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름 장미
어느 시인은 홀로 남아 피어 있는
여름 장미가 너무 애처로운 듯
‘가라, 그대도 그들과 함께 잠들게
오! 이 살벌한 세상에서 누가 홀로
남아 살려고 할까?’라고 노래했다.
여름 끝자락에 외로이 피어 있는 장미에도
그리 애잔한 느낌을 받았다면,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마지막 날에도 핀 장미에는
생명의 아름다운 의지를 노래하지 않았을까?
지구 한 편에는 전쟁이, 역병과 기아(飢餓)가
끊이지 않는 험한 세상과는 아랑곳하지 않고
늦여름을 지나, 가을이 마지막 걸음을 내딛는
스산한 바람에도 피어 생명의 절정을 이어가는
저 꽃에 한 줄기 소망을 본다.
지나 보니 언제나 세상은 살기가 쉽지 않았다.
2023.10.30. 아침
아일랜드의 시인 토마스 무어(Thomas Moore, 1779-1852)의
시 ‘마지막 여름 장미’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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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름 장미'
토머스 무어
마지막 여름 장미가
홀로 남아 피어 있네;
그네의 사랑스러운 동무들은
모두 시들어 사라졌지;
그네와 비슷한 꽃은 하나도 없고
그네의 붉은 빛을 되받아 비추고
한숨에 한숨을 더할
꽃봉오리도 가까이 없네.
그대 외로운 장미여!
나 그대가 홀로 줄기 위에서
시들게 두지 않으리;
사랑스러운 벗들은 모두 잠들었으니,
가라, 그대도 그들과 함께 잠들게.
이렇게 나 그대의 이파리들을
다정하게 화단 위에 뿌리네.
그대의 동무들이 향기를 잃고
죽어 있는 정원에.
나도 곧 그대를 뒤따르리니
우정이 식고,
사랑의 빛나는 무리에서
보석들이 떨어져 나갈 때,
진실한 마음들이 시들고
좋은 이들이 사라져 없어지면
오! 이 살벌한 세상에서
누가 홀로 남아 살려고 함까?
- 출처 : 「시를 읽는 오후」(최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