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소한 행복 제조기 부부
이맘때쯤 산동네에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김장김치 담그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 집 저 집을 돌아가며 일하는 김장 품앗이 두레이지요. 서울에서 잘 볼 수 없는, 아직 우리의 따뜻한 체온이 남아있는 아름다운 골목 풍경입니다.
어느 부부의 김장김치 담그는 모습을 소개합니다. 그는 고교 친구로 어느 교회의 장로입니다. 최근에 수필집도 출간했습니다.
"아, 행복해. 여보, 우리 행복하지 않아? 나는 지금 많이 행복해.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내와 둘이 김장을 하면서 아내는 연신 감사와 행복을 입에 담았다.
김장을 해서 누구네, 누구네 나눠줄 생각에 일주일이 넘도록 준비하고 이제 막상 김장을 하면서 어디 한 군데 성한 곳 없이 온몸이 아파 손 하나 까딱하기도 어려워하면서도 얼굴엔 환한 미소로 광채가 나는 것 같았다.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김장을 더 담글 수 있을지, 건강이 허락되어야 하고 그나마도 일해서 작은 수입이라도 있으니 그렇지, 언제 아프고 기운이 없어 움직이기도 어렵게 되든지, 아무 벌이도 못하든지 하면 그때는 이렇게 김장을 하고 싶어도 못 하지 않겠어?"
나는 아내가 의자에 편히 앉아서 김장배추 속을 넣을 수 있도록 일주일 동안 설계해서 제작한 김장용 테이블을 만들고 김장 시작 전에 조립을 마쳤다. 절인 배추를 올려놓는 자리, 양념을 놓고 버무릴 수 있는 자리, 완성한 김장배추를 놓는 자리 이렇게 세 단계로 나누어 아내가 한 자리에 앉아서도 편히 할 수 있도록 하고 마친 후에는 테이블에 깔았던 비닐만 닦아서 버리면 되도록 만들었다.
그 대신 배추를 올려주고 양념을 맞춰서 올려주고 이제는 김치로 거듭난 완성품을 김치통에 가지런히 담아 한쪽에 쌓고 하는 뒷바라지 일을 내가 맡아서 하였다. 이번 김장은 예년에 여러 사람이 모여 김장할 때 보다 오히려 쉽고 빠르고 간단하게 마무리되었다. 김장이 끝난 후 뒷정리와 치우는 일도 예년보다 쉽게 할 수 있었다.
"여보 이거 너무 좋다. 두었다가 내년에도 쓰면 안 될까?" 나는 분해해서 한쪽으로 치웠다. 나는 손가락 끝에서부터 목 어깨, 허리 다리 발끝까지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내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면 아내는 나 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더 힘들고 아플 테지만 아내는 연신 감사와 행복을 입에 달았다.
고생해서 만들 수 있고 그것을 받아서 기뻐할 사람이 있다는 것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행복이며 기쁨이며 감사할 일인지 아내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감사하며 행복하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