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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적 사고로부터 비롯되는 '저장장애'란 대체 어떤 증상인 걸까요?
저장장애(Hoarding Disorder)는 단순히 “정리를 못 하는 성격”이나 “물건이 많은 생활습관”을 뜻하지 않습니다. 가치와 무관하게 물건을 버리거나 내보내는 데 지속적으로 큰 어려움을 느끼고, “언젠가 필요할 것 같다”, “버리면 큰일 날 것 같다” 같은 강한 저장 욕구(또는 버릴 때의 고통) 때문에 물건을 쌓아 두게 되며, 그 결과 생활공간이 본래 기능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수선해지거나(혹은 그 위험이 커지고), 학교 · 가정 · 또래관계 · 정서 기능에 뚜렷한 손상이 생길 때 임상적으로 문제로 다루어집니다. 진단 체계에서는 이런 양상이 신체질환이나 다른 정신질환으로 더 잘 설명되지 않는지도 함께 확인합니다.
아동청소년기 아이들에게서 저장문제를 이해할 때 중요한 포인트는, “겉으로 드러나는 ‘집 안의 심한 어질러짐(클러터)’이 아직 없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는 주거공간을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고(부모가 치우거나 제한하기 때문), 물건이 쌓이더라도 방 · 책상 · 가방 · 서랍 같은 ‘자기 영역’에 국한되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 표본을 다룬 연구에서는, 부모가 클러터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이유로 ‘클러터 기준을 제외’했을 때 저장문제가 더 많이 포착되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Ivanov et al., 2013).
그렇다면 어떤 모습이 “정상적인 수집/애착”을 넘어 저장문제로 이어질까요? 핵심은 (1) 버리기 · 정리 상황에서의 과도한 불안/분노/패닉 수준의 고통, (2) 버리지 못함이 반복되며 기능 손상이 누적, (3) 획득(사기 · 줍기 · 무료나눔 모으기 등)이 함께 나타나거나 강화되는 패턴입니다. 실제 임상 보고와 아동 대상 연구들은, 저장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언젠가 꼭 필요할지 모른다”는 확신, 물건에 대한 강한 책임감/죄책감, 기억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반응, 결정 회피와 미루기(프로크래스티네이션), 정리 · 분류 · 우선순위화의 취약성을 함께 보이기 쉽다고 정리합니다(Storch et al., 2011; Højgaard & Skarphedinsson, 2020).
또 하나의 특징은 동반문제(공존질환) 입니다. 아동청소년기의 저장문제는 강박스펙트럼(특히 아동기 발병) 맥락에서 관찰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주의력/집행기능의 취약성(ADHD 특성)과도 자주 연결됩니다. 예컨대 아동기 발병 표본에서 ADHD와 저장행동의 강한 연관을 보고한 연구가 있고(Sheppard et al., 2010), ADHD 진단 아동 표본에서 저장 관련 자기보고/부모평정이 의미 있게 나타난 연구도 있습니다(Hacker et al., 2016).
이 조합이 왜 중요하냐면, 저장문제가 “마음의 문제”만이 아니라 결정 · 주의집중 · 정리계획 · 작업기억 같은 실행기능의 약점과 맞물려 악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치료나 가정 개입도 “마음만 달래기”가 아니라, 결정훈련 · 정리 스킬 · 획득 조절 · 가족 상호작용까지 함께 다루는 방식이 더 실용적일 때가 많습니다.
