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전쟁
크레인단원들은 보름간의 항해를 마치고 항구에 도착한 후, 말을 몰아 10일을 재촉해서 오니 동부의 분쟁지역에 다다를 수 있었다.
신의 전쟁터라고 불린 니플헤임지역 -
오랜 전쟁의 참상은 신의 전쟁이란 이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 곳의 광경은 크레인으로 하여금 지옥을 방불케 했다.
분쟁지역으로 들어온 이 후부터 길가 곳곳의 나무에는 동인족의 시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고, 그로부터 나는 시체 썩는 냄새는 끊이질 않았다.
습도는 높아 단원들의 불쾌지수를 높이고 있었는데, 바닥의 질퍽한 시체 썩은 물에서부터 자신들에게 날아드는 파리들은 불쾌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세상에 지옥이 따로 없군.'
지친 병사를 쉬게 하고 싶었지만 오는 길에 마땅히 진영을 펼 칠 곳을 찾지를 못한 체 이동을 재촉하는 크레인이었다.
전방에 수색 중이던 정찰병이 수송마차 근처의 크레인에게 다가왔다.
"10리 정도 전방에 아슈리아군 진영이 있습니다."
고약한 냄새에 내내 얼굴을 찌푸리던 크레인의 얼굴이 밝아졌다. 꽤 먼 길을 쉬지 않고 왔지만 아슈리아군이 보이지 않자 내심 불안하던 크레인이었다. 이 음산한 분위기에서 고립된 듯한 느낌이 싫었다.
"신도 우리를 도우시는 구나. 그들과 함께 묵고 내일이면 성에 도착할 수 있겠군."
아슈리아군의 주둔지는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단원들이었다.
얼마 가지 않아 휘날리고 있는 아슈리아진영의 깃발이 눈에 들어왔고, 그 앞쪽으로는 마중 나온듯한 병사들이 있었다.
한 남성이 크레인 쪽으로 말을 이끌며 다가왔다.
힘 좋아 보이는 백마 위에서 화려한 금장의 철갑을 입은 체 자신의 가슴팍까지 내려오는 흰 수염을 쓰다듬고 있는 근엄한 표정의 그 남성은, 크레인이 이 곳까지 오면서 보아온 분쟁지역의 음침한 분위기와는 상당히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먼 걸음 하느라 고생이 많소. 아슈리아 1군단 피페퍼스 대장이오. 노던랜드에서 귀하의 공적은 익히 전해 들었소. 이제 막 잔당 소탕을 마치고 있었소."
피페퍼스장군- 크레인이 분명 예전에 들어봤던 이름이다. 신의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백전노장의 성기사.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노던랜드의 크레인 단장입니다. 오늘 하루 귀하의 주둔지에서 함께 묵었으면 합니다."
"이리로."
형식적인 대면을 마친 피페퍼스 장군은 앞장서서 소탕 중인 마을로 향했다.
피페퍼스가 이끄는 산자락으로 동인족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에 들어간 크레인일행은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경악했다.
마을 입구에는 병사들이 주민으로 보이는 동인을 산채로 나무에 목을 매달고 있었다. 방금 매달았는지 나무에는 목매달려 발버둥치는 동인들로 가득했다. 수십 명의 남녀들이 한 나무에 목이 매달려 있었고 그 중에는 어린이들도 보였다. 그 밑에서 병사들은 재미 있다고 키득거리면서 버둥대는 동인을 샌드백 삼아 때리고 있었다.
크레인은 고개 돌려 반대편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나는 곳을 보았다.
마을 안쪽에서 아슈리아병사 네다섯 명이 어린 동인여성 한 명을 겁탈하려 하고 있었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불쌍한 마을 주민들 아니오! 지금 병사들을 당장 중단시키시오 대장!"
흥분한 크레인은 칼을 뽑아 들고 뛰어가며 겁탈을 하고 있는 병사의 목을 내려치려고 하였다.
"그 칼 집어 넣으시오!"
크레인 뒤에서 피페퍼스 장군이 말을 몰아 뒤따라오며 소리쳤다.
"당신이 북쪽 곡괭이 질 하는 곳에서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구역은 나의 지휘하에 움직이고 있소! 어디서 무엄한 행동을 하고 있는가!"
크레인은 할 말을 잃었다.
'이 것이 우리가 말하는 신의 전쟁이란 말인가…무엇인가 잘못됐다.'
분노에 의해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무크! 병력을 이끌고 지금 상황을 중단시켜라! 동인 주민은 내가 인솔해서 함께 니플헤임 성으로 가겠다!"
크레인은 무크에게 명령하며 앞에 여성을 겁탈하던 피페퍼스 병사들을 내동댕이쳤다.
"네 이놈들! 지옥 불에 떨어질 놈들아!"
크레인은 자신의 망토를 벗어 바닥에 누운 체로 파랗게 질린 체 가냘프게 떨고 있는 여성을 감싸 안고 자신의 말에 올라탔다.
주둔지에서 크레인 단원들과 피페퍼스 병사들간에 한바탕 전투가 벌어졌다.
피페퍼스가 노여움에 휩싸인 체 칼을 뽑아 들며 크레인에게 덤벼들었다.
"이 어린 놈아! 악의 무리를 네놈의 어리석은 동정으로 살려두려 하느냐! 하늘에 계신 신이 노여워 하 실 것이다! 지옥 불에 떨어질 놈은 바로 네놈이다!"
크레인은 피페퍼스의 공격을 피하려 했으나 품에 여성을 안은 채로는 동작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피페퍼스의 칼은 그대로 크레인의 가슴을 깊이 베었다.
"크으윽!"
크레인의 가슴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고통을 느끼기도 잠시, 어디선가 아슈리아 병사가 쏜 화살이 날라와 크레인의 등과 말의 엉덩이에 꽂혔다.
흥분한 말은 부상 입은 크레인과 동인여성을 태운 채 산속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정신없는 난전 속에서 한 병사가 외쳤다.
"동인족 병사다!!!"
근처의 산속에서 매복하고 있던 동인족병사가 마을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주둔지 내에서 서로 엉켜 있던 아슈리아 병사들은 갑자기 등장한 동인족 병사 때문에 혼란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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