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침이 되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안 가는 날이다.
이른 아침 커피를 마시다가 갑자기 깜짝 놀랐다.
"그러니까...우리집에 10명이 넘는 손님이 온다는 소리구나!"
(나는 현실 파악에 좀 느리다. 이제까지 알고 있던 사실이 왜 이리 갑자기 놀라운 일로 다가오는 것일까?
젊은 친구들이 오는 것이니 잘 차려먹기보다는 잘 놀기만 하면 된다~~ 하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오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꼽아보다 보니 무서워졌다. 여기저기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친구들이었다 (복숭아, 봉, 판테온, 앗쭈) 바쁜 중에 시간을 내서 오시는 목사님도 계시다. 먼 길을 내려오는 신희도 있다. 그리고 평소에 굶주리고 사는 '얼바인 처자'도 있따!
어쩌란 말이냐~~!!
문제는 내가 아는 바, 판테온 님과 앗쭈 님을 빼고는 다 요리를 잘하는 뇨자들이라는 거였다. 그것도 살벌하게 잘 하는.....복숭아는 '취미'가 요리다. 요리법들을 여기저기서 구해 화일을 만들었다는데 그게 왠만한 앨범 두어개를 합한 정도로 크다고 한다. 우리집에와서 요리를 해준 적이 있는데 다들 놀라서 극찬하며 먹었었다. 싱봉, 요리 술렁술렁 쉽게 하면서 맛 잘 낸다. 김치국에 김치볶음밥, 김치전을 한번에 해 내놓는데, 각기 다른 김치요리가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맛있었다. 거기에 블루바다 목사님 사모님은 목사님 사모님이 아니라 식당 사장님을 하셔야할 정도로 잘 하신다. 신희는 요리만 잘 하는 게 아니라 영양소와 칼로리까지 꽉 잡고 있는 사람이다. ("언니, 탄수화물만 차리셨군요." 하는 소리가 귀에 정정 울린다~~)
어쩌란 말이냐~~!!
나는 좀 고민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째 중요한 일로 시달리고 있는 중이었는데, 잠도 못 잔 상태에서 요리를 하겠다고 설쳤다가는 소금 대신 설탕, 설탕 대신 방부제를 넣을 판이었다.
그래....나의 한계를 인정하자.
애초에 한국 식료품 점에가서 나물 등을 사올 계획이었는데, 그 외에 차려내려고 했던 것들이 좀 있었다. (항상 꿈은 야무지게 꾼다.) 그것을 할 자신이 없었다.
부실한 식탁 차려놓고, 죄지은 표정 짓고 있느니 서로 협력하여 식당에서 먹고말자.
그렇게 결정하고 신희에게 전화했다. 이래저래서 식당에서 먹고 말자 했다. 그랬더니 머리가 비상한 신희가 제안을 한다.
"언니, 간단하게 해먹는 비빔밥, 티모도에 올랐던 메뉴, 그걸로 하면 어때요?"
앗! 그거, 누텔라님 표 비빔밥?!! 싱글들이 간단히 해먹을 수 있는 메뉴라는 그 비빔밥. 간 고기를 불고기 양념으로 볶은 후에 양상치 야채에 고추장과 참기름으로 비벼먹는 것.. 나도 가끔 해먹던 것이었다. 그거 무지 맛있는데...음..
"언니, 그거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가 있고 맛있어요. 준비하는 데 시간도 안 걸리고. 그리고 여자가 몇명인데, 그거 하는 게 그리 어렵겠어요."
신희 말이 옳다! 그렇다!
신희는 계속 나를 도와줬다.
"언니, 간 고기는 제가 볶고, 언니는 상추 씻으면 되고..고추장만 잘 만들면 되는데 그것도 아주 쉬워요."
상추만 씻으면 된다!! 우허허허!! 그거 내가 잘 할 수 있따~~!! (디게 잘났구나.-.-)
자신감이 부쩍부쩍! 용기가 펄펄~~
그래서 나는 메뉴를 누텔라비빔밥으로 잡았다.
