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전국평균 5배..돌연 역학조사 중단..김포 '거물대리'에 무슨 일이?
김포시 '연구결과 신뢰할 수 없다'..공무원이 전문가보다 '전문가?'
환경TV뉴스
전체 암 발생률 전국 평균 2.33배. 암 사망률 2.5배. 폐암 발생률 전국 평균 대비 5.12배. 경기도 김포의 '거물대리'라는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주민들은 마을 주변 공장들에서 배출하고 있는 유해물질이 원인이라며 역학조사와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관할 김포시청은 전문기관에 의뢰해 토양 등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인다. 잠정 결론은 '문제가 심각하다'로 내려진다.
그러자 김포시청은 돌연 '연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공식 발표를 연기하고 역학조사는 사실상 '잠정 중단' 된다.
거물대리 마을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마을에서 '기형 개구리' 발견.."중금속 오염 때문"
"거기는 아직 오염 여부 조사도 안끝나서 피해보상 대상이 아닐텐데요?"
올해 초 환경TV는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거물대리 소재 소규모 공장들이 오염물질을 불법 배출하는 실태를 단독 보도했다. 인근 개울에선 모양이 심하게 변형된 '기형 개구리'까지 발견됐다.
보도 시점부터만 놓고 봐도 반년 넘게 흘렀다. 하지만 아직 '오염 여부 조사'도 안끝났다는 것이 주부 부서인 환경부 답변이다. 주민들에 대한 피해 구제는 요원하다.
'환경오염 피해구제법' 내년부터 실시..거물대리 주민들은?
정부는 2012년 9월 경북 구미시에 발생한 불산 유출 사고 이후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법령 정비에 나섰다.
이에따라 정부는 지난해 말 '환경오염 피해 배상책임 및 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이하 피해구제법)'을 시규 제정했고, 31일 입법예고까지 마쳤다. 법안엔 2016년 1월 1일부터 환경오염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의료비 등을 지급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법안에 따르면 사고 위험도가 높은 페놀 등 69개 물질을 연간 일정량 이상 사용하는 기업들은 2016년 7월부터 의무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줄 수 있는 장치인 '환경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대상에는 이들 외에도 1000㎘ 이상의 석유류 저장 시설 및 송유관 시설, '위해관리계획서' 제출대상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1종 배출 사업장들이 포함된다.
이들은 위험도에 따라 가·나·다 군으로 나뉘며 각각 300억원, 100억원, 50억원의 의무가입 금액을 지불하고 환경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사업장 별 배상 책임 한도는 가군은 2000억원, 나군과 다군은 각각 1000억원, 500억원으로 정했다. 이 금액은 피해자들을 위해 쓰이게 된다.
환경 피해를 일으킨 장본인을 모르거나 피해를 입힌 업체가 지불 능력이 없는 경우에 대한 구제책도 마련했다. 정부 예산으로 의료비, 요양생활수당, 장의비, 유족보상비, 재산피해보상비 등을 주는 형태다.
환경부는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으로 150억원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해 놓은 상태다.
김승희 환경부 정책총괄과장은 "피해자가 신청하면 예비 심사를 통해 요건에 맞는 지, 원인자가 있는 지 등을 살펴 보고 이후 보상 대상이라는 평가가 나오면 본 조사를 해서 구체적으로 얼마만큼 주게 될 지를 결정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물대리 주민들이 패해 보상에 대해 기대를 거는 부문이다.
김포시, 역학조사 결과 발표 돌연 중단시켜...주민들 보상 여부 불투명
거물대리 사건과 같은 경우 피해를 입힌 업체들은 지불 능력도, 지불 의사도 거의 없는 경우에 가깝다. 실제 환경TV 보도가 나간 뒤 환경부 집중 단속이 이어지자 기존 업체들 대부분이 공장을 옮겨버린 상태다.
결국 거물대리 주민들은 업체가 아닌 정부에서 의료비 등 피해 보상을 받아야 하고, 그 전제는 역학조사를 통한 '보상 대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문제는 관할 김포시가 역학조사가 거의 끝난 상태에서 결과 발표도 돌연 중단시키고 조사 자체를 잠정 중단했다는 것이다.
김포시는 인하대학교 의대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5월19일까지 거물대리와 초원지리, 가현리 일대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농작물 등에 영향을 미치는 토양 오염과 주민들에 대한 건강영향조사 등이 주 내용이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연구진의 중간조사 보고서를 보면 거물대리 인근 95개 지점에서 시료를 채취해 측정한 결과 일부 작물과 토양 오염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지렁이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중금속이 확인됐다.
주민들의 몸에서도 다른 지역의 평균보다 높은 중금속이 검출되기도 했다.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에다 니켈 등의 중금속이 몸속에서 나왔다.
암 발생률은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나타난 전체 국민 평균보다 2.33배 높고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평균 대비 2.50배에 달했다. 특히 폐암 발생률은 전국 평균 대비 5배가 넘어 인근 공장에서 날린 중금속 분진 등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중간 결과가 나오자 김포시 측은 지난달 최종 조사 결과 발표 시한을 기존 6월에서 9월로 돌연 연장했다. 그리고 지난 2일 역학 조사를 잠정 중단했다.
토양 측정 지점마다 중금속 검출치가 다르게 나오는 등 해당 조사 기관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 발표 연기와 조사 잠정 중단 이유다.
김포시 환경감시팀장은 "연구 결과에 문제가 있어서 (발표) 기한을 9월까지 연장했다"고 말했다.
연구를 수행한 인하대학교 의대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두 기관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다른 전문 연구 기관이 자신들의 조사 결과를 평가한 것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닌 그냥 '공무원'들이 보기에 문제가 있으니 조사 발표를 미루라는 게 말이나 되냐는 것이다.
이에 두 연구기관은 지난 7일 김포시청 측에 항의 공문을 보낸 상태다. "자신들의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으면 발표를 연기만 할 것이 아니라 다른 기관에 맡겨 검증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용역을 받은 연구기관이 발주처에 항의 공문을 접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검증해서 문제가 없으면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맞다'는 조사 기관 요구에 김포시청은 지금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거물대리 주민들은 김포시가 '중금속 오염도시'라는 '오명'을 쓰는 것을 피하기 위해 조사 발표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김포쌀' 등 농산물이 유명한 김포시가 시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대한 피해보기 위해 조사 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거물대리 주민들은 피해 보상 여부를 떠나 일단 조사부터 빨리 재개해 결과가 나오는대로 조사 결과를 공개해달라는 입장이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와관련 김홍철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역학조사가 미흡하다면 충분히 보완 조사를 하면 될 텐데 김포시청은 피해 사항을 줄이고 고의적으로 결과까지 왜곡해 가면서 이러한 상황들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며 "결국 거물대리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있다"고 김포시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