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배관부품 전문 제조업체의 대항해, 영남메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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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16-12-09 | 작성자 | 김주선 |
국가 | 일본 | ||
기업명 | 영남메탈 | ||
배관부품 전문 제조업체의 대항해, 영남메탈 - 나는 날마다 깊어진다 -
□ 터닝 포인트: 바다에서 육지로
나는 바다를 천직으로 여겼다. 그래서 해기사(海技士)의 요람, ‘부산해양고등학교’ 선박기관학과에 공부한 뒤 1962년 배에 올랐다. 승선경력이 10~12년 이상은 돼야 할 수 있는 기관장도 7년 만에 맡게 된 나는 1984년 운명을 바꾸는 조우를 하게 된다.
“김상열 기관장~ 여기 파이프 라인 좀 봐주게~” “Oh, no~ 이건 기관장이 나설 문제가 아닙니다~” “배관에 틈이 생겼는데, 이걸 기관장이 해야지 누가 합니까? 우리 기관장이 나이는 젊어도 실력은 뛰어납니다~” “Skill is not important~ 이 문제는 ‘커플링(coupling)’만 있으면 해결됩니다~”
지중해 연안에서 발생한 선박 기관실 누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유럽의 엔지니어가 갖고 온 ‘커플링’이라는 부품은 놀라웠다. 일반적으로 배관에 구멍이 생기면 용접을 하거나 로프로 임시로 감아서 기관의 운전 연결을 다시 해야 하는데, 번거롭고 까다로운 이 방법 대신 2개의 배관을 연결하고, 볼트만 잠그면 배관이 간편하게 연결하는 부품이 나온 것이다. 스위스의 파이프 공급업체가 세계 최초로 만든 ‘커플링’을 보고, ‘이 제품을 우리나라에서 만들 수 있다면 바다는 물론이고 다른 산업 현장에서도 작업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난 것이다.
□ 혁신으로 가는 항해
승선 휴가를 내서 귀국한 나는 ‘현대중공업’을 방문해서 배관과 배관을 연결하는 ‘커플링’이 모든 선박에 사용될 수 있는지 문의했다. ‘현대중공업’에서 적용해 본 결과, 선박 구조에 잘 맞는다는 평가가 나왔다. ‘커플링’에 확신을 가진 나는 1986년 배를 떠나 육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자’는 바람에서 회사 이름을 ‘이익을 균등하게 나눈다’는 뜻의 ‘이화(利和)산업’으로 짓고, 배관 이음부속인 ‘파이프 커플링(Pipe Coupling)’ 개발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커플링’ 개발이었기에, 나에게는 선생님이 없었다. 대리점을 통해 스위스 업체가 만든 소구경(小口徑) 2개를 지중해에서 들여와서 부품 하나 하나를 분석하면서 원리를 파악했다. 구조를 이해한 뒤에는 납판으로 형상을 만들어 보고, 배가 가진 기능을 발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박기관에 적용해 보았다. 성능에는 이상이 없는지, 직접 배를 움직여 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수정하기를 2년여, 마침내 스테인리스 스틸로 ‘소구경 파이프 커플링’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 먼저 최고가 되자
제품이 나오자,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이때부터 개발에 속도를 내며 조선 기자재용 ‘파이프 커플링’, 상하수도 신설·보수 공정, 화학 플랜트 건설 공정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간단하게 파이프를 연결하는 제품 등을 선보였다. 특허청으로부터 6개의 국내 특허와 실용신안, 의장 등록도 취득했다.
하지만 나의 시선은 더 먼 곳을 향해 있었다. 나의 목표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의 조선, 발전소, 화학산업, 석유산업, 주택, 건설 등 지구촌 곳곳에서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작은 기업이 세계를 무대로 뛰기 위해서는 최고가 돼야 된다. 그리고 이를 입증할 국제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세계 유명 선급협회 승인에 도전했다.
선박의 안전과 환경을 위해서는 세계가 인정하는 국가들의 조선 선급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유명 선급협회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국제선급연합회(IACS) 규정, 해상에서의 인명 안전을 위한 국제협약(SOLAS 74) 규정, 국제해양기구(IMO) 규정 등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이 조건이 충족되면 그제야 시험이 실시되는데, 각국 선급에서 파견한 검사관의 입회하에 진행되는 시험은 3~6개월 정도 소요된다.
