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이 서울 중구 당협위원장 공모에서 탈락했다는 얘기가 돌면서 새누리당이 시끄럽습니다.
중구 당협위원장을 두고선 나경원과 지상욱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이 경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경원을 탈락시키고 지상욱을 당협위원장에 앉히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 것입니다.
당 지도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 문제를 두고 당내 계파 갈등까지 벌어질 조짐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경원 전 의원이 중구당협위원장에 내정됐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언론에 보도까지 됐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방향을 바꾼 겁니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친박 주류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아니냐”이란 얘기가 당 안팎에서 나옵니다. 한 관계자는 “나경원으로 사실상 결정됐는데 돌려놓은 것으로 봐서 상당한 파워가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나경원을 탈락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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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0월 서울시장에 출마한 나경원이 거리 유세를 하고있다.
당협위원장 결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이야기의 구도는 대충 이렇습니다.
“다음 당 대표는 2016년에 치러지는 20대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청와대와 친박주류가 차기 당 대표에는 무조건 친박계 인사를 당선시키려 한다. 청와대와 친박 주류가 벌써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섰다. 그 일환으로 당 대표 선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갖는 당협위원장 자리에는 가급적 친박계 인사들을 앉히려한다. 서울 중구의 경우 친이계 나경원이 아니라 지상욱을 앉히려는 것은 그래서다. 공석인 다른 지역 당협위원장 자리에도 친박계 인사들을 임명해 당 대표 경선을 대비하고 있다.”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런 기류를 반영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구 당협위원장에 지상욱 전 대변인이 내정됐다면 매우 잘못됐다. 나경원 전 의원은 각종 선거 때마다 전국 지구당에서 지원 요청이 쇄도하고, 대중적 지지도가 높다는 것을 누구나 아는데, 탈락시켰다면 총선 경쟁력이 기준이 아닌 자기 편이냐, 아니냐라는 얄팍한 계산 때문이다. 나 전 의원을 탈락시킬 경우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파벌적 이익을 따지는 속좁은 정당으로 인식돼 지방선거에서 여성표를 흡수하는데 차질이 빚어질 것이다.”
물론 친박계 홍문종 사무총장은 “황당무계한 소설일 뿐”이라며 “계파 의식을 가지고 당협위원장을 선정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복귀 계획에 차질 생긴 나경원나경원 전 의원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출마했다가 박원순 시장에게 고배를 마신 이래 정치적 휴지기를 맞았습니다. 17ㆍ18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잘 나갔던 그는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주가가 급락합니다.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여러 상처도 입었습니다. ‘연회비 1억 원 피부클리닉 출입 논란’과 ‘기소청탁사건’ 등이 대표적입니다. 결국 그는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후 2013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으며 정치권과 거리를 뒀습니다.
오는 6월 지방선거 출마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는 손사래를 쳤습니다. 내후년20대 총선을 통해 다시 국회로 돌아오겠다는 장기 포석을 둔 것 같습니다. 중구 당협위원장이 돼서 다음 총선에 나설 계획을 세웠던 겁니다. 하지만 중구 당협위원장이 되지 못하면 그의 복귀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집니다.
미인(美人)들은 함께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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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과 나경원의 관계는 그리 좋지 못했다.
여의도 시절 박근혜 대통령과 나 전 위원의 관계는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여권 사람들은 “미인(美人)들은 함께 하지 못한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나 전 의원은 새누리당 내에서 ‘친이계’로 분류됐습니다. 2007년 한나라당에서 대통령 후보를 놓고 박근혜-이명박 경선전이 벌어졌을 때 그는 당시 당 대변인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중립’을 표방합니다.
하지만 실제론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당시 친박 진영에선 “내놓고 친이계 활동을 하는 사람보다 겉으로 중립을 표방하면서 실제론 저쪽을 돕는 사람들이 더 밉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당시 강재섭 당대표를 비롯해 이명박 정부 시절 잘 나갔던 박재완 전 장관(당시 대표 비서실장) 등을 겨냥한 것입니다. 나경원도 그런 케이스입니다. 친박 진영에선 그를 탐탁지 않게 여겼습니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때 박 대통령이 지원 유세를 가는 것을 두고도 친박 진영에서 반대가 많았습니다. “뭐하러 나경원을 지원하느냐”며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친박계 인사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구원(舊怨)이 이번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선 나경원의 정치적 시련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첫댓글 경원이 아줌마 정치 보다 이쁜아이 잘키우는것도 보람 있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