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마이바움 숲(SOOP) 합정’은 3개 동으로 이루어진 총 61세대의 단지형 소형임대주택이다. 마이바움 숲은 소규모 블록단위 개발의 성공사례로, ‘5월의 나무’를 뜻하는 마이바움(MAIBAUM)이 모여 도심 속에 하나의 숲을 이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재건축’ 불가능하자 ‘건축허가’로 방향 바꿔
개발 전 이곳은 19년 된 노후한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전체필지의 지주 9명이 공동으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던 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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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 전 철거가 진행된 모습(좌)과 건축 후 외관 전경(우).
하지만 이들은 개발진행 도중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서울시 도시계획조례는 노후연도 20년 이내의 건축물은 재건축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19년밖에 되지 않은 건축물을 잘못 착각해 그냥 인허가를 진행해버렸던 것이다.
더 심각했던 건 건축심의 단계까지 진행됐음에도 담당공무원 조차 잘못된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국 해당 건축물은 허가담당자에게 지적 사항이 적발되면서 사업승인 절차 때 사업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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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바움 숲(SOOP) 합정'의 단지 모습.
난감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 9명의 공동 지주는 다각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한 결과, 재건축 사업승인을 포기하는 대신 ‘건축허가’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재건축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면 건축물의 노후연도와 안전진단 단계를 거친 후 9명의 지주들이 추진위를 만들어 공동조합의 형태로 진행해야 한다. 반면에 건축허가로 사업을 진행하면 건축물의 노후연도나 안전진단과 상관없이 9명의 지주들이 함께 시행하면 된다.
건축허가는 대규모 재건축 사업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경우 지주가 총 9명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 개발이었기에 충분히 추진이 가능했다. 소유권 문제는 전체 필지를 지주 3명씩 3필지로 정확하게 분할해 해결했다.
3개 동으로 구성된 ‘단지형 소형임대주택’소규모 블록개발 형태로 계획된 단지형(총 61세대,
3개 동) 소형임대주택
마이바움 숲
합정은 다양한 평면으로 구성했다.
1인 가구를 위한 경제적인 소형평면은 물론 신혼부부나 어린 자녀가 있는 부부도 수용 가능한 30~50㎡의
원 베드룸도 마련했다.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3개 동으로 구분된 각 건물이 독립적이면서도 3개 건물이 하나의 단지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했다. 이에 외장 마감재와 디자인에서 통일감을 주어 하나의 블록으로 보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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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평면으로 경쟁력을 높인 '마이바움 숲(SOOP) 합정' 세대 내부.
세대 내부에는 아일랜드 식탁부터 냉장고, 옷장, 책상에 이르기까지 빌트인 가구 및 가전을 컴팩트하게 배치해 입주자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또한 건물 사이 공간으로 인해
주차 대수를 법정기준보다 5~6대 더 확보 가능해 거주자들에게 보다 여유로운 주차공간을 마련했다.
소규모 블록단위 개발로 더 나은 주거문화 만들기주변 환경 및 여건에 상관없이 필지별 난개발이 주를 이루었던 기존의 방식에서 도시 슬럼화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생활권에서의 ‘주거지 재생’에 보다 기여할 수 있는 ‘도시건축’으로 전환하려면 블록 단위의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숲을 이루기 위해서는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기 위한 긴 시간이 필요하듯 좋은 마을과 도시를 이루는 데도 많은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다. 시대의 변화에 귀 기울이고 우리의 삶의 터전을 뒤돌아보며 우리가 살고 싶은 진정한 주거란 무엇인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마이바움 숲
합정의 소규모 블록단위 개발 사례가 더 나은 주거문화를 위한 한 그루의 나무로 뿌리내리길 바라며, 더 나아가 공간과 도시의 가치를 재창조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문화의 패러다임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 서용식 수목건축·플러스엠파트너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