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찍은 기념사진 한 장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고령화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저출산에 따라 노동인력은 감소하는데 노인들은 생산활동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65세를 넘긴 사람을 노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노인들에게 어떤 때 늙었음을 실감하느냐고 물으면 대다수 노인들이 기억력을 가장 먼저 꼽는다. 하기야 아침에 한 일을 저녁이면 잊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으며, 기억해 내더라도 속도가 느리니 어쩌겠는가. 하물며 몇 10년 전의 일은 말할 것도 없겠다.
가끔은 앨범 속에서 뜻밖의 사진을 발견하고서 잃어버린 기억 저편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꿰맞춰 보곤 한다. 며칠 전 옛날 앨범을 뒤적거리다가 지금으로부터 43년 전인 1982년 8월 9일에 찍은 ‘국어국문학회 총회 겸 학술대회’ 기념사진을 발견했다.
국어국문학회는 6.25전쟁의 와중인 1952년에 젊은 국어국문학자들이 모여 발기한 학회로 지금까지 반세기 동안 학회지를 발간하거나 전국 규모의 학술발표대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학술활동을 통해 국어국문학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 사진은 나손(羅孫) 김동욱 선생님이 회장을 맡고 계실 때 단국대학교에서 열린 ‘국어국문학회 총회 겸 학술발표대회’를 마친 뒤 찍은 기념사진이다. 만약 이 사진이 없었더라면 한때 국어국문학회 회원이었던 사실조차도 까마득히 잊었을 것이다.
모든 것들이 서서히 허물어져 내리는 나이. 그리고 한 장의 사진으로 더듬어 되살린 기억들. 나도 어느덧 해묵은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살아가야 할 나이에 이르렀다. 그토록 뜨겁던 가슴도 차갑게 식어버리고, 이제 무디어진 나이의 무게가 힘에 버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