기술력이 없으면 도전 자체가 불가능한 각국 선급협회의 형식승인에 나선 우리 회사는 1993년, 노르웨이 선급협회(DNV) 형식 승인을 시작으로 독일 GL, 영국 LR, 미국의 ABS, 프랑스 BV, 이탈리아 RINA, 일본 NK, 중국 CCS, 러시아 MRS 등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선급협회의 승인을 모두 취득하며 품질을 인정받았다.
□ 수출의 바다를 건너라
수출에 필요한 조건을 모두 갖춘 우리 회사는 해외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1995년에는 ‘㈜영남메탈’로 법인 전환하며 수출을 본격화했다. 우리 회사의 첫 수출국은 U.A.E.(아랍 에미리트)였다. 사막에 기적의 도시를 세운 두바이는 모래 밑에 파이프라인을 설치해서 매일 물을 공급하며 야자나무 등 가로수를 재배했는데, 이 물을 공급하는 배관 라인에 수출한 것이다.
수출을 처음 할 때는 어려움도 많았다. 뱃사람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수출 선적부터 대금 결제까지, 수출의 모든 단계가 낯설었다. 그래서 부산 경성대학교 무역대학원 무역학과 최고 경영자 과정도 수료하고, KOTRA를 비롯한 국가 기관의 도움을 받아서 수출 환경조사, 수출입 지원제도활용, 신규 바이어 발굴, 상담, 계약, 선적 후 처리, 국가별 대리판매처 지정과 네트워크 구성 등 무역업무 전반을 익히며 수출길을 넓혀갔다. 그 결과 지금은 북·남미, 동남아, 중동, 중국, 네덜란드 등 40여 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 KOTRA, 그 이름의 가치
‘영남메탈’이 KOTRA 지사화사업에 가입한 것은 6년 전이었다. 2009년 ‘경남도 해외무역 사절단’으로 참가하며 중소기업이 기술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수출업무의 미숙함, 언어, 문화 등의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서 KOTRA에서 지사화사업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영남메탈’은 2000년부터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계속된 거래 시도에도 불구하고 일본 ‘커플링’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1위 업체는 만나기 힘들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영남메탈’은 2010년 KOTRA 도쿄 무역관에 지사화 사업을 신청했다.
“김상열 대표님, 저희 무역관에서 어떤 지원을 받고 싶으세요?” “이름값을 해주십시오~” “네?” “‘대한무역진흥공사’라는 이름의 가치를 빛내주십시오. 우리같은 중소기업은 기술력이 있어도 지명도가 낮아서 이름값에서 밀립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 기관인 KOTRA가 나서면 다르지 않겠습니까? ‘영남메탈’ 뒤에 대한민국이 있는데, 누가 한국 정부가 인정한 기업을 가볍게 보겠습니까?”
KOTRA 지사화 사업을 이용하면 KOTRA 무역관이 중소기업의 해외 마케팅 기능을 수행한다. 중요한 것은 해외 현지 바이어 발굴, 비즈니스 상담대행 등이 모두 KOTRA의 이름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지사화 사업’이라는 말 그대로 KOTRA가 중소기업의 해외지사가 되니,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해외 기업의 신뢰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술력은 세계적인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브랜드 파워는 떨어졌던 우리 회사는 지사화 사업을 신청하면서 KOTRA라는 이름이 주는 가치에 기대를 걸었다. 바람은 적중했다. 지사화사업 이후, ‘영남메탈’의 메시지가 KOTRA의 이름으로 전해지자, 일본 업체가 드디어 반응하며 2011년 첫 미팅이 이루어졌다.
□ 고정관념을 깬 제품으로 철옹성을 열다
첫 만남은 일본 No.1 업체와 대면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 후 수차례 도쿄 무역관에서 미팅을 주선하고, ‘영남메탈’의 기술력과 진정성을 전달했지만 이미 최고 품질의 ‘커플링’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업체는 거래에 응하지 않았다. 이때 ‘영남메탈’이 던진 승부수는 ‘에코 커플링’이었다.
2010년 개발을 시작한 ‘그린 커플링’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커플링’이다. 내구성은 스테인리스 ‘커플링’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제작과정을 크게 줄여서 가격을 35%나 낮춘 ‘그린 커플링’은 우리 회사의 야심작이다. 플라스틱을 스테인리스 경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수많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스테인리스 몸체의 95% 경도에 달하는 ‘그린 커플링’을 소개하자 일본업체는 눈을 반짝이며 우리 회사의 기술력에 관심을 보였다.
