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99C0B93B5B99963128)
알람브라 궁전으로 들어가는 아주 오래된 문 하나가 보입니다.
PUERTA DE BIBRAMBLA라고 하는 문입니다.
한때는 대단한 위용을 자랑했던 문이었겠지만, 지금은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도 않는 문이 되어버렸습니다.
나스르 왕조의 마지막 왕 보아브딜이 알람브라 궁전의 성문을 나와 모로코로 떠난 후 이 문도 사라지는 중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43A65345599192A08)
이제 우리는 아름다운 그라나다를 떠나 코르도바로 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가기 전에 잠시 그라나다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이번 여행에 그라나다를 선택한 것은 탁월한 결정이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궁전을 본 것은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더 아름답게 생각되는 이유는 바로 이곳을 떠나며 사라진 권력이기 때문이겠죠.
![](https://t1.daumcdn.net/cfile/blog/2505044B559943090F)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예술적 창조물의 하나이다.
알함브라의 요새는 가장 놀라운 건축물의 하나이고 궁전은 지금 세계에서 현존하는 아랍 궁전 중 최고이다.
낙원과 흐르는 물을 결합한 설계는 코란의 에덴동산을 구현한 것으로 이런 곳은 이 지구 상 어디에도 없다.”라고 한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54AF54D559942AA33)
어느 날 홀연히 이베리아 반도에 건너와 산 지 어언 800여 년.
그러다 1492년 1월 2일 카스티야 이사벨 여왕에게 붉은 성이라는 알람브라 궁전을 고스란히 물려주고 다시 홀연히 떠난
이 성의 주인이었던 무어족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달빛에 물든 신화처럼 나타났다가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이들이 그동안 이베리아 반도에서 살았던 보답으로 인류의 유산 하나를 선물로 그라나다에 남기고 떠났나 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36023405599432001)
그랬습니다.
"알람브라 궁전에서 눈이 먼다는 일보다 더 잔인한 일은 없다."
그랬기에 더 슬프고 더 애잔하고 기울어가는 나라를 바라보며 만든 궁전이기에 더욱 아름답게 만들려고 했을까요?
그들은 마치 꿈을 꾼 듯 그렇게 이곳에 살다 사라졌습니다.
장자의 호접지몽처럼 말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261CC465599441D03)
알람브라 궁전으로 들어가는 문 중, 정의의 문(또는 심판의 문 : Puerta de la Justicia)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 문이 예전에 알람브라 궁전으로 들어가는 정문이지 싶습니다.
그 문의 모습은 마치 어깨에 힘을 팍! 주고 서서 들어오려는 사람을 째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일부당관 만부막개(一夫當關, 萬夫莫開)란 말이 있습니다.
그러니 한 사람만 막아서도 만 명의 적군이 문을 열기 어렵다는 말이지 싶습니다.
강유가 검문관에서 위나라 군사를 노려보며 지켰듯이...
이백이 그 모습을 보고 촉도난(蜀道難)에서 쓴 글입니다.
만약, 이백이 이곳에 여행을 와 이 모습을 보았더라면 여기에서도 이 말을 했을 겁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4184C4C5599464B18)
문에는 다섯 개의 손가락이 새겨져 있습니다.
위의 사진 둥근 아치 위로 보시면 일부 긁어낸 듯 하지만 분명 손가락이 보입니다.
이는 코란의 다섯 개의 계율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네요.
즉 신앙증언, 예배, 구빈 종교세, 금식 그리고 메카 순례라고 했던가요?
![](https://t1.daumcdn.net/cfile/blog/24318B475599468835)
나중에 가톨릭이 점령한 후 입구에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상을 만들어 놓은 모습도 보입니다.
이슬람 궁전 입구 문에는 이슬람 글이 있고 그 위에 성모상이 보입니다.
이렇게 덧칠을 하면 음식으로 치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퓨전 음식이 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640FE50559946F90C)
이 문은 그냥 드나드는 문의 용도로만 사용하지는 않았겠지요.
문 위는 그야말로 망루로 사용하려고 만든 것일 겁니다.
이 문은 사실 이슬람의 무어족이 이곳에 들어오기 전부터 로마 제국이 만든 요새의 출입문이라고 합니다.