(그날 오전 공휴일이라 학교에 안 가는 에밀꼴렛의 친구들을 좀 봐줬다. 오후에 친구들의 부모가 와서 에밀 꼴렛을 좀 봐달라고 맡겼다.)
에밀과 꼴렛이 나간 뒤 1시 경, 앗쭈에게 전화했다. 어젯밤 5시까지 수다 떨다가 잤단다. 지금 일어난지 얼마 안되었는데 배고파 죽겠단다. 뉴욕 시간으로 오후 4시이니 얼마나 배가 고프랴. 어영 차를 몰아서 앗쭈를 데리러 갔다.
어제 언제 술을 먹었냐는 듯이 말끔한 모습으로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앗쭈. 당장 아침을 먹이고 수다를 좀 풀었다. 워찌나 할 야그가 많던지.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방구괴물 이야기였다. 참 멋진 청년같았다. 내가 나이가 먹었는지 이전같으면 '연하의 남성 멋져~~' 하고 좋아했을텐데, 이제는 방구 괴물 들으면서 어디 짝 지어줄 처자 없는가 생각만 들었다. (강마담은 마담 뚜~~ 뚜리뚜와, 뚜리뚜와~~) 방구괴물은 밥도 잘해, 인간성 좋아, 말되는 고민도 해, 여성주의 시각 건전하게 박혀있는 듯하다. 어어, 탐나는 신랑감이롤세~~~
(우리는 야외 카페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혹시라도 앗쭈가 온 걸 알고 비둘기떼가 쉬~하러올까봐. 혹시 나도 똥세례를 받을까 싶어서.^^)
엽기에 튀기에 폐인기의 앗쭈를 앞에 놓고 문득문득 신기해졌다. 말간 피부의 어린아이 같은 시선의 이 여성, 철학, 문학의 이야기와 방구 이야기, 짜장면 이야기등을 한 입에서 줄줄 풀어내는 이 어른이...어른이...어른이..
갑자기 내가 이 사람이랑 어떻게 알게 되어 지금 이 순간에 마주하고 앉아 있게 된 거지? ...신기했다.
아침겸 점심 식사 후, 아쭈와 함께 한국 마켓으로 갔다.
나는 속으로 '상치 두어 개, 고추장, 참기름, 깨소금 좀 사고, 음...간 고기만 사면 되는구나' 하고 울룰랄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폐인 앗쭈가 비틀거리는 것이었다. 뭐...니코틴과 카페인, 알콜 때문에 비틀거리는 게 아니었다. 앗쭈는 너무 너무 좋아서 비틀거리는 것이었다.
한국 마켓에 보암직하게 쌓여있는 야채, 과일들을 지나치면서 와우~~ 와우 하면서 좋아한다. 집어들고 향기를 맡질 않나. 엄마~~이것좀 봐~ 저것좀 봐~~ 하면서 감탄에 환성에, 난리도 아니다. 비틀거린다.
나는 좀 어리둥절 했다.
왜 생 야채를 보고 저렇게 좋아하지?
벌거벗은 야채를 보고 어찌 좋아할 수 있단 말이냐? 화장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채소도 좀 화장을 하고 원순한 맛을 풍겨야 좋다. 그래서 나는 잔손질하고 대쳐서 야채를 좀 겸손하게 된 야채, 자연미보다는 세련미라고, 참기름이라는 향수/로션으로 향기롭게 단장하고, 한 통에 넣고 주물럭 주물럭 무쳐서 남과 더불어 사는 법을 터득한, 그리고 깨소금으로 멋을 낸...그런 야채들을 좋아한다.
(나는 그렇게 성숙한 야채가 살신성인의 도를 닦도록 도와주고 있다.--> 내가 한 입에 냉큼 집어먹는다는 소리다. 크허~~~)
앗쭈는 나와 다른 듯했다. 앗쭈는 원초적 본능의, 자연미의 야채를 사랑하는 듯했다.
