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방송에서 초보적인 앵커 시스템이 선보인 것은 1970년 10월, 취재기자들이 직접 등장하고 전달자인 메인 진행자가 나오는 체제를 갖춘 MBC ‘뉴스 데스크’였다. 앵커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30여년동안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여성앵커의 머리 스타일이다.
KBS ‘9뉴스’의 정세진과 주말뉴스의 최원정, MBC ‘뉴스데스크’의 김주하와 주말뉴스의 박혜진, SBS 8시뉴스의 김소원과 주말뉴스의 윤현진 등의 머리 모양이 모두 단발 스타일이다.
TV 뉴스는 감정과 개성이 있는 진행자에 의해 전달되는 특성을 갖고 있기에 활자로만 전달되는 신문 뉴스와 비교해 뉴스 전달자의 음성이나 용모, 태도로 인해 영향을 받는다. 이로 인해 TV뉴스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뉴스 전달자인 앵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또한 본격적인 영상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미지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더더욱 뉴스 앵커의 개성과 용모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는 뉴스 전달자의 핵심이다. 따라서 전달자의 외모, 말투, 헤어스타일, 의상 등 외형적인 것에 많은 영향을 받기에 여성앵커가 누구냐에 따라 뉴스 시청률이 영향을 받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방송사에선 오디션 등 다양한 절차를 통해 여성 앵커를 선발하고 여성 앵커들은 의상에서부터 헤어스타일까지 신경을 쓰게 된다.
뉴스는 공정성과 객관성, 속보성, 의미성으로 승부를 해야한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영상매체인 방송사의 뉴스는 전달자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KBS, MBC, SBS 여성 앵커들은 의상에서부터 헤어스타일에 이르기까지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방송의 모든 뉴스 여성 앵커들은 한결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단발머리 스타일이다. 그것도 30여년 이상 지속되는 것이다.
왜 그럴까. 방송내외적인 이유가 있다. 일단 뉴스의 신뢰성을 주기위해 단정한 머리 스타일을 고수하는 방송사의 경직된 분위기가 가장 큰 원인이다. 또한 프롬프터(뉴스 기사를 화면으로 보여주는 기계)를 읽는데 단발이 편하기때문이다. 머리가 흘러 프롬프터를 읽는데 방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방송환경이 변했다. 외국 방송의 앵커처럼 다양한 머리 모양을 하고도 공정성과 객관성, 의미성을 가진 뉴스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어쩌면 여성앵커들의 단발머리는 우리 방송사에 내재하고 있는 개성을 무시하는 뉴스 진행자에 대한 보수적인 분위기의 산물인지 모른다. 또한 뉴스 진행자에 대한 시청자의 경직된 시각역시 그 오랫동안 하나의 획일적인 단발머리를 고수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는 다양한 머리 모양을 한 외모만이라도 개성있는 여성 앵커를 볼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MBC김주하, KBS 정세진, SBS 김소원앵커(왼쪽부터)=MBC,KBS, SBS제공]
(배국남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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