그 후 1년 반 동안 테스트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일본지역 총대리점으로 계약을 맺자’며 손을 내밀었고, 현재는 신제품을 함께 개발할 정도로 긴밀한 사업 파트너가 됐다.
□ 한 우물만 깊이 파면 맑은 물이 나온다
내가 오랜 시간 가슴에 품어온 말이 있다.
‘한 우물만 깊이 파면 맑은 물이 나온다’
한 세대가 지나는 시간인 30년 동안 기업을 운영하면서 IMF 외환위기, 원자재 파동(스테인리스스틸, 고무) 같은 어려운 순간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미련할 정도로 ‘커플링’ 기술개발에 매진하며 깊이를 더했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듯, 날마다 조금씩 깊어지는 것이 세계라는 수출 시장을 항해하는 나의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더 깊어지며, 세계라는 바다로 출항한다.
“거래가 되든 안 되든 이렇게 상담할 수 있는 것만도 영광입니다.”
김상열 영남메탈 사장은 엔지니어 시절 우러러보던 일본 쇼본드사를 거래파트너로 만났을 때를 잊을 수 없다. 김상열 사장은 배의 엔진 등을 수리하던 엔지니어였다. 어느 날 항해 중 배관에 구멍이 생겨 긴급사태가 발생했는데 이때 배관과 배관을 연결하는 커플링 하나로 손쉽게 누수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당시 한국에 없었던 커플링 제조를 결심하게 된 계기다. 1986년 처음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했을 때 일본의 쇼본드사를 처음 접했고 뛰어난 품질에 감탄했었다. 당시 쇼본드사는 제품을 이미 한국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런 업체를 시간이 흘러 직접 상대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슴에서 뜨거운 무엇인가가 올라왔다. 김 사장은 2002년 일본의 히타치메탈사와 함께 배관용 커플링 개발을 완료하고 OEM으로 납품을 시작했다. 영남메탈사의 주력 제품은 배관과 배관을 연결하는 스테인리스 커플링. 일본에는 동종제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가 3개사로 그중 하나가 히타치메탈이고, 나머지는 일본 1위 업체인 쇼본드커플링과 3위 업체인 아톰사가 있다. 영남메탈은 일본 납품 실적이 2010년 이전까지는 히타치와 거래가 유일했고, 좀처럼 매출이 늘지 않는 영업 한계에 봉착했다. 초기에는 일본의 유통업체와 손잡고 판매하는 것을 추진했지만, 대량발주는 대부분 제조사에 직접 이뤄졌다. 김 사장은 제조사를 통하지 않고는 일본에서 판매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1위 업체인 쇼본드사를 찾아 나섰다. 초기에는 매번 외면만 당했다.
“아무리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가지고 제안을 해도 바이어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죠. 발상을 전환해서 지금까지 없었던 신제품을 만들어 제안했고, 결국 일본 배관용 커플링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쇼본드에서도 일본지역 총대리점으로 계약을 하자고 손을 내밀더군요.” _ 김상열 사장
영남메탈은 쇼본드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기술력으로 승부했다. 많은 반대에 부딪혔지만 이겨내고 탄생한 ‘그린커플링’이 그것. 그린커플링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기존의 스테인리스 커플링보다 내구성은 약간 떨어지지만, 제작과정을 크게 줄여 가격을 기존 제품보다 35%나 낮추는 데 성공했다. 2010년 플라스틱 커플링 개발을 시작할 때 사내에서도 반대가 심했다. 현재 스테인리스 제품 판매가 잘 되고 있는데 플라스틱 제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느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다른 재질이나 디자인을 테스트하는 과정만 2년의 시간이 투자됐다. 재질을 변경하면 경도가 올라오지 않아 고전하는 등 실패를 거듭한 끝에 스테인리스 몸체의 95% 경도에 달하는 플라스틱 커플링을 개발했다.
“아무리 제안을 하고 설명을 해도 요지부동이었지만 그린커플링을 보고 우리 회사 기술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죠. 쇼본드에서 그린커플링을 1년 반 이상 테스트를 해보고 결국 일본 판매 총대리점 역할을 하겠다고 결정하더군요. 2차에 걸친 국내 공장 실사까지 거친 후 계약서를 작성했죠.”
김 사장은 세계시장의 높은 경쟁의 벽을 허물고,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이기 위한 과감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는 한국수자원공사, 서울특별시 상수도 연구원과 함께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을 하고 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공장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출처: 지사화 우수 사례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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