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인형 그리고 바람과 허공
- 구석본
내 안에서 일어난 바람이다.
허공이 길이고 길이 허공이었던 바람,
내 안에서 팽팽한 몸을 일으킨다.
바람의 몸이다
내 안에 갇혀 몸으로 일어선 허공이다.
이제 춤과 노래와 눈물로 그대 앞에 펄럭이지만
바람의 껍질일 뿐
간혹 그대를 향해 조명처럼 반짝이는 한 때의 그리움은
더 어두운 허공으로 이어질 뿐
바람의 춤이었고 노래였고 눈물이었기에
끝내 먼 허공으로 깊어간다.
이윽고 밤이 깊어지면
누군가 내 몸에서 바람을 뽑는다
내 생(生)의 껍질이 착착 접혀진다.
다시 허공으로 풀어져, 어둠과 같이 바람의 길이 된다.
―계간『시와 표현』(2020년 겨울호)
************************************************************************************************
요즘은 코로나 탓인지 눈에 자주 띄진 않는데,
한때 개업집 앞에는 반드시 풍선인형이 펄럭이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비닐로 만든 인형은 구멍을 통해 바람이 빠져나가는 동안 이리저리 펄럭였지요
만국기를 달아 알리는 것보다 간편했기 때문이었겠지요
눈치빠른 농부는 논밭에 이 '플라이가이'를 세워 새를 쫓기도 했습니다
시는 은유라고 볼 때, 단순한 풍선인형만 생각할 건 아니겠네요
흔들리는 지지율과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민심 또한 마찬가지일 겁니다
안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따라 몸이 흔들렸고,
누구는 춤이라 하며 노래로 듣거나 눈물도 흘렸겠지요만
전기 코드만 뽑으면, 바람만 빠지면 살아있었던 껍질 (삶)전체도 접히고 맙니다
바람의 길은 그런 것일 뿐입니다
안에서 일어 허공으로 흩어지니
스스로 바람이 빠져나갈 구멍을 내지 않으면 누군가 살짝 뚫게 됩니다
움직이지 않는 풍선인형은 이미 존재가치가 없는 거치장스러운 방해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