발병 시점에 대해선 연구마다 차이가 있지만,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저장 증상은 청소년기 무렵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흔하며, 한 메타분석에서는 평균 증상 시작 연령을 약 16–17세로 요약합니다(Zaboski et al., 2019). 다만 “증상이 시작된 시점”과 “가족 · 학업 · 사회기능이 무너져 치료로 연결되는 시점”은 다를 수 있어, 아이 때부터 미세한 신호가 있다가 시간이 갈수록 누적되는 형태도 임상적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마지막으로, 저장문제 아동청소년기 아이들을 대할 때 가장 흔한 함정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게으름/반항”으로만 보아 훈육 · 압박 · 대청소로 밀어붙이는 방식이 반복되면, 아이의 불안과 반발이 커지고 가족 갈등이 악순환이 되기 쉽습니다. 둘째, 반대로 갈등을 피하려고 가족이 아이 대신 공간을 내주거나 치워주는 방식이 고착되면,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고 버리는 경험을 쌓지 못해 문제 유지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자동적 사고와 인지적 패턴을 조금만 수정해주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1. ‘대청소’ 대신 ‘미세 노출’을 루틴으로 만들기
가정에서 가장 효과적인 출발점은 “한 번에 싹 치우기”가 아니라, 아이가 버리기 결정을 ‘연습’ 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하루 10–15분처럼 짧은 시간을 정해, 서랍 한 칸 · 필통 한 구역 · 가방 속 한 파우치처럼 아주 작은 영역만 다룹니다. 이때 어른의 목표는 공간을 ‘완벽히’ 만드는 게 아니라, 아이가 “버리려니 불안하지만, 불안을 견디며 결정을 내리고 끝까지 해냈다”는 학습을 쌓게 하는 것입니다. 실제 아동 저장 사례를 다룬 임상 보고에서도, 치료의 핵심을 이런 점진적 노출과 의사결정/정리 프레임으로 설명합니다(Storch et al., 2011).
실행 팁으로는 “보관/기부/폐기”처럼 3분류를 단순화하고, ‘보관’에도 상한(예: 상자 1개) 을 두어 저장이 무한정 늘어나지 않게 하는 방식이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흔들릴 때는 “이걸 버리면 어떤 일이 실제로 생길까?” 같은 질문으로 재난적 예측을 현실검증해 주되, 설득보다 “결정을 스스로 내리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중요합니다.
2. ‘획득(사기/줍기/무료나눔)’의 문을 좁혀서 악순환을 끊기
저장문제는 버리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획득이 함께 커질 때 훨씬 빠르게 악화됩니다(진단에서도 ‘과도한 획득’이 중요한 표지로 다뤄집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정리’만 강조하기보다, 아이가 물건을 들여오는 통로를 함께 점검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예컨대 온라인 쇼핑/무료나눔/굿즈 수집/길에서 줍기처럼 아이에게 중요한 획득 경로를 정리하고, “24시간 보류 규칙(하루 지나도 필요하면 그때 결정)”, “하나 들이면 하나 내보내기(one-in-one-out)”, “용돈/예산 안에서만 구매” 같은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규칙을 세웁니다. 특히 ADHD 특성이 동반될 때는 충동성이 획득을 밀어 올릴 수 있어, ADHD 아동 표본에서 저장 관련 특성이 관찰된 연구를 참고하면 ‘충동적 획득을 지연시키는 장치(알림 끄기, 앱 제한, 장바구니 보류, 부모와 2단계 승인)’ 같은 환경 조정이 실용적일 수 있습니다(Hacker et al., 2016).
3. 비난을 줄이고, 가족의 ‘수용/대신치우기’ 패턴을 재설계하기
저장문제는 아이의 수치심과 가족 갈등을 키우기 쉬워, “왜 이것도 못 버리냐”는 비난이 쌓이면 아이는 더 숨기고, 더 방어하고, 더 버티게 됩니다. 반대로 갈등을 피하려고 부모가 몰래 치우거나 대신 정리해주면, 아이는 단기적으로 편해 보이지만 버리기 학습을 놓치고 통제감 위협을 크게 느껴 반발이 커질 수 있습니다. 아동 저장문제를 다룬 임상 · 개관 논문들은 이런 이유로, 가족이 해야 할 일은 “강압적 정리”도 “무조건적인 방치”도 아닌, 협상 가능한 범위(예: 개인 상자/선반)와 협상 불가능한 안전 기준(출입구, 화재 위험, 위생)을 구분해 계약처럼 운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Storch et al., 2011; Soreni, 2020).