한 예로, 우리가 열무와 배추 앞을 지날 때였다. 폐인의 저음으로 낄낄거리는 덜렁이 앗쭈,
어울리지 않는 'high tone" 으로 비명을 지른다.
"어머, 열무야, 열무! 무지 싱싱하네. 너무 맛있겠다."
(앗쭈, 어찌 생열무가 맛있게 보이는가?!! 많이 피곤한갑다.-.-)
"아, 언니 부럽다. 이런 거 맨날 먹고 사니."
(옴마? 정말 그게 맛있어 보이는 거니?)
깻잎 향기를 맡으며 황홀해 하고, 무우를 고르면서 무우 고르는 법을 배워주고 (신주야, 죽자 죽어!-.-) 하던 앗쭈는 자기가 요리를 좋아한다고 했다. 다 해먹는단다. 별거별거 다 해먹는단다.
그리고보니...요리 잘하는 사람 또 하나 나왔다.
어쩌란 말이냐!!
그날의 메뉴가 비빔밥이라는 걸 안 앗쭈, 메뉴를 바꾼다. 나물을 자기가 하겠단다.
"언니, 나물같이 쉬운 걸 왜 안 해먹어? 내가 다 할께. 걱정하지마."
그러더니 앗쭈는 호박, 시금치, 무우 등등을 집어 들었다.
나는 속으로 "어쩌란 말이냐, 나는 도와줄 수 없는데~~"를 부르짖으면서 재료라도 확실히 구해주려고 이거 저거 집어넣었다. 버섯도 사고, 오이도 사고, 콩나물도 사고.. ("언니, 이거 콩나물 아니고 숙주야." 라는 소리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콩나물로 바꿔집었다. -.- 밤잠을 며칠 못자서 그런 실수도..허허허. 땀나...땀나..땀나..)
일본된장국을 끓이려면 이렇게 해야한다, 이것도 넣으면 맛있다. 이거와 저거의 차이는 이러저러하다 (그날 앗쭈가 많이 설명해줬는데 하나도 생각 안나서 이래저래 하고 있는 나...한심하도다.)
그런데 재료들을 다 넣은 뒤, 나는 갑자기 딜레마에 빠졌다. 분명 집에가서 해야할 요리가 여러개인데, 그랬다가는 앗쭈랑 이야기할 시간이 없을 거 같았다. 그리고 손님이라고 와서 어느 정도 도와주는 거야 좋지만, 완전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앗쭈를 꼬셔서 일부 나물들은 이미 만들어진 것들을 사고 몇가지 요리만 하기로 했다.
여하간 그날 나는 앗쭈 덕에 내가 평소에 사고 싶었던 그런 양념들을 사게 되었다. 앗쭈가 차근차근 설명해줘서 사용법도 알고 있다. 고맙다 앗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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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왔다. 떡볶이와 순대를 먹으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여러분, 죄송합니다. 특히 유럽과 동부에 사는 친구들께 순대 이야기해서 죄송합니다.)
요리를 해볼까나 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복숭아 나무와 신희님 가족이 도착했다. 신희 님 아기와 남편도 같이 오셨다.
(속으로 "어쩌란 말이냐~~" 를 또 부르짖었음. 손님 접대 소홀하면 어쩌나..)
복숭아 나무는, 아니, 복숭아 나무의 반쪽이 되어 나타났다. 그렇다 . 살이 빠져서 나타난 것이다. 청바지 테가 너무 이쁘다. 반갑다고 덩실 껴안은 뒤, 얼굴을 보면서 반갑다 반갑다 하는 게 아니라, 복숭아 나무 엉덩이를 보면서 반갑다 반갑다 하고 있더라.
어쩌란 말이냐. 엉덩이가 이쁘던 걸...
(요즘 세상에 살빠지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투덜투덜. 나는 근래에 한 7 파운드 쪘다. 오동통한 너구리..오늘 보니 잠을 덜 자는 사람이 살찔 가능성이 높다더라..)
