 일리가 있습니다
다만 구조적이나 역학적인 부분은 고정값은 아니지만, 범위가 있습니다.
교수님의 댓글 마지막 문장에서 언급하신 '구조적, 역학적 범위'는 백번 옳으신 말씀입니다.^^
덤으로 말씀드리자면, 한옥은 물론 설계에 문외한인 제가 한옥입문시(스케치업을 통한) 치수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 원인이 바로 한옥관련 배경지식을 갖추지 못한 탓이라는 생각압나다.
예를 들어 A는 기둥높이를 250cm로 했고, B는 30cm 더 높여 280cm을 했을지라도 A와 B의 기둥의 차에 따라 보, 도리 등도 동일한 비율로 재계산된 치수여야 하는 건 아닐 것입니다. 기둥 자체로도 260cm, 263cm, 271cm이여도 상관없을 것입니다. 또 A구조 설계강의에서 교수님이 기둥높이 260cm을 사용하셨다면, A 구조의 모든 기둥 높이가 반드시 260m이어야 하는 건 아닐 것입니다.
만약 제가 A구조의 설계를 기둥 273cm했고, 그 밖에 보, 장여, 도리의 치수를 교수님과 달리했다면 틀린 것일까요? '운좋게 변경가능한 범위내'에 있다고 한들 사람들은 교수님이 설계하신 A구조 설계를 선호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제가 설계한 것은 폄하될 것입니다. 그러나 치수에 연연하기 보다 구조와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