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옛적 저 멀리 절라도 남원골 근처 고을에 한사람이 살았는디
심술이 많기로 근동간에 소문이 파다한기라 오죽하면 동리사람들이 매양 걱정을
근디 때는 가을이라 오곡이 무루익고 들에는 잘익은 곡식들이 따가운 햇볏에
고개를 숙이고 동녘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에 살랑살랑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윗집 바람난 아가씨 궁둥짝 흔들듯 흔들 흔들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계절에
넓은 평야 지평선 저 넘어 조그만 마을에 사는 놀부성씨를 쓰는 사람이
추수할 철이 도라와도 무슨 바람이 들어 들에 있는 곡식을 거두어들일 생각은 않고
무엇이 그러키나 좋은지 몇일 전부터 싱글 벙글이라 저사람이 혹 실성을 했나
아님 요즘 쩐버리를 몬해 못먹을 거슬 먹어 저러나
도무지 영문을 알길이 없어 매양 애를 태우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디
하루는 이양반 예쁜옷 차려입고 걸망하나 달랑 짊어지고
가보세를 외치며 길을 재촉하는게 아인가!
해서 매양 굼금해 하던터라 춘광양반께서 소리 높혀 물어보는디 어이 놀부양반
어디를 그리 바삐 싱글벙글 거리며 가시는 것이오 이렇게 이른 아측부텀 하고
물어보니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행복을 찿아 간다 안임니꺼
그래 어디서 행복을 준다고 하오 하고 물어보니
대전에 있는 둔산골이라 캄서 길을 재촉 하는게 안인가
행복을 누가주는데 이양반 놀부님에 말씀이 걸짝 인 기라
그람 내 말 쪼까 들어보소 하고! 을퍼 대는디 말인즉슨 이런기라
문경세재를 넘어가면 거게 박하향 은은히 풍기는곳에 비주가있고
조금 더가면 세상근심 다지고 생각하는 로댕이 있고 그리고 조금더가면
영천사 라는 큰 사찰이 있는디
그 영천사 주변으로 보면 벽 송이 빽빽히 우거지고 밤나무가 울창한 숲이 나온다오
거게를 지나 아래로 조금 더 내려가면 연자방아가 있는 마을이 보이는데
그 마을 복판을 가로질러 지나가면 현무가 자욱히 낀 큰못이 있는데 그 못을 지나면
버드나무가 한그루 있다오 그 버드나무 옆에 조그마한 초가 삼칸 한옥이 있는데
그집 주인이 누구 인고 하니 바바리 코트깃 곳게세우고 다니는 똘이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인디 서원네 휴정보다 더 영악하고 굳세기가 삼국지에 나오는
조자룡은 글씨 문안도 못드린다오 그말은 누가 전핸야 하믄 심혁이 들었다구 하드만유
그런대 이양반이 참으로 무서워 하는것이 있으니 무엇인고 허니 월하에 털에 빛이나는
담비를 소오라 만큼이나 무서워 한다오 그리하야 초가집 담장및으로
살금살금 걸어가는데 등잔 및이 어둡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거기 사자처럼 생긴 그림자에
놀라 다름질치다 그만 푸른돌에 걸려 넘어지니 그것을 바라보고
빙긋이 미소야 짖는이가 거게 서 있을줄이야 창피도하고 땅은 비겐오후라 질척이는데
희도가 산다는 향곡은 아직도 멀기만 한 대 온다던 대진이와 둥지는
보이질않으니 좌불 안석이라
첫댓글 하하하 멋진 글입니다.
이보다 더 잘지은 글은 없을 것입니다.
어제부터 삼국지를 또 읽기 시작했습니다.
현대판 어느 소설보다도 삼국지가 저는 재미 있습니다.
오! 오! 나의 애인 조자룡.........ㅎ ㅎ ㅎ
회원님들이 닉을 넣어 짓느라고 고생하셨네요. 재미 있습니다.ㅎㅎㅎ
나홀로님 요즘은 낚시가 뜸한듯 하시더니, 글월낚고 계셨나요..대단하십니다.
글솜씨가 아주 재미 있으시네요~ 재치 만점입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