신희 님 아기는 걸음마를 시작했다. 조용하고 편안한, 그러나 호기심이 많은 아기, 무척 귀엽다. 신희 님 남편은 우리 남편처럼 조용한 사람인데, 우리 남편처럼 '화난 표정' 이 아니라서 옆의 사람들이 좀 편하다.
빛나리는 아마...낭중에 성형수술을 해야하지 않을가 싶다. 가만히 있을 때 안면근육이 왜 그리 찌그러지냔 말이다. 어쩌란 말이냐!!
신희는 들어오자 마자 요기를 한 뒤에 총 지휘를 시작했다. 돼지갈비찜을 불에 올려놓고 일본된장국 끓이고, 고기를 볶고, 나물요리를 지시하고...
갑자기 부엌에 활기가 돌았다. ('언니는 도움이 안 되니까 저기 가 있어" 라는 잔인한 말이 서슴없이 나오더라.)
한요리 하는 앗쭈, 칼놀림이 보통이 아니었다. 호박을 써는데 나는 세상에서 그렇게 호박이 이쁜 채소인지 그 때 처음 알았다. (나도 그 후에 그 나물 한번 더 해먹었다. 앗쭈처럼 정성들여 칼질을 하니 보기가 좋더라. 내가 해도...)
앗쭈가 갸냘픈 팔을 들면서 '언니, 팔이 너무 아파. 이 칼이 왜 이리 안들어? 다른 칼 없어?"
이럴 때 어쩌란말이냐! "엄...엄..어쩌면 하나 더 있는데...있을 거..같은데...없니? 엄...엄..."
앗쭈가 내가 불쌍한지 그냥 해보겠단다. 그리고는 갸냘픈 팔로 또 칼질을 시작하더니 아무래도 안되겠는지 묻는다.
"혹시 칼 가는 거 없어?"
"엄...엄..모르겠는데...."
(왜 나는 이때까지 칼을 갈 필요를 한번도 못 느끼고 살았던가? 울 엄마가 오셨을 때 칼가는 거 필요하다고 하시고 샀던 기억이 있긴한데...그 이후에 그게 어디갔는지 난 몰라. 어쩌란 말이냐.)
나중에 부엌을 뒤진 자매들이 '마침내 좋은 칼을 찾았다"고 했다. 오, 그거... 블루바다 님이 선물해주신 칼이었다. 탱큐, 블루바다님.
앗쭈가 칼을 갖고 신음하고, 내가 그 옆에서 창피해서 신음하고 있는데 고사성어의 고수, 신희가 나타났다.
"앗쭈, 명필을 붓을 가리지 않는단다."
옴마, 무서워~~ 신희가 슬슬 발동이 걸리는갑다. 이제 또 박식에 정확에 상식에 잡식에 연구가 튀어나올 판인갑다. 우허허허
언니의 윗트에 앗쭈는 사람 좋게 "어머, 언니~~아앗! 나 한대 맞았다" 하고 맞는 시늉을 하며 웃었다. 신희와 앗쭈의 허물없는 말장난에 내 기분이 좋아졌다.
블루바다 님이 도착하셨다. 사모님은 바빠서 못오시고 바다님만 참석하셨다. 블루바다 님은 "갈비집의 부르스타" 같은 귀한 존재이다. 남성으로서 티모도 벙개에 참석하기로는 유일한 분이요, '목사님'이라는 직업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불륜남이라는 누명에도 불구하고 꼿꼿이 자신의 자리를 지켜주시는 우리의 브루스타~~~!!
