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문 선생님의 동시집 『저 눈빛』을 읽고
올곧게 사는 김진문 시인이 올곧은 마음을 모아 시집을 내었다. 서문에서 시인은 “목숨과 평화 자연을 주제로 쓴 이 동시집에는 무겁고. 질기고, 억세고, 딱딱한 내용이 많아서 꺼칠꺼칠하고 터박터벅하고 따끔따끔합니다.”하며 동시 맛을 미리 드러내어 두었다. 1980년대 사회에서 일어난 사건을 쓴 것, 자연에서 일하고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쓴 것 등 모두 독자들과 연결되어 있어 마음 불편하고 뒤가 켕기는 생각이 들 것이라 했다.
시를 읽어보니 그 말이 맞다. 우리는 옳지 못한 것들을 보며 살면서도 진실 되게 맞서 나서거나 제대로 살아보려고 마음 모으는 일에 인색해 왔다. 그런 우리에게 이 책 <저 눈빛>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책 제목이 된 시 <저 눈빛>부터 그렇다.
‘저 눈빛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라!’ 하는 외침은 우리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 삽화로 바라보고 있다. <오월의 꽃>도 그렇다. ‘곤봉으로, 총칼로 피투성이 된 죽음/ 지금도 그날 그 꽃들 같은 붉은 진달래 /또다시 피어난다.‘고 아픈 현실을 들춰내어 보여주고 있다. <강철 새>는 직장 잃은 노동자들이 철탑 위에 올라가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새들은 하늘을 날면서도/ 똥을 눈다는데. 똥은 어떻게 눌까?/ “해고 노동자 복직시켜라!/ 세상의 철탑이/ 모두 찬란한 깃발이 될 때까지/ 우리 아빠는/ 한 마리 강철 새가 되어/ 겨울 하늘을 날고 있다.’
수십 미터나 되는 철탑 위에 한 번 올라가면 다시 내려오기도 어려운데, 그 높은 곳에 올라가서 똥, 오줌도 못 누고 밥도 못 먹고 목숨 걸고 투쟁하는 아빠는 이 겨울날에 얼마나 고단할까? 해고된 사람들 문제만이 아니다. 무엇이 이들을 저 철탑 위의 새로 살게 하는가?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무관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울림을 준다. 사람뿐 아니라 무릇 생명 있는 것들과 우리를 품어주는 지구조차도 우리가 얼마나 배신하며 살고 있는지 보여준다.
<산양> 바위 벼랑 아래/ 올가미에 목이 걸려 죽은/ 산양 한 마리/ 산길 가던 나그네에게/ 못된 인간의 마음을 고발하듯/ 잠자듯 죽어 있는 산양아!// 동무들아! 다시는 이곳에 오지 말거라./깊은 산속/ 골짝 바위틈에다/ 꼭꼭 몸을 숨겨라!‘
이 시는 올무에 걸려 죽은 산양의 모습을 우리 앞에 헤쳐 놓고 생각하게 하는 시다.
<목숨 2>
새끼 밴 어미 소도 묻었단다/ 울음소리조차 묻었단다/빈 외양간에 자꾸 눈이 간단다/ 밤마다 눈에 밟힌단다.‘
이 시는 가축 감염병으로 살처분, 생매장한 우리들 모습을 펼쳐놓고 생각하게 하는 시다.
<태풍>
지구가 100개라도 모자란단다./ 우리가 그동안 지구를 너무 괴롭혔다/ 온갖 유리병.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들, 허연 거품들/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온 ‘경고장‘ 이다’
시인은 이렇게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시로, 우리의 정신을 가다듬게 하고, 사람답게 살라는 울림을 준다. 나의 부끄러움을 할퀴며 마음에 파도치듯 들어앉는 시들 모음집에 얼굴을 대고 용서를 빌어본다. 조금만이라도 좀 더 사람답게 둘레를 돌아보며 살아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