그 후 서고트 족이 들어와 마찬가지로 이곳에 군사 요새를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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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 출입문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 옮겨봅니다.
옛날 옛날 아주 오랜 옛날, 그라나다를 다스리던 왕에게는 아름다운 공주가 있었답니다.
그런데 늙은 마술사가 공주를 보고 첫눈에 뻑소리나게 가며 껄떡거렸나 봅니다.
어느 날 마술사는 마술로 공주를 납치하는 데 성공하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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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는 공주를 납치했지만, 남의 눈이 두려워 공주를 정의의 문 지하 동굴에 감추어버립니다.
그리고 마술로 공주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입구를 봉해버렸답니다.
그런데 공주는 그저 평범한 여자가 아니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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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리라라는 악기를 아주 잘 연주했고 그 연주로 말미암아 공주의 연주를 듣는 사람은 잠에 빠지는 힘을 지녔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공주가 연주하는 리라 소리 때문에 정의의 문 지하 어디에선가 꾸벅꾸벅 조는 마술사가 산다고 합니다.
정말 못난 마술사죠?
아마츄어처럼 왜 그래!!!
그렇게 힘들게 공주를 납치해놓고는 오히려 공주의 악기 연주에 빠져 아직도 첫날밤도 치르지 못하고 졸고만 있으니까요.
마치 추월선에 들어와 추월도 못 하고 오히려 더 늦게 주행하는 차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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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문을 통과하시는 분이 계시면 리라 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기울여보세요.
만약 그 소리가 들리신다면 졸음이 쏟아지실 겁니다.
그게 싫다면 이 문을 지나실 경우 귀를 막고 빨리 지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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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에도 이곳을 지키던 보초병들도 늘 꾸벅거리며 졸았다고 합니다.
워싱턴 어빙은 이 문으로 들어가며 여러 가지 상념에 빠졌을 겁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이 문을 통해 이곳 관리인으로부터 임시로 빌린 방으로 들어갔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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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는 잘 몰라도 알람브라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알람브라 궁전이 있는 그라나다가 이 말을 들었다면 얼마나 섭섭하겠습니까?
뭐 두 가지 다 몰라도 살아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기는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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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브라는 그라나다뿐 아니라 이베리아 반도는 물론 유럽에 있는 이슬람 건축물 가운데 단연 압도적으로
최고의 걸작으로 인정하는 궁전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사실, 무어인이 이곳 말고는 크게 세력을 키운 곳이 없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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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라는 도시에 왔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구경하고 갑니다.
우리 귀에도 익숙한 기타 연주였던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처럼 우리 부부도 이곳에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나 남기고
돌아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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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브라 궁전은 그라나다의 모든 것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지 싶습니다.
"도시를 굽어보는 언덕 위에 궁전이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습니다."라고 표현하면 아주 겸손한 표현이지 싶네요.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아주 거만하고 건방지게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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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세기부터 지금까지 그라나다라는 도시의 역사를 모두 굽어보고 있습니다.
그 이름만으로 알람브라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그라나다 역사의 산 증인이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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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뚝딱 지어낸 게 아니라 9세기 처음 성으로 삽질하기 시작해 1237년 나스르 왕조 초대 왕인 무하마드 1세가
그라나다 왕국을 선포하며 바로 이곳에 왕궁터를 잡은 게 시작이라네요.
이후 수세기에 걸쳐 역대 왕들은 계속 궁전을 보완하며 살았나 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22F0842559A1F1A16)
드디어 14세기에 이르러 나스르 왕조 7대 왕인 유수프 1세 때 지금의 나스르 궁전을 완성하게 되었다 합니다.
아마도 이 시기가 나스르 왕조의 최전성기였을 겁니다.
원래 최전성기에 오르면 이제 내려올 일만 생깁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54D6C3D559A1F2C17)
먹고살 만하면 서로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탐욕이 생기고 탐욕은 종국에는 자멸을 초래하지요.
점차 시들기 시작한 나스르 왕조의 기운은 1492년 레콩키스타로 이야기되는 기독교 세력 국토회복운동의 마지막 방점을
이곳 알람브라 궁전에서 찍겠다고 군사를 이끌고 밀어닥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213C0937559A1F3F28)
이에 왕은 이곳에서 마지막 결전을 하고 싶지만, 너무나도 사랑한 알람브라 궁전에 상처가 나는 게 마음 아파
조용히 전투 없이 물러나겠다고 하고 바다 건너 아프리카 땅으로 물러나며 덕분에 온전하게 남게 되었다네요.
