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흔들다 가도 아무렇지 않게 문을 닫고, 눈 앞에서 문이 닫히면 열라고 소리친다.
신명 나게 진동이 울렸다. 덜덜 떨리는 LP판이 아주 강한 힘으로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잠시 멈췄다가 다시 시작된다. [Come Together], 잔잔한 동그라미들이 깔리는 소리와 함께 두명의 남녀가 벽 하나를 두고, 서로 마주보며 뱀이 된 듯이 고개를 구부리고 흔들거리며 서로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얼굴을 대고는 미소 지으며 무엇에 맞은 듯이 튕겨져 나가 본래 자세를 취하였다. 바람에 아무런 저항 없이 흔들리는 갈대다. 60년전 이들의 바람으로 마음껏 이 협소한 공간에서 흔들린다. 일렉과 함께 드럼이 박자를 찍어주면 그냥 그대로 고개를 내려 찍는다, 그렇게 흔들린다. 어떤 놈들은 꿈도 못 꿀 아주 멀고도 불가지한 발치에서 가볍게 잔을 부딪친다. 음악이란 이런 것이라며 바람에 몸을 맡긴다. 그들이 듣고 있는 것은 아주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다. 끔찍한 사랑이야기이다. 아주 인간적이다. 젠장 할 짐승 놈들은 이해 못할, 인간에게만 허락된 바람이다.
난 카혼을 바랬고, 그녀는 멜로디언을 바랬고, 그는 기타를 들고 있었다. 어찌 됐던 그 환락에 참여하고 싶은 바람이 온 몸을 주관했다. 기타 소리를 듣고 찾아오는 어린 아이들은 이미 튕겨지고 있는 기타줄을 조심스럽게 쓸어 낸다. 만약 그 주인의 성격이 고약했다면 큰 일 날 짓이다. 그는 착하다, 그래서 다행이다. 악기를 조금이라도 칠 수 있다면 그 환락에 더 깊게 참여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따라서 그 충동도 크다. 온 몸으로 뒹굴며 춤을 쳐도 해소 되지 않고 오히려 약간의 휘파람만으로 해소된다. 젠장 할 돌고래들은 카혼을 못 두들긴다. 난 카혼을 가져 왔고, 그녀에겐 멜로디언을 건넸다. 이 놀라운 특권을 나는 나무통을 치며 만족한다. 낭만적인 풍경과 소리에 마음속은 찬란한 노을이 진다. 부정할 수 없는 강렬한 것이 머리와 발 끝에 이른다. 내 손끝은 나무통을 두드림으로 이 모든 환락을, 참을 수 없는 것을 해소하려 애쓰고 있다. 손에는 멍이 들고, 고개는 미친듯이 돌려진다. 괴성을 지르지 않고는 못배기에 되었을 때 다 같은 순간에 이 모든 것을 토해낸다. 그 소리를 듣고 모인 무리는 서로 어깨를 잡고 그 주위를 돌며 가끔은 고꾸라질 정도로 무아지경 상태에 빠진다. 그러다가 기타는 크게 그 모든 줄을 혼란 시키고, 멜로디언은 참은 숨을 한 번에 불어 넣고, 카혼은 손바닥이 부러질 정도로 큰 파격을 줄 때, 그 한 때에 모두 “오와악”하고는 하늘을 향해 비명과 환호성 그 중간의 소리를 쏟아내고는 다같이 기절하며 뒤로 넘어져 버린다. 그 후 아주 미칠 정도로 다같이 평생을 웃고 나면 사후라 말하는 또 다른 현실에 들어와 서로를 부둥켜안는다. 남자는 남자의 갈비뼈를 끊을 작정이고 여자는 여자의 등을 살짝 토닥인다. 남녀는 간질간질한 분위기를 만들며 서로의 귀 옆쪽을 살짝 보다가 가끔 옆으로 시선을 옮기다, 그러다 딱 그 불들이 마주쳤을 때 새로운 전주가 시작되고 기타를 치는 이에 입에서 족장의 부르짖음이 들린다. 모두가 이에 응답한다.