예를 들어 “거실/출입구는 비워두기(안전 기준)”, “방 한 구역은 아이가 관리하는 구역(통제감 존중)”, “매주 2회 15분 같이 정리(루틴)”처럼 역할을 명확히 하고, 정리의 성과를 “깨끗함”이 아니라 “결정을 해냈음”으로 칭찬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더 지속됩니다. 이런 구조는 아이가 저장으로 얻던 안정감을 다른 방식(규칙·루틴·관계의 안정감)으로 대체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향숙 소장님 인터뷰 및 칼럼] >> 학습 부진에 시달리는 아이
[상담후기] 초등 고학년 사회성 증진 프로그램 종결 후기
[이향숙 소장님]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아동복지학과 박사 (아동심리치료전공)
상담 경력 25년, 대학교수 및 외래교수 경력 30년
현) KG 패스원사이버대학교, 서울사이버평생교육원 외래교수
KBS, MBC, SBS, EBS, JTBC,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청와대신문 등 아동청소년가족상담 자문
자격) 미국 Certified Theraplay Therapist (The Theraplay Institute)
심리치료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1급 (한국상담학회)
부부가족상담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1급 (한국상담학회)
사티어 부부가족 상담전문가 1급 (한국사티어변형체계치료학회 공인)
청소년상담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한국청소년상담학회 공인)
재활심리치료사 1급 (한국재활심리학회 공인)
사티어의 의사소통훈련 프로그램 강사/ 사티어 부모역할훈련 프로그램 강사
MBTI 일반강사/ 중등2급 정교사/ Montessori 교사/ 유치원 정교사/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등
인터뷰) 이향숙 박사 “아이 사회성 교육의 중요성”
https://tv.naver.com/v/15458031
저서) 초등 사회성 수업, 이향숙 외 공저. 메이트북스 (2020)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1]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22).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th ed., text rev.). American Psychiatric Publishing.
[2] Burton, C. L., Park, L. S., Corfield, E. C., Forget-Dubois, N., Dupuis, A., Ickowicz, A., & Arnold, P. D. (2016). Hoarding symptoms in children and adolescents: A clinical and population-based study. Journal of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 57(10), 1137–1146.
[3] Hacker, L. E., Park, J. M., Timpano, K. R., Cavitt, M. A., Alvaro, J. L., Lewin, A. B., Murphy, T. K., & Storch, E. A. (2016). Hoarding in children with ADHD. Journal of Attention Disorders, 20(7), 617–626.
[4] Højgaard, D. R. M. A., & Skarphedinsson, G. (2020). Assessment and treatment of hoarding disorder in childhood and adolescence: The importance of early intervention. Children Australia, 45(3), 145–152.
[5] Ivanov, V. Z., Mataix-Cols, D., Serlachius, E., Lichtenstein, P., Anckarsäter, H., Chang, Z., Rück, C., Lundström, S., Larsson, H., & Pérez-Vigil, A. (2013). Prevalence, comorbidity and heritability of hoarding symptoms in adolescence: A population-based twin study in Sweden. PLOS ONE, 8(7), e69140.
[6] Sheppard, B., Chavira, D., Azzam, A., Grados, M. A., Umaña, P., Garrido, H., & Mathews, C. A. (2010). ADHD prevalence and association with hoarding behaviors in childhood-onset OCD. Depression and Anxiety, 27(7), 667–674.
[7] Soreni, N. (2020). Phenomenology of childhood hoarding. Children Australia, 45(3), 138–144.
[8] Storch, E. A., Rahman, O., Park, J. M., Reid, J., Murphy, T. K., & Lewin, A. B. (2011). Compulsive hoarding in children. Journal of Clinical Psychology, 67(5), 507–516.
[9] Zaboski, B. A., Merritt, O. A., Schrack, A. P., Gayle, C., Gonzalez, M., Guerrero, L. A., Dueñas, J. A., Soreni, N., & Mathews, C. A. (2019). Hoarding: A meta-analysis of age of onset. Depression and Anxiety, 36(6), 552–564.
* 작성 및 옮긴이: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안현우
한국 아동 청소년 심리상담센터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76길 7 4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