그리고 나타난 손님, 커다란 신고배 한 상자를 들고 나타난 야들야들한 버드나무표 판테온 님. 얼씨구 덩실, 춤추듯이 껴안고 부비부비 인사! 안경 너머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눈, 날씬한 몸매, 그리고, 날씬한 턱~~ (싱봉 버젼, "제길, 이쁘잖아?") 판테온 님도 나 처럼 설거질의 대가였다. 혹시 요리를 잘 할지도 모르겠지만 (듣기로는 일품요리 전문이라신다. '달걀 후라이'같은...^^)
우리는 곧 비빔밥 상을 차렸다. 풍부한 식탁, 다 둥글게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에릭이 에밀과 꼴렛과 함께 집에 왔다. 아이들은 많은 손님을 보고 놀라고 당황했는지, 에밀은 좋아서 웃음을 참지 못했고, 꼴렛은 인사도 안하고 (-.-) 삐진 사람처럼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 아비에 그 딸이로고~) 에릭이 밥상에 앉은 걸 본 후, 나는 판테온 님과 함께 싱봉이를 데리러 공항으로 향했다.
(정중한 부탁 1 ---자기 집 옆 공항에 가지 못해서 멀리서 온 손님을 운전시켜 가는 나를 욕하지 말아주십시오.)
(정중한 부탁 2 ----자기 집 옆 공항에 가다 길을 잃어서 공항 주위로 동서남북 한번씩 찍어보고 간신히 공항에 도착하는 바람에 싱봉이를 썰렁하게 기다리게 한 나를 욕하지 말하주십시오. 판테온 님, 그 날 제가 해매는 바람에 얼바인 시 말고 다른 도시"도" 구경했구나~해주시와요. 엉엉)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던 싱봉이~~나의 아름다운 싱봉이! 단발 머리에 더 어리고 귀여웠다. '봉아, 봉아, 봉아~~' (나는 싱봉이 보고 감격해서 부르짖음)
집에 도착하니 그날 늦게까지 '격무'에 시달리던 동네처자도 왔다. (잠꾸러기와 동네 처자는 격무에 시달리기로 유명한데, 혹자는 그들의 '격무'란 '격일제로 하는 근무' 라고 함. 크하하하)
우리는 맛있게 저녁을 먹고, 과일을 먹고, 이리 저리 섞여가면서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애들은 뛰어놀고, 앗쭈는 부어라마셔라~~^^.
나는 손님 치르는 아줌마 답게 좀 얼떨떨했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더라. 그냥 시키는대로 했다. 이거 하라면 이거 하고, 저거 하라면 저거 하고. 그러면서 내가 노력 하나도 안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먹인 게, 그리고 우리가 다 같이 어울려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
그 날 밤이 깊어가면서 우리는 서로 헤어질 채비를 했다. 브루스타 님, 아니 블루바다 님과 신희네 가족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나도 집에 남고.
나머지 처자들은 두 대의 차에 나누어 잠꾸러기가 기다리고 있는 샌디에고로 내려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슬리핑 백과 담요 등을 꾸리고, 짐들을 챙겨서 그녀들은 자정 가까운 시간에 샌디에고로 출발했다.
다들 떠나고 난 뒤, 거실에 에릭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참 좋은 친구들이네. 같이 밥을 먹으면서 보니까 어쩌면 한 사람도 서로 비슷한 사람이 없더라. 다들 개성이 강하고, 자신있어 보인다."
'우리 집이 자신들 집인 거처럼 각자 해야할 일들을 찾아하고, 나눠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한국 사람들은 공간을 자연스레 공유하고 자기가 알아서 일을 하는데 익숙한 거 같다.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이 편하다."
(그러면 좀 끼어 앉아 말을 나누기라도 하지. 삐진 사람 처럼 밥만 먹는 거 같더구나. 엉?)
그날 밤, 다 떠나고 나서 잠이 안 왔다. 흥분... 어쩌란 말이냐!! 로 시작했던 하루, 이러란 말이다~~!로 잘 이어져서, 자매들이 각자 알아서 이거 저거 해주는 바람에 아주 손쉽게 일이 끝났다.
행복했다. 다음 날 샌디에고 벙개.... 나중에 쓰도록 하겠다.
(앗쭈가 우리의 입을 막으려고 한 사건이 있나니, 그것은 다음 기회에 올리도록 하겠다. 히히. 지금 저 멀리 뉴욕에서 앗쭈가 '어쩌란 말이냐'를 부르짖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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