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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동안 자폐증(ASD: 자폐 스펙트럼장애)으로 진단받는 어린이가 두 배로 증가했지만,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많은 연구자들은 자폐증 환자가 급증한 이유를 "자폐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증가했고, 진단기준이 변경됨에 따라 기존에 탐지되지 않던 사례를 잡아내기 때문(http://news.sciencemag.org/brain-behavior/2014/03/continued-rise-autism-diagnoses-puzzles-researchers-galvanizes-advocates)"이라고 설명한다. 어떤 사람들은 환경의 영향(예: 독소 노출)을 들기도 한다.
그런데 정신과학 및 신경과학계 전문가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12월 14일 《JAMA Pediatrics》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여성이 임신 중에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그 자녀가 우울증을 앓을 위험이 약 두 배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많은 역학자와 정신과학자들은 이번 연구에 결함이 있으며, 불필요하게 공포감을 조성한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사실 항우울제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푸로작(플루옥세틴)이나 렉사프로(에스시탈로프람)와 같은 소위 세로토닌재흡수저해제(SSRIs: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 계열의 항우울제들이 태아의 신경발달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몇몇 역학연구에서는, 임신 중 SSRI 사용과 자폐증 사이에 약간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고했지만, 이것은 다른 요인(예: 산모의 우울증 정도)에 의해 대부분 설명될 수 있다"라고 라고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의 라르스 헤닝 페데르센 박사는 말한다(페데르센 박사는 항우울제 제조업체들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 그밖의 많은 역학연구들은 SSRI와 자폐증 사이에서 아무런 관련성을 찾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이번 연구에서,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교의 아니크 베라르 박사(주산기역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1998년~2009년 사이에 퀘벡에서 태어난 아기 145,456명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어머니가 임신 중 하나 이상의 항우울제를 복용한 경우 아기들의 자폐증 위험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어머니가 임신 2~3분기에 한 가지 SSRI를 복용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자폐증 진단이 무려 87%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어머니가 임신 말기에 두 가지 계열 이상의 항우울제를 복용한 경우, 자녀가 자폐증에 걸릴 위험은 4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경도 내지 중등도의 우울증을 앓는 여성들은 가능한 한 임신 중에는 우울증 복용을 피하라"고 제안했다. "경도 내지 중등도의 우울증은 운동이나 심리요법으로도 잘 치료된다"라고 베라르 박사는 말했다(베라르 박사는 항우울제와 기형아출산의 관련성을 둘러싼 소송에서 원고 측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연구진이 여론을 오도하는 위험한 결론을 내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첫째, 전체 인구 중에서 자폐증이 나타나는 빈도가 비교적 낮다. 둘째, 어머니의 우울증은 - SSRI 복용이 아니라 - 수면장애와 섭식장애를 통해 태아의 건강상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예컨대 전체 인구 중에서 자폐증의 유병률은 1%이므로, 설사 어머니의 SSRI 복용으로 인해 자폐증 위험이 2배로 증가하더라도, 절대 위험은 약 2%에 불과하다. 이 경우 자폐증 위험의 상승은 다른 이득(예: 자살위험 감소, 유해물질 사용 감소)을 통해 상쇄될 수 있다는 것이 비판자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의 치명적 결점은, '정신질환을 앓는 여성은 이미 건강한 여성에 비해 자폐아를 낳을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라고 하버드 대학교의 로이 펄리스 박사(정신유전학)는 말했다(펄리스 박사는 신생 바이오업체 여러 곳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저자들은 연구대상 여성들의 우울증 정도를 통제했다고 항변하지만, 그들의 측정기준을 신뢰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우울증을 앓는 여성의) 자녀들의 자폐증 위험 상승이 항우울제 때문인지, 아니면 어머니의 우울증 때문인지 분명하지 않다"라고 펄리스 박사는 덧붙였다.
여러 연구팀들이 발표한 논문(펄리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이 발표한 2건의 논문 포함)에 의하면, "어머니와 자녀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어머니의 우울증 정도를 보정한 결과, 항우울제로 인한 자폐증 위험은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펄리스 박사는 이를 근거로, "자녀들의 자폐증 위험 증가는 우울증 때문이지, 항우울제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SSRI를 비롯한 항우울제와 태아의 신경발달 간의 인과관계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므로, SSRI가 우울증 환자의 태아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심층적인 후속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콜럼비아 대학교의 제이 깅그리치 박사(정신과학)는 말했다(깅그리치 박사는 제약회사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
※ 출처: http://news.sciencemag.org/brain-behavior/2015/12/reality-check-taking-antidepressants-while-pregnant-unlikely-double-autism ※ 원문정보: Anick Bérard et al., "Antidepressant Use During Pregnancy and the Risk of Autism Spectrum Disorder in Children", JAMA Pediatr. Published online December 14, 2015. (http://archpedi.jamanetwork.com/article.aspx?articleid=2476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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