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클리에 있는 장애인 가족 지원 단체 '스루 더 루킹 글라스'(TLG)는
세 살 난 딸 어시나를 키우는 선천적 시각장애인 히베카 라이너와 호자 압둘라 니크자도 부부를 돕고 있다.
어시나와 엄마 라이너는 팔목에 묶은 끈으로 연결돼 있다.
'사람들이 장애를 가진 부모에게 '왜 아이를 가졌는지', '왜 아이를 원하는지'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역시 다른 평범한 사람이 원하는 삶을 원합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느낌을 보다 열린 마음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라이너는 지원 단체와의 인텨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모습과 생각이 나와 다른 게 틀린 건 아니다.
나와 다른 상대방을 인정해 주고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는 게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이 행복해질 수 있는 조건이다.
타인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랑과 우정을 키울 수 있는 출발점도 '다르다'를 '틀리다'로 받아들이지 않는데서부터다.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만남으로 이루어진다.
나와 다른 습관과 생각을 가진 사람을 수없이 만나야 된다.
그때마다 '왜 저래?' 의문부호를 찍으며 불편해하거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냉기 어린 외로움을 느끼면 따뜻한 행복은 접근할 수가 없다.
온도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결혼생활은 '나와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 부모 밑에서 같은 공간, 같은 음식을 먹고 자란 형제자매도 다른데
하물며 30년 이상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자와 여자가 같기를 바라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사랑이 모든 걸 감싸주지 않는다.
아내는 '크림 스파게티'를 좋아하고 남편은 '토마토 스파게티'를 좋아한다.
남편은 버터를 서너 숟가락 퍼 먹은 것처럼 느끼한 크림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아내가 이상하고
아내는 시큼털털한 토마토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다.
어느랄 아내는 남편이 좋아하는 투마토 스파게티를 '어디'하는 심정으로 한 젓가락 먹어 보았다.
고개가 가웃거려진다.
시큼털털함이 있는 게 아니다.
새콤달콤함이 숨어 있었다.
남편도 아내가 줄기차게 먹는 크림스파게티를 한번 먹어봤다.
역시 고개가 가웃거려진다. 느끼함만 있는 게 아니다.
고소함이 숨어 있었다.
먼저 '다르다'를 인정하면 이해하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함께 하게 되기도 한다.
굳이 함께 안 해도 된다.
인정만 해도 마음이 편해진다.
그런데 함께 하게 되면 인생의 즐거움이 더 다양해지고 더 많아진다.
오직 크림 스파게티만 먹었는데 토마토 스파게티의 좋은 맛도 알게 됐다면 그만큼 인생은 달달해진 거다.
세상 사람은 나와 모두 다르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이다. 조연경 드라마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