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말 푹 잤습니다.
몇 시에 잠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났습니다.
이렇게 늦은 기상은 기억에 없을 정도로 저에게는 매우 낯설었습니다.
전자렌지에 햇반 돌려놓고 반찬통 들고 쪽창이 있는 책상 의자에 앉았습니다.
문을 열려고 블라인드를 걷어보니 오~ 오늘 햇살이 정말 끝내주었습니다.
안 먹어도 배부를 만큼 좋은 날 나는 뭐하고 보낼까 잠깐 생각해봤습니다.
밥을 아주 천천히 먹어보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노트북 켜놓고 이것저것 보면서 시간 죽이기 연습하듯 느긋하고 싶었습니다.
일하다 먹는 밥은 맛도 모를 때가 많은데 오늘은 행복한 백수처럼 맛나게 먹어주고 싶었습니다.
가볍게 설거지 끝내고 방으로 와서 텔레비전을 틀었더니 <사람이 좋다>는 프로가 시작되었습니다.
슈퍼스타 최대철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서 누군지 보니 한참 전에 연속극에서 보았던 젊은 탤런트였습니다.
연극배우들의 삶이 어떻다는 말은 귀에 딱지 앉을 만큼 들었지만 이 친구 얘기는 조금 더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가 사람들과 너무도 잘 지내는 느낌이 들어서였습니다.
이 나이 먹도록 그런 모습이 심하게 부러운 적은 많지 않습니다.
나도 일 다 끝내놓고 사람들과 잘 지내면 되지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아내가 특히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 같았습니다.
무명 연극배우와 결혼해서 두 아이 키우면서 힘들게 살 때도 너무나 의연해 보였습니다.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그들의 듬직한 사랑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려 했습니다.
나도 나름대로 잘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마음 터놓고 서로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인정을 나누는 모습이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아이를 낳고 살아야 한다면 저런 사랑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잔상에 남아 있었습니다.
남들은 다 있는데 나는 없어 보이면 왠지 모르게 허전한 인생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많이 가진 자들이 꼭 행복하지 않듯이 적게 가진 자들이 불행하다는 증거도 없는데 말입니다.
좋았을 때와 싫었을 때의 간극이 얼마나 벌어져 있나 진지하게 살펴보는 날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나의 사랑법은 조금 특이한 경우 같습니다.
얼마나 좋은지보다 얼마나 싫지 않은지에 따라서 나의 마음도 움직이는 느낌입니다.
다시 말하면 저는 좋은 사람보다 싫지 않은 사람에게 마음이 훨씬 더 끝리더군요.
혈연이라도 툭툭 미운 사람이 있고, 생면부지라도 괜히 마음에 끌리는 사람이 있더란 얘깁니다.
오늘 최대철이라는 남자 배우가 저에게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오버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아 보였습니다.
나는 그동안 쇳덩이 위에 얹혀 살지 않았나 돌아보는 아침입니다.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운 온도를 온몸으로 받아내느라고 참 힘들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의 사랑을 되돌아보는 시간 조차 제대로 가져보지 못하고 살지 않았나 하는 자괴감이 몰려옵니다.
행복하게 사는 것에 무슨 법칙이 있겠습니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색함이 없는 좋은 감정 교류가 있다면 그게 축복이고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카페에서 글로 댓글로 나누는 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지 않은 내가 2년 전과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니 참 신기합니다>
첫댓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다면
별일없어
좋은 생활일 겁니다.
꿈길같고
꽃길같은
길을 걸어도 지나서 보면
허무하다 할 수 있지요.
남이 보기에는 별 일이 없고
내가 보기에는 색다른 하루가 느껴진다면
그것은 잘 살아가는 것일 겁니다.
그것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나를 위한 삶을 살기 때문입니다.
남이 보기에 늘쑥날쑥 고르지 못한 것은
어디에서도 행복찾기가 힘들겁니다.
왔다 갔다하는 장마비에
손수건님, 건강하셔요.
매일 조금씩 다른 일상인데도
나중에 보면 비슷하더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기왕이면 사람들과 조금 더 잘 지낼 걸 하는 바람도 있었고요.
글마다 정성을 다해서 댓글을 쓰시는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삶이 무언지 어찌 살아야 하는지 저도 한 번 다시 생각해
보렵니다.문장 하나하나가 곰씹어 볼만큼 함축성이 있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건강하세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이 든 삶은 반성의 시간 민큼 성슥해진다고 믿습니다.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지난 온 세월 나한데 어떤 의미로 다가 왔는지
화두로 붙들고 생각의 정리를 좀 해봐야 겠심더
저두예
잘 살았다고 생각했는데도 뭔가 아쉬운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정감 넘치는 댓글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그동안 쇳덩이 위에 얹혀 살지 않았나 돌아보는 아침입니다.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운 온도를 온몸으로 받아내느라고 참 힘들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 글이 저를 돌아보게 하는군요.
자신을 성찰하며 사는 분 많지 않지요.
손수건님 내면 세계는
잘 쌓은 돌탑처럼 정돈되어 있을 것만 같습니다.
비바람이 물러간 이 아침과
손수건님 글이 참 잘 어울린다는 느낌입니다.
진정성이 담긴 글 감사한 마음으로
잘 읽었습니다.
마음에 위로가 필요할때마다 님의 지난 글을 찾아 읽었습니다.
수필의 지루함이 전혀 느겨지지 않아서 반복해서 읽어도 좋았습니다.
치열한 내면을 여과없이 드러내시는 분 같았습니다.
님의 글을 대할 때마다 글을 쓰기가 싫을 정도로 초라해지기도 합니다.
감히 글이라고 할 수 없으나 세월을 견뎌낸 시간이 아까워 끄적거릴 뿐입니다.
찾아주시고 댓글까지 써주시니 영광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