같은 종류의 환락은 없다. 다만 모든 경우에 환락은 존재한다. 모두의 광기어린 튕김들이 모여 있던 환락의 바람은 이미 불어 가고 없지만 이제는 달려가는 차 속에서 [The Long And Winding Road]를 듣는다.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보통정도의 스피커와 계속 덜컹거리는 승차감 구린 이 차속에서 무척 구부러진 긴 길을 달린다. 밤은 어두웠고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흐름을 끊는 빨간 신호등 뿐이다. 마음에 들지 않아 눈을 감고는 그 빨간 불빛이 살짝이라도 아른거리지 않게 손을 다시 그 눈꺼풀 위에 올린다. 그대로 이상야릇한 기분을 내는 진동을 온 몸으로 맞으며 맹인이 된다. 그제서야 보이는 것은 뭔지 모르겠는 것들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다는 아주 쉬운 회의에 빠지지 못한다. 빨간 불 빛이 손과 눈꺼풀을 기어이 뚫어 내고는 눈에 그 색깔을 각인 시킨다. 맹인이 될 수도 없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본다. 그 무언가를 나라고 확정 지을 수는 없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분명 아무것도 없는데 젠장 할 빨간색이 분명 보인다. 그렇다고 나는 안 보인다. 이상하다, 이런 생각도 할 수가 없다. 귀에 울리는 진동이 다 잡아 먹다가 금새 끊긴다. 내가 실질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그렇다고 아무것도 인지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이 미칠 듯한 사실이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사실이다. 나로 하여금 인지할 수 밖에 없게 하는 것이 있으면서도 내가 인지를 하고 싶어 다가가는 것이 있다. 충격적인 것은 그 무엇도 인지할 수 없지만 분명 나는 인지하고 있다. 마치 불 빛이 전혀 보이지 않는 데도, 내가 손과 눈꺼풀로 가렸음에도 정말 맹인이 되었음에도 그 불이 아주 보이는 것이다. 어렴풋이 라는 표현을 쓸 수도 없다. 그 빨간 신호등을 보거나, 겁나게 뜨거운 태양 빛을 볼 때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차라리 맹인이었더라면, 차라리 한 쪽 눈이라도 뜨고 있었더라면. 난 실로암에 가서 씻을 수 있을 정도로 맹인이 아니면서도 외식할 정도로 눈 뜬 자도 아니다. 이 미칠 듯한 줄타기가 환락으로 이어진다. [Hey Jude] 그 흥얼거림에 나도 같이 소리지른다. 창문을 열고는 꽥꽥 소리지른다. 그렇게 모든 이상한 망상을 뒤로 보낸다. 매미가 울고 있다. 어떤 매미는 땅에 떨어지고 사람에게 밟혀 낙엽처럼 되어 버렸는데 저 참나무에 붙어 있는 매미는 울음소리로 꼬시다가 저 멀리 한 놈이 다른 소리를 듣고 날아가는 것을 본다. 분명 그 매미는 이런 사실을 보았고 패배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 매미 놈이 저 놈보다는 솜씨가 좋았다. 하지만 저 놈이 나보다 솜씨가 좋다. 창문을 닫고 노래도 꺼버렸다. 카혼이 없었다. 돌고래는 카혼을 치지 못한다는 헛소리를 할 수가 없었다. 저 매미가 나보다 노래를 잘 부른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의자를 뒤로 재치고는 누워 자버렸다. 저 놈은 이럴 능력이 없다.
