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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이만희(오른쪽)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안위 전체회의 도중 국정감사 증인 및 참고인 출석과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야가 다음 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업인 등 민간인들을 마구잡이로 국회로 부르는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다. 산자위에서만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네이버의 사장급 임원 등 17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토위에선 야당 의원 한 사람이 10대 건설사 사장 전원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등 여야가 100명에 육박하는 명단을 놓고 줄다리기 중이다. 환노위는 기업인 증인 22명 명단을 확정했고, 정무위는 5대 시중은행장을 모두 증인으로 부른다.
농해수위는 주한 일본 대사와 중국 대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에 대한 입장을 묻겠다는 것인데 외국 대사를 국감장에 불러 세우는 게 외교적으로 적절한지 의문이다. 법사위에선 여야가 대통령 부인과 야당 대표 부인,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모 법사의 증인 채택 문제로 대치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풍경이지만 개선되는 게 아니라 점점 도를 더해 간다.
특히 기업인들에 대한 출석 요구는 지나치다.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은 17대 국회에서 연평균 52명이던 것이 18대 국회 77명, 19대 국회 125명, 20대 국회 159명으로 계속 늘었다. 1~2분 대답을 듣자고 온종일 대기시키고, 다짜고짜 호통을 치는가 하면 담당 분야와 무관한 질문을 던지는 일이 매년 되풀이됐다. 부르기만 하고 아무 질문도 없이 끝나는 일도 허다하다. 물밑에선 증인에서 빼주는 대가로 지역구 민원을 부탁하는 식의 거래도 자주 벌어진다고 한다. 기업들은 이때만 되면 해외 출장 등으로 국감 망신을 피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다. 이게 무슨 낭비인가.
국정감사는 권위주의 시절 국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을 때 입법부가 행정부의 국정을 살펴보기 위한 기회로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 국회는 거의 상시적으로 열리고 있어 상임위를 통해 언제든 행정부 국정을 감시할 수 있다. 지금 국정감사를 따로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필요가 있다면 기업인들에게 힘을 과시해야 하는 의원들의 필요가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