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전투 / 나나오 사카키
엘런 긴즈버그에게
쿵 쿵 피잉 꽝
두꺼비가 간다 개구리 전투에 간다
쿵 쿵 피잉 꽝
젊은 나는 마음이 흐트러져 어리석은 숲에 들어갔다
미나미알프스 어느 산록 춘삼월 석양의 숲
문득 발밑을 바라보니 우글거리는 두꺼비
쿵 쿵 피잉 쾅
물정에 어두운 젊은 나는 단지 기막히고 그저 무서워서
달리지도 못하고 멈추지도 못하고 그들과 함께
쿵 쿵 피잉 꽝
어느 사이에 두꺼비들은 모습을 감추고
내 발밑으로 슬그머니 다가오는 어둠과 추위
별을 돌고 해를 돌아 지금은 기타알프스에서 멀지 않은 산속 생활 -
해빙 때까지 녹지 않고 굳어 버린 눈 사월의 골짜기를 걸어가면
마르지 않는 웅덩이 여기저기에
문득 시선을 빼앗는 투명 젤라틴의 기다란 끈
그 안에 검은 알갱이가 가득 -
이거야말로 목숨을 걸고 싸운 개구리 전투가 남겨 놓은 선물
이윽고 달이 차서 알 덩어리는 금세 올챙이의 검은 무리
제비꽃 산철쭉 화려해지는 오월의 숲 발길 닿는 대로 산책한
사람은 웅덩이에 웅크리고 앉아 눈 크게 뜨고 마음 크게 열어
장래가 기대되는 이 작은 것들을 향해 미소 짓는다
숲 속 높은 곳에서 떨어져 내리는 상냥한 벙어리뻐꾸기의 노래
골짜기 바닥에서 하늘로 울려 퍼지게 울어 대는 기생개구리
지금은 장미가 한창인 유월 중순
누구냐 우리의 영예의 길 찢어 버리고 트럭의 바퀴 자국
두꺼비 참개구리 그리고
아가미 선명한 검은 도룡뇽의 새끼들
뜰엉겅퀴 초롱꽃과 함께
짓눌리고 으깨어져 뿌리째 뽑혀 진흙에 매몰되고 -
학살당해 가엷다 트럭은 한 순간 사는 것들은 영원히
마음이 수수어져 우두커니 공허하게 서 있는 내 발밑
다시 시작되는 두꺼비의 행렬
쿵 쿵 피잉 쾅
두꺼비가 간다 개구리 전투 하러 나간다
쿵 쿵 피잉 쾅
그 행렬에 끼어드는 진흙투성이 남자 저런! 트럭을 짊어지고
쿵 쿵 피잉 쾅
다음은 트럭 공장 사장
"젊은이는 수륙양용 전차 운전을 배워야지"
직접 일장기 펄럭이는 전차를 타고
쿵 쿵 피잉 쾅
이어서 히틀러 트루먼 스탈린
위대한 선진국 정상들의 가슴을 장식하는
원자 핵탄두의 대훈장
쿵 쿵 피잉 쾅
그런데 원자력 산업 추진하는 여기 일본국의 높으신 분들
성자처럼 발가벗었네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폭탄재 몸에 바르고
쿵 쿵 피잉 쾅
그 뒤에서 수상한 과학자 저널리스트 문화인
그리고 수많은 중산계급 즉 기회주의자
손에 손잡고 예 어서 웃으세요 제3차 세계대전의 폐허를
쿵 쿵 피잉 쾅
온다 아직도 온다
저런! 퇴비 짊어진 아키라 군 큰 도끼 둘러멘 유지로 군
방직기 끌고 가는 게이 언니 장작개비를 나르는 절름발이 아키
보브는 기타와 물소 준은 드럼과 물고기 작살
이사무는 그림물감과 상냥한 입가 맨 뒤는
저런! 나나오 자가제 두부 폭탄 손에 들고
쿵 쿵 피잉 쾅
두꺼비가 간다 개구리 전투 하러 나간다
쿵 쿵 피잉 쾅
숲 속 높은 곳에서 떨어져 내리는 상냥한 벙어리뻐꾸기의 노래
골짜기 바닥에서 하늘로 울려 퍼지게 울어 대는 기생개구리
지금은 장마가 한창인 때
1983. 하지
신슈 이쿠사카 촌
1. 개구리 전투 :군집한 개구리나 두꺼비가 일제히 앞다투어 교미하는 모습을 가리키며, 암컷을 자차지하려는 수컷의 쟁탈전이 인간의 전투와 비슷하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2. 미나미알프스 : '일본 알프스'는 일본 혼슈 중앙에 위치한 세 개의 산맥을 이르는데, 히다 산맥이 기타(北)알프스, 기소 산맥이 주오(中央)알프스, 아카이시 산맥이 미나미(南)알프스이다. 1881년 간행된 <일본 안내>에 알스스와 관련해 소개한 명칭에서 유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