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漢詩 한 수, <동산에서 매미 소리를 듣다>
不敢傍高柳(불감방고류) 감히 높은 버들 곁에 가지 못함은
恐驚枝上蟬(공경지상선) 그 가지 위 매미를 놀래킬까 봐
莫敎移別樹(막교이별수) 다른 나무로 옮겨 가게 하지 마라
好聽一聲全(호청일성전) 한 곡조 끝까지 듣고 싶단다
輕蛻草間遺(경태초간유) 가벼운 허물은 풀 위에 벗어 두고
淸吟枝上嘒(청음지상혜) 맑은 노래는 가지 사이에 가냘프구나
聆音不見刑(령음불견형) 소리는 들리는데 모습은 보이지 않네
綠葉深深翳(녹엽심심예) 푸른 잎에 깊이깊이 가려 있어서
-<원중문선(園中問蟬)>, 이규보(李奎報, 1168-1241)
40년 마감 시간에 쫓기다 만화가 박수동(朴水東.81)씨는 2008년 충북 음성의 한 야산으로 이사 갔다. 명랑만화 ‘고인돌’로 유명한 박씨는 “어휴, 지긋지긋해 자유를 찾아 도망왔다”고 말했다. 술 좋아하는 박씨는 이백이나 두보 같은 술꾼 시인의 음주시(詩)를 또한 사랑했다. “우리나라 술꾼 시인은 없을까?” 그러다 고려 문인 이규보에게 매료됐다. “무게 잡는 한시(漢詩)와 거리가 먼 여유와 해학”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한 게 이른바 ‘한만시’다. 이규보가 남긴 한시와 만화의 결합. “취미 삼아 2~3년 전부터 화첩에 끄적였다. 술 한잔 걸치고 그리기도 했다.” 화집 10권 분량이 쌓였다. ‘고인돌’에서 보여준 특유의 익살이 여백 큰 시적 정취와 만나 고졸한 수채화를 이룩한다. 일련의 그림을 서울 팔판동 아트파크에서 30일까지 처음 선보인다. ‘철인 캉타우’ 만화가 이정문과의 2인전으로, 박수동·이정문·이두호·윤승운·고(故) 신문수 5인이 합동으로 그린 마지막 그림도 최초 공개된다.
올여름, 이규보의 ‘동산에서 매미 소리를 듣다’를 읽던 박씨는 붓을 들었다.
“감히 높은 버들 곁에 가지 못함은
그 가지 위 매미를 놀래킬까 봐
다른 나무로 옮겨 가게 하지 마라
한 곡조 끝까지 듣고 싶단다.”
그림 속 노인이 버드나무 뒤에 숨어 매미 소리에 귀 기울인다. 간밤 큰 비에도 건재한 여름의 노래에 안도하며.
✵ 이규보(李奎報, 1168(의종 22)-1241(고종 28)는 16세부터 기성문인들인 강좌칠현(江左七賢)과 기맥이 상통해 그 시회(詩會)에 출입하였다. 1189년(명종 19) 사마시(司馬試)에 합격하고, 이듬해 예부시(禮部試)에 동진사(同進士)로 급제하였다. 그러나 관직을 받지 못하자, 25세 때 개경의 천마산(天磨山)에 들어가 시문을 짓는 등 세상을 관조하며 지냈다. 백운거사(白雲居士)라는 호는 이 시기에 지은 것이었다.
개경에서 빈궁한 생활에 쪼들리며 벼슬에 나가지 못함을 한탄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사회와 국가의식이 촉발되어 「동명왕편(東明王篇)」과 「개원천보영사시(開元天寶詠史詩)」 등을 지었다. 1197년(명종 27) 조영인(趙永仁)·임유(任濡)·최선(崔詵) 등 최충헌(崔忠獻) 정권의 요직자들에게 관직을 구하는 편지를 썼고, 32세가 되어서야 최충헌의 초청시회(招請詩會)에서 그를 국가적인 대공로자로 칭송하는 시를 짓고 관직을 얻게 되었다.
1202년(신종 5) 동경(東京: 현재 경상북도 경주)과 청도 운문산(雲門山) 일대의 농민폭동진압군의 수제원(修製員)으로 자원하여 종군하여, 현지에서 각종 재초제문(齋醮祭文)과 격문(檄文), 그리고 상관에의 건의문 등을 썼다.
1207년(희종 3) 이인로(李仁老)·이공로(李公老)·이윤보(李允甫)·김양경(金良鏡)·김군수(金君綬) 등과 겨루었던 「모정기(茅亭記)」가 최충헌을 만족시켜 직한림(直翰林)에 임명되었다. 최충헌이 죽은 이후에는 최우(崔瑀, 최이(崔怡)로 개명)의 후견을 받았으며, 몽고에 대한 국서(國書) 작성을 전담하였다. 몽고침입으로 고려 조정이 강화도로 수도를 옮기자 함께 따라갔다가 결국 그곳에서 74세의 나이로 죽었다. 묘는 강화도에 있다.
시풍(詩風)은 호탕 활달하였으며, 벼슬에 임명될 때마다 그 감상을 읊은 즉흥시가 유명하다. 몽골군의 침입을 진정표(陳情表)로써 격퇴한 명문장가였다. 시·술·거문고를 즐겨 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이라 자칭했으며, 만년에 불교에 귀의했다. 저서에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백운소설(白雲小說)』, 『국선생전(麴先生傳)』 등이 있으며, 작품으로 시(詩)에 「천마산시(天摩山詩)」, 「모중서회(慕中書懷)」, 「고시십팔운(古詩十八韻)」, 「초입한림시(初入翰林詩)」, 「공작(孔雀)」, 「재입옥당시(再入玉堂詩)」, 「초배정언시(初拜正言詩)」, 「동명왕편(東明王篇)」, 문(文)에 「모정기(茅亭記)」, 「대장경각판군신기고문(大藏經刻板君臣祈告文)」 등이 있다.
참고문헌 및 출처: 조선일보 2022년 08월 10일(수) 문화 · 라이프 〉 문화일반 [이 한장의 만화] , Daum·Naver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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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봉산 정현욱 님
한시를 제대로 번역한다는것이 쉽지않아서인지 어색한 번역시를 가끔 보아왔는데 고려 문인 이규보의 이 시는 번역이 잘돼서인지 실감나게 읽을수있어 좋네요
더욱이 만화가 박수동이 하필이면 우리나라의 酒好詩人을 찾아내 최초라 생각되는 소위 漢漫詩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이채롭고 실제 그림으로 보니 더 실감이 나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