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센트파크의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저수지쪽 입구에서 출발해 서쪽 허드슨강 쪽으로 도로를 따라 500m를 가면 교차로 한편에 높게 솟은 붉은색 교회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암스테르담 애비뉴와 웨스트 86번가 교차에 놓인 웨스트 파크 장로교회(West Park Presbyterian Church)다. 현재 교회 건물 외부에는 1층 정도 높이의 안전 펜스가 둘러쳐져 있고 외벽 일부는 떨어져 나가 위태로워 보인다. 지난 133년간 뉴요커들에게 사랑 받아온 이 역사적 건축물이 재정적 어려움으로 자체매각을 추진하자, 할리우드 배우까지 가세한 보존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1890년 완공된 로마네스크풍의 이 교회는 저명 유대계 건축가인 레오폴드 아이드리츠(Eidlitz)가 설계했다. 맨해튼에서 보기 힘든 붉은 사암으로 만들어져, 초고층 철근 콘크리트 스카이라인에 익숙한 뉴욕 시민과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교회는 2000년대 들어 교인 숫자가 줄기 시작하면서 큰 어려움에 빠졌다. 오래된 건물이라 스프링클러와 화재 경보기가 없고 외벽에 금이 가는 등 안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막대한 수리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2010년 1월 뉴욕시 랜드마크 보존 위원회는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인정해 이 교회를 랜드마크로 지정했다. 랜드마크로 지정돼 교회 측이 마음대로 건물을 부수거나 매각할 수 없고 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는 동안 교회는 점차 쪼그라들어 교인 수가 12명에 불과해졌고, 지난 2017년부터는 전임 목사를 둘 만한 재정적 여유도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자 교회 내에서 “차라리 교회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높은 건물을 올려 건물의 안정성 문제와 재정적 상황을 함께 해결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교회 측은 “건물을 모두 수리하려면 5000만달러(약 650억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감당할 수 없으니 차라리 부동산 개발 회사에 3300만달러(약 430억원)에 매각해 개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회를 현 상태로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교회가 그동안 예술인들에게 공연 장소를 제공하는 한편 성소수자 포용 활동이 이뤄지는 등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교회 인근에 사는 배우 ‘헐크’ 마크 러팔로, 웬델 피어스, 에이미 슈머 등이 “뉴욕시의 역사를 지켜내고 싶다”면서 교회 보존을 위한 모금 활동을 벌이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현재 교회 측에서는 위원회에 ‘랜드마크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신청을 한 상태다. 그래야 매각 등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금까지 위원회는 19건의 이의 신청을 받아 이 중 13건을 승인했다”면서 이번 건의 경우 특수성 때문에 랜드마크 지정 취소가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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