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에 있다는 박주선(65·광주 동구) 무소속 의원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독감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말하자면 몸값이 올랐다. 그는 “요즘 굉장히 고심어린 시간을 갖고 있다”고 했다. 독감이 온건 그만큼 고민이 크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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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선 무소속 의원.
정치권에선 그가 민주당으로 돌아가기보다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더 많다. 13일 ‘프리미엄조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의 뉘앙스도 ‘안철수 신당 쪽’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박 의원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그는 “신중하게 의견수렴을 거친 뒤 심사숙고해 결정할 것”이라며 “오래 끌지 않고 이달 안으로 결정하겠다”고 했다.
박 의원이 안철수 신당으로 갈 경우 현역 국회의원의 첫 합류 사례다. 현역 의원이 2명에 불과한 안철수 신당으로선 천군만마를 얻게 되는 셈이다. 더구나 호남지역 의원이라는 점에서 파장은 더 클 것이다. 반대로 민주당은 박 의원을 놓칠 경우 호남 민심에서 일정 부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양쪽이 박 의원을 향한 구애에 적극적인 이유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해 12월과 올1월 잇따라 박 의원을 만나 ‘함께하자’고 했고, 민주당 김한길 대표도 최근 그를 만나 복당을 권유했다.
검사 출신인 박 의원은 1999년 옷로비사건, 2000년 나라종금사건, 2004년 현대건설 비자금사건 등과 관련해 잇따라 구속됐지만 무죄 판결을 받고 부활했다. ‘3번 구속, 3번 무죄 판결’의 ‘불사조’란 별명을 얻었다. 2000년 16대 총선 때는 고향인 전남 보성에서 옥중 당선됐고, 2008년 18대 총선에선 광주에 출마해 전국 최고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모바일 경선단을 불법 모집한 혐의가 제기됐으며, 국회가 그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킨 이후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민주당은 당시 체포동의안 처리를 막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은 박 의원이 출마한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았고, 박 의원은 당선됐다.
검찰은 그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으나 박 의원은 지난해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검찰과의 4번째 악연이었던 셈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지금의 민주당은 ‘도로 열린우리당’이 됐다”고 했다. 현재 민주당 내의 친노(親盧) 세력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또 “지금은 야당이 실종된 상태”라며 “민주당과 신당이 치열하게 경쟁해서 승자를 중심으로 한 굳건한 야당의 출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이 민주당과 신당 중 어느 쪽을 택할지 주목된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중 어느 쪽으로 갈지 이달 안으로 결정”―민주당으로 갈지 안철수 신당으로 갈지 결정했나.
“제가 지금 지역구에 내려와서 이 문제 때문에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있다. 호남에서 만나는 사람들 얘기는 현재의 민주당만 갖고는 집권 가능성이 없다는 우려 목소리가 많다. 호남이 뭉쳐서 집권할 수 있는 세력이 어디인지를 두고 민주당이다, 신당이다, 의견이 나눠진다.
저에게 조언하는 분들도 둘로 갈린다. 그래도 민주당에 들어가서 민주당을 새로 고쳐 집권하는 당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역량을 합치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 반면 ‘지금은 호남의 가치나 정신을 대변하는 민주당이 아니고 도로 열린우리당이 돼버렸다. 왜 거길 들어가려고 하느냐. 안철수 신당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정권교체의 디딤돌 역할을 하는 것이 낫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둘 다 의미 있는 이야기다. 의견이 나눠진다. 고민 중이다. 아직은 만나야 할 분들도 있고 도리상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야 한다. 그런 상황이다.”
―언제쯤 결정할건가.
“오래 끌 일도 아니고 그럴 이유도 없다. 나름대로 의견 수렴 절차만 거치면 결정할 것이다. 이달 중으로는 해야 되지 않겠나.”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있나.
“지금은 정리가 안됐다. (여러분의) 말씀을 듣고 어느정도 가닥은 잡혀가고 있다. 그런데 또 이사람 만나면 이렇게, 저사람 만나면 저렇게 안된다고 난리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의견수렴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어느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고 해버리면 의견 수렴의 의미가 없어진다.”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가.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당을 만들 수 있는 길에서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되느냐가 중요하다. 또 호남 정치를 복원하는데 어떤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지도 고려한다. 이런 점에 중점을 둬야 할 것 같다.”
