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말게. 이 감옥은 나만을 위한 거니까' - 익숙한 일상에 설계하는 여덟 가지 기담의 세계
<감옥설계사>
자칭 감옥설계사라는 남자는 쓰레기더미에 뒤덮인 2층 집에서 농성중이다. 구급대원들은 그를 구출하기 위하여 쓰레기더미를 헤치고 2층 건물로 진입하지만 남자는 집안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남자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감옥설계사는 역사에 실제로 존재했던 감옥뿐만 아니라 자신이 설계했다고 주장하는 낯설고도 이색적인 감옥에 대해 풍자적으로 이야기한다. 단편소설
<한없이 길고 환한 복도의 끝>
자신의 방이 점점 환한 빛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침범당하는 옥탑방에 사는 남자와 반지하방의 여자가 등장한다.
결국 파국의 날이 찾아왔다. 남자는 현관문을 닫자마자 옥탑방이 환한 빛의 공간으로 빠르게 변해 가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갑자기 현실 공간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기에 남자는 아무런 대처도 할 수 없었다. 반지하방으로 돌아온 여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자는 예전에 반지하방이었지만 지금은 빛으로 가득한 공간 속에 자신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제야 그들은 방금 전까지 머물렀던 자신들의 방이 위아래로 압착되듯 눌려서 끝을 알 수 없는 긴 복도로 변해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벽과 마스크, 그리고 귀>
도청을 업으로 하는 남자. 의뢰가 들어오면 도청할 사람의 사무실이나 집으로 선물용 화분을 보낸다. 남자는 언제부터인가 불쑥불쑥 환청에 시달린다. 그 남자는 어느 날 작업실 벽에 움푹 파인 마스크를 보면서 경험하는 신비로운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오직 자신의 눈에만 드러나는 마스크에 얼굴을 들이대면서 일종의 초인적인 힘을 얻는다.
<발령>
이 대리는 지방 발령에 비관으로 회사건물 옥상에서 투신자살한다.
이 대리가 투신자살을 하고 나서 한 달이 지났을 즈음, 회사 직원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간다. 그 무렵 회사에서는 이내 사라진 사람들이 죽은 이 대리의 원혼에 홀려 어디론가 끌려갔다는 괴담이 돌았다. 사람들은 말없이 사라져 버린 직원들을 '유령 직원'이라 불렀다.
그 외에도 단편소설 <맹점과 외줄>, <탈피>, <디로라마>, <엔진과 말>이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