눈을 뜨고 나니 환락은 전부 가시고 어느새 나오고 있는 라디오에는 뉴스소식이 들렸다. 어느 건물에 화재 방화문에 관련된 것이었다. 신식이었던 그 방화문은 안 쪽에서 퍼지는 불길을 막기 위해 문을 닫았고 때문에 문에 갇혀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방화 기계가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기 때문에 사람을 죽인 기계라며 난리가 난 것이다. 하지만 그 덕에 어림잡아 25명의 생명이 살 수 있었다. 이것까지가 기계의 개산었고 여기서 과연 그 기계가 맞는 판단을 하였는지 토론이 곧곧에서 열렸다. 이 뉴스에서는 한 정치인이 나와서는 사람의 목숨을 기계에 손에 맡기면 이런 일이 생긴다며 소리쳤다. 귀가 아팠다. 기계는 그저 개산만으로 모든 걸 퉁치지만 사람은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면 무모한 도전이라도 한다고 이런 것이 인간의 특별성이라며 입을 나불거렸다. 정작 지는 그 도전을 하지 않을 터였다. 그저 그 희생에 감사를 표한다고 정장입고 돌아다닐 것이다. 저 녀석을 분명 똑똑한 놈이다. 그럼에도 저런 무식한 말을 한다. 사람을 살릴 가능성은 마찬가지로 죽일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이번 건은 죽일 가능성이 더 컸다. 겁나게 이성적인 판단을 아주 꼴값을 떨면서 무시하고 욕한다. 저 녀석을 그냥 지래 겁먹은 것이다. 딱 확실히 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 4명의 사람의 생명을 희생할 지언정 25명의 생명을 취하는 것이 맞다고. 마지막으로 뉴스는 유가족들의 소송을 언급하며 꼭 승소하기를 빌겠다고 말한다. 그 방화문을 만드는 업체를 상대로 소송까지 건것이다. 알고보이 그 업체의 회장이 저 정치인놈 정당 반대편 주요인사의 아들놈이었다. 하여튼 용기 없는 쫄보들, 나는 기꺼이 그 문을 닫았을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해명을 요구하면 그 행위가 제일 올바른 행위였다고 고래고래 소리칠 것이다. 손가락 한 마디 까딱해서 문을 닫고 4명을 죽이며 25명을 살렸을 것이다.
반면 반대편의 정당에서는 업체쪽을 옹호하며 나와 똑같은 발언을 짓거릴 생각을 하니 우울해졌다. 그들의 목숨에 주목하는 것은 누구일까. 그 심정을 해아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헌데 솔직히 그런 행위도 의미가 없지 않은가. 유가족들은 계속 울고 있었다. 이런 맛있게 양념 쳐진 장면 만을 노출 시켰다. 하지만 이내 소송에 들어간 유가족도 그저 나의 가족의 죽음이 아닌 피해자의 죽음으로 단어가 바뀔 때 더 이상 그 죽음 만을 온전히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오로지 가족을 위할 것이라고, 가족의 한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다. 매우 직접적이고 생명 만을 바라보는 인간적인 모습이다. 다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동기와 행동이다. 무모하고 비이성적이다. 차라리 승소할 가능성이 보이면 돈을 보고 현재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이익을 챙기려는 동기였으면 모른다. 만약 그런 동기였다면 지금은 승소할 가능성이 없으니 다른 움직임을 취해야 한다. 그래, 어쩌면 아무도 그 죽음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 아주 우울하다. 하지만 죽음 자체에 관심이 가지는 행위 자체가 무쓸모다. 당신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차피 중요한 것은 죽은 생명자체가 아닌 그 주위를 둘러 싼 여러 시선들 아닌가. 뭐 공리주의니, 정의론이니 그딴거 말이다. 이글을 보는 사람의 요점정리도 여기에 맞춰지는 것 아니겠는가. 유가족들은 젠장 평생을 울지 모르지만 어쩔 수 없다. 사람은 원래 자신과 자신의 것에는 한없이 관대하지만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금방 문을 닫아 버린다. 나는 사람을 죽여도 사랑하지만, 아들놈이 몇명 해코지 한다고 해도 사랑해주지만. 저놈이 죽이면 짐승이고, 저놈이 내 아들 건드리면 짐승이다. 거참, 내 말은 이런 모든 것들이 아무런 쓸대가 없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결정과 이성적인 시선을 가리는 정말 쓸대가 없는 것이다.
라디오를 꺼버렸다. 너무 많은 잡생각을 했다. 무슨 노래를 틀지 휴대폰을 들었을 때 시간을 보았다. 약속 시간이 점점 다가왔다. 이대로면 늦을게 확실했다. 헌데 젠장할 신호등은 평생동안 빨간색이였다. 멈추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이 불의한 상황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어떤 기자가 이 모습을 보고 사진 찍어 보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강한 인상이 필요하다, 내 이성에서 나온 결론이다. 차 창문을 손으로 강하게 계속 두들겼다. 창문에 금이 갔다. 이정도면 주목받을 만 하다고 생각하며 계속 미칠 듯이 화를 냈다. 건물에 도착해서는 버러지 같은 엘레베이터 문도 제대로 작동을 안했다. 문좀 열려라. 발로 걷어 찼다. 자동차와 엘레베이터 수리비용으로 300민원이 넘게 요구됐다. 젠장하게 불의한 세상이 미웠다. [Help!] 그 노래 틀고는 환락에 잠겨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