참 아름다운 항복입니다.
마지막 떠나는 순간 "알라의 뜻대로 하옵소서."라는 말인 인샬라(ان شاء الله)를 생각했을까요?
아니면 스페인이니까 인샬라 대신 "ojalá (오할라)"라고 했지 싶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태양이 아무리 찬란하게 빛나도 시간이 지나면 지게 마련입니다.
그게 세상의 이치지 싶습니다.
이곳에서 이렇게 아름답게 꾸미고 살았던 무어족도 결국, 물러나고 맙니다.
한줄기 바람이 성긴 대숲을 지나치듯 말입니다.
이곳의 아름다움에 빠져 佳人의 알람브라 이야기는 내일도 좀 더 하려고 합니다.
첫댓글 알람브라 궁전처럼
저희들의 인생의 날들도 그렇게 지는 날도 있겠죠?
알람브라 궁전은 역사와 세계적문화 유산을 남겼을 남겼다지만
저는 과연 후세에 무엇을 유산으로 남기게 될까요?
그저 서민의 한 점에 불가한 저는 그저 그냥 그렇게 살다가 가게 될거 같네요.
오늘의 글을 읽으며
인생의 좋은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 참 의미있는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세상의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사라집니다.
우리 인간이란 해가 비치면 금방 사라지는 아침 이슬같은 존재가 아니겠어요?
굳이 후세에 무엇인가 남기려고 하지 마세요.
남긴다고 남아지는 게 아니랍니다.
그저 아직 오지않은 내일의 즐거움을 위해 살아가면 되지 싶습니다.
내일이란 우리 인생의 제일 좋은 날일 것이니까요.
제가 알람브라를 처음 알게된 것은 "프란시스코 타레가"의 기타곡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듣고 부터입니다. 처음 이 곡을 듣고 정말 푹 빠져서 저도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연주해보기 위해서 클래식 기타를 배울려고 했지만 손가락이 영 말을듣지 않아서 포기해버렸죠. ㅎㅎ
대신에 띵띵띵띵 하면서 감미롭게 시작되는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들으며 백과사전에서 알람브라 궁전을 찾아보고 아름다운 별나라에 온것처럼 느끼게 하는 천정의 장식이나 벽체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무늬를 보고 나중에 나도 저곳을 꼭 가보리라 생각했었습니다.
노래가 그곳 분위기와 어찌도 그리 잘 맞는지....
저도 그 곡을 들으며 신비주의에 빠지기도 했답니다.
여행의 시작은 정말 우연한 것이 계기가 되나 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1~2백년만 어떤지역에서 붙박이로 살면 거의 완전히 그곳에 동화되어 물이 섞이듯이 같은 물이 되는것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무어인들이 700 여년을 살았던 이 땅을 떠나는 것에 대해서 참 놀랍습니다.
아마도 종교 때문인것 같은데 종교는 물처럼 도저히 섞일 수는 없는가 봅니다.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가 전부 한뿌리에서 나온 것인데 왜 서로 어르렁 거리며 살아야 되는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종교가 없는 저로서는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은데 사랑이란것이 바탕에 깔려있는 종교들은 정작 서로 사랑하지 않고 너죽고 내살자 라고 죽기살기로 서로를 배척하는지. . . 원. . .쯧쯧. . .
그러게 말입니다.
그렇게 오래 살았으면 이미 동화되어 뿌리까지 깊게 내렸을 텐데...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는 노랫가사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이유가 종교가 분명합니다.
종교란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종교에 노예가 되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게 아닐까요?
라고 말하면 신앙을 가진 분은 정말 바보같은 사람이라고 하겠지요.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나 들으며 괜히 열받는 마음을 식혀야 겠습니다. ㅎㅎ
많은 연주중 이 연주가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https://youtu.be/9pUh62dK8UQ
나나 무스꾸리의 노래도 있더군요.
https://youtu.be/_e4VDAkijvE
PLAY
아주 멋진 곡을 듣습니다.
나양의 노래도 좋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도 신비한 영감을 주는 가수니까 아주 잘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