“신당으로 가는 것도 민주당 위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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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선 의원이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모습.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만나서 어떤 얘기를 했나.
“김 대표는 민주당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혁신의 기치를 들고 앞으로 열심히 할 테니까 같이 힘을 모으자는 취지의 말을 했다. 나는 내가 신당으로 가는 것도 어차피 민주당을 위하는 길도 된다고 했다. 민주당에 참여하는 게 민주당을 위하는 길이 되겠지만 만약 민주당으로 못 가더라도 민주당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해달라고 얘기했다. 민주당이 어려워졌을 때는 대안 정당으로 신당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도 민주당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왜냐 하면 선의의 경쟁을 통해 나중에 통합의 길도 모색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을 위하는 길이다. 김 대표에게 신중하게 의견수렴해서 결정할 테니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양해해 달라고 그런 취지로 얘기했다. 김 대표는 신중한 결정 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사실상 쫓기듯이 민주당을 탈당한데 대한 섭섭함은 없나.
“김한길 대표와는 청와대에서 같이 근무한 사이다. 인간적으로 돈독한 관계다. 내 개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김 대표가 여러 위로의 말을 하더라. (18대 국회 때) 나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한 것과 관련해 개인 의원들에 대한 섭섭한 마음은 없다. 다만 당시 공당으로서 (민주당이) 반대토론 한번 못하고 여론의 노예가 된 것 아니냐는, 비굴하지 않았느냐는 그런 생각은 있다. 내 입장도 김 대표에게 충분히 얘기했다. 다 지나간 일이어서 의미가 없다.”
―권노갑 고문과는 무슨 얘기 했나.
“권 고문은 ‘민주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앞으로 지방선거 정국을 예측해보면 그래도 민주당 승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볍게 처신하지 말고 민주당에 들어와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나는 권 고문 의견은 그렇지만 그렇게 안보는 견해도 있다고 했다.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과는 무슨 얘기 했나.
“1월16일 만났다. 안 의원은 새정치 하는데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새정치 하자는데 거부하거나 거절 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했다. 자연스럽게 의견 교환할 수 있다. 서로 격려하고 덕담 나누고 그랬다. 다만 나는 의견 수렴 절차를 좀 갖겠다고 했다. 수시로 연락하기로 했다.”
“민주당 대안 역할 못하고 아직도 대선 개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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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선 의원이 2012년 3월 22일 광주시의회 기자실에서 민주당 탈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민주당의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나.
“우선 밖에서 볼 때 민주당의 집권 가능성에 대해 상당한 회의가 있더라. 대선 패배 이후에 당의 운영과 노선에 대해서도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민주당이 대안 정당의 역할을 못하고 아직도 대선 개표 중이라는 이런 여론이 많다. 어차피 소수 야당이 다수 여당에게 항복을 받으려고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은 노력해도 안되면 국민 판단에 맡기고 야당은 여당을 앞서가는 민생문제 대안을 먼저 주장하고 관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안철수 신당은 어떻게 보나.
“안철수 신당은 인물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과연 지방선거에서 성공하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여러 갈래 의견이 분분하다.”
“지금은 야당이 실종된 상태나 다름없다”―호남에서 민주당과 신당이 경쟁할텐데 어떻게 예상하나.
“아직은 신당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2002년 대선 때 당시 노무현 후보에 대한 기대가 없다가 한두달 만에 기대가 확 쏠리는 일이 있었다. 그런 걸 보더라도 민심의 향방은 항상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다. 자꾸만 이동한다. 지금은 단정할 수 없다. 아직 신당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인물 영입 작업이 마쳐지지도 않은 상태이다. 민주당에서도 후보가 누가 나올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로선 당 대 당만 갖고 판단하긴 어렵다.”
―야권이 연대,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신당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연대하게 되면 신당의 필요성이 없다. 나는 치열하게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야당이 사실상 실종된 상태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는 민주당과 신당이 치열하게 경쟁해서 승자를 중심으로 해 굳건한 야당의 출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