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일, 심장이식환자들의 모임 <다시뛰는 심장으로> 서울경기지구 정례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의왕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아내는 머리에 대상포진 증상이 있어 참석을 하지 못하고 나 홀로 갔다.
며칠 전에 전주에 살고 있는 환우모임 최태호 회장으로 부터 사진 촬영을 좀 해달라는 전화부탁도 있고하여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뛰는 심장으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사진을 촬영하는 봉사를 해오고 있다. 내가 가진 재능의 일부을 기부하는 것은 다소 힘이 들지만 즐거운 일이다.
도농역
용산역
의왕역
아내도 가고 싶었지만 무리를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내가 극구 말렸다. 대상포진이 있는지도 모르고 4일날 서울대공원 둘레길을 무리를 해서 걸었는데 조짐이 좋지가 않다. 머리 왼쪽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심한 통증이 주기적으로 오고 있단다. 성경제 피부과에 가서 진단을 해보니 수포는 생기지 않았지만 일단 대상 포진으로 보고 일주일분의 약을 처방 받아와 복용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통증이 멋지 않고 있다.
아침 7시 30분, 도농역에서 의왕역까지는 멀었다. 용산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탔다. 1호선을 타고 책을 읽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했는데도 여전히 전철안이다. 드디어 의왕역에 도착했다. 시계바늘이 10시를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 출구를 잘못 찾아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다 보니 철도박물관이 나타났다.
의왕역에 왠 박물관? 박물관을 잠시 들러보았다. 알고보니 1905년 1월 1일 경부선 개돝당시 부곡역으로 시작된 의왕역은 오랜 역사를 간직한 역이었다. 나는 역장의 모자를 쓰고 바보 처럼 기념 촬영을 했다. 오래된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다.
바보 역장
박물관에서 나와 모임장소로 가니 회원들이 하나 둘 모여 들기 시작했다.
전주, 대전, 부산에서도 온 회원들이 있었다.
심장이식환자들의 모임인 <다시뛰는 심장으로> 회원들의 정은 남다르다. 심장을 이식 받아 제3의 인생을 살아가는 그들은 마치 피를 나눈 형재들처럼 지낸다. 그 더운 날씨에도 30여명이 참석을 했다.
회원들을 위해서 땀수건과 토시, 생수를 선물로 준비를 해오기도 했다.
끈끈한 애정이 피부로 느껴진다.
모두가 칠전팔기의 인생굴곡을 겪어온 역전의 용사들처럼 보인다.
우리는 의왕역을 출발하여 왕송호를 한바퀴 돌기로 했다.
왕송호(旺松湖) 또는 왕송호수(旺松湖水)는 경기도 의왕시 남부, 황구지천 상류에 위치한 제방 길이 640 m, 높이 8.2 m, 만수면적 0.96 km2의 호수이다. 1948년 1월에 준공되었으며, 이름은 설치 당시 수원군 일왕면의 '왕'과 매송면의 '송'자를 따서 붙여졌다.
인공호수로 2014년까지는 공식 명칭이 왕송저수지였지만, 2014년 제3차 국가지명위원회에서 왕송호에 공원 시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현재의 명칭으로 바꾸는 것을 가결하였다. 2016년 4월 20일 레일바이크 시설인 의왕레일파크가 개장하였다.
이런 곳에도 레일바이크가 있다니 놀랍다. 지자제 실시이후 국민의 세금을 너무나 해프게 사용하는 것 같다. 사실 내가 본 왕송호는 그냥 평범한 저수지에 불과하다. 나무그늘도 없고 볼거리도 없다. 이런 곳에 거액을 들여 레일바이크를 건설하다니 국민들의 세금이 아깝다. 레일바이크를 타는 사람도 눈에 띠지 않는다.
우리는 뜨거운 햇볕을 그대로 받으며 무덤덤한 길을 걸었다. 그래도 누구와 함께 길을 걸어느냐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이식환우들과 함께한 왕송호 산책을 의미가 깊었다. 모두가 생사를 넘나들며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가며 제3의 생명을 덤으로 살아가고 있는 귀한 사람들이 아닌가?
그 중에는 심장이식을 두 번이나 받은 사람도 있다. 다리에 괴사가 와서 무려 여섯 번이나 다리에 이식수술을 한 은주 씨의 걷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다.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비지땀을 흘리면서 걷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인간승리의 모습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한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다!
나는 소중한 사람들의 추억을 네모상자에 부지런히 담았다.
왕송호 걷기의 하일라이트는 연꽃지였다.
진흙속에서 피어난 연꽃처럼 사람들의 표정도 아름답다!
역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저 사람들이 오늘처럼 건강하고 고통이 없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겪어온 고통만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2시간 반 넘게 걷기를 마치고 옛골이란 식당에서 곤드레 밥을 먹었다.
회원 중에 생일을 맞이한 사람도 있어 해피버스데이 노래를 모두가 힘차게 불러 축하를 해주었다.
모임을 마치고 다시 예의 전철을 타고 남양주로 돌아오니 저녁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무척 보람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사진을 정리해서
밤 늦게까지 동영상를 만들어 밴드에 올렸다. 회원들의 보는 즐거움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