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
2025.2.10.월요일 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480-543) 축일
호세2,16.21-22 루가10,38-42
경청의 환대
“경청이 우선이다”
오늘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은 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 축일 미사를 봉헌합니다. 성 베네딕도와 그의 쌍둥이 누이동생인 성녀 스콜라 스티카와의 유명한 전설적 일화는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의 <베네딕도 전기> 제33장에 상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일화라 간략히 그 내용을 나눕니다.
베네딕도 수도규칙 맨 처음에 나오는 “들어라, 오 아들아(Obsculta,o fili)”라는 말마디가 참 인상적입니다. 오늘 화답송 후렴, “들어라, 딸아, 보고 네 귀를 기울여라”라는 말마디도, 바로 오늘 복음의 주인공 마리아, 오늘 기념하는 스콜라스티카의 경우에 적절합니다.
규칙서에서 들음의 경청은 수도승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태도로 부각됩니다. 두분의 전설적 만남의 일화를 통해서 확인되는 사실은 두분 다 경청의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들 남매는 매년 한차례 만나 영적담화를 나누었고 <베네딕도 전기> 33장은 성녀가 세상을 떠나던 543년 마지막 만남을 전하고 있습니다.
성녀의 누이인 스콜라스티카는 방문하는 날, 하느님의 사람인 베네딕도는 수도원 대문 밖에서 내려와 멀지 않은 곳에서 누이를 기다리다 만납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찬미하고 온종일 성스런 대화를 나눕니다. 말 그대로 우리는 두분에게서 ‘경청의 환대’를 배웁니다. 하루는 금방 지나고 아쉬움에 스콜라스티카는 간청합니다.
“오빠께 부탁드립니다. 이 밤에 저에게서 떠나지 마시고 아침까지 천상 삶의 기쁨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눕시다.”
이로부터 3일후 세상을 떠났으니 죽음을 예견한 마지막 만남이라 각별한 청이었던 듯 싶습니다.
“누이,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나는 수도원 밖에서 밤을 지새는 일은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오빠의 단호한 거절에 누이 스콜라스티카 수녀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안은채 눈물을 강물처럼 책상 위에 흘리며 기도했고, 눈물의 기도는 청명한 하늘에서 비를 끌어들였고, 이어 천둥 번개가 치고 억수같이 퍼붓는 비 때문에 오빠는 수도원에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 영적생활에 대한 성스러운 대화를 마음껏 나누면서 온밤을 지새웠습니다. 새삼 하느님 또한 우리의 기도를 잘 들으시는 경청의 하느님이심을 깨닫게 됩니다. 이어 그레고리오 교황의 해명입니다.
“여인의 마음에 감동하신 전능하신 하느님의 능력으로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이 경우에 오빠를 더 오래 보고 싶어한 여인의 사랑이 그분보다 더 강했다는 것은 놀랄일이 아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에 더 많이 사랑한 스콜라스티카가 더 능력이 있었다.”
말 그대로 사랑의 기적입니다. 베네딕도 전기에 나오는 수많은 기적들의 공통적 특징도 사랑의 기적이라는 것입니다. 사랑의 경청, 사랑의 환대, 사랑의 기도, 사랑의 기적이 하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일화라 축일 때 마다 펼쳐보는 베네딕도 전기 33장입니다. 복음에 앞서 오늘날은 생략하지만 <부속가>의 내용도 참 아름다워 끝부분만 소개합니다.
“아름다운 사람아, 사랑하는 신부여, 면류관을 받으라.
백합중에서 살며 가득히 찬 행복 속 맘껏 취하리.
강가에서 나아와 천당 궁궐로 가는 동녀중의 비둘기.
아름다운 향기로 우리 인도하여서 영생 얻게 하소서.”
그러니 두 남매의 마지막 만남은 ‘하느님의 각별한 선물’이었던 것입니다. 이에 근거한 참 아름다운 영성체후 기도문 후반부입니다.
“성녀가 기도한대로 하늘에서 비를 내리신 주님께서 또한 성녀의 전달에 의지하여 저희의 메마른 마음을 천상 성총의 이슬로 적셔주소서.”
바로 두 남매 성인들처럼 경청의 환대의 모범이 오늘 복음의 주인공 마리아입니다. 마리아와 마르타를 관상과 활동의 관계로 설명도 하지만 이보다는 ‘경청의 환대’로 봄이 적절합니다. 관상의 우월성보다는 경청이 우선함을 강조합니다. 관상과 활동, 모두 사랑의 환대의 표현입니다.
그러나 마르타가 자기식대로 음식 장만으로 주님께 환대의 사랑을 표현한 반면, 마리아는 주님이 원하시는 바대로 주님의 발치에 앉아 주님 말씀의 경청을 통해 환대의 사랑을 표현합니다. 관상과 활동의 관계는 우열이 아닌 우선순위의 문제입니다. 이어 주님은 마리아의 환대가 옳았음을 인정하며 마르타의 주의를 환기시킵니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있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 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주님은 경청의 환대를, 활동에 앞서 관상을 선택할 것을 강조합니다. 경청의 환대를 선택하여 훈련을 통한 습관화도 관상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늘 호세아서의 주님 말씀도 그대로 경청과 환대의 성녀인 마리아와 스콜라스티카는 물론 우리를 향한 말씀처럼 들립니다.
“나는 너를 영원히 아내로 삼으리라. 정의와 공정, 신의와 자비로써 너를 아내로 삼으리라. 또 진실로써 너를 아내로 삼으리니 그러면 네가 주님을 알리라.”
여기서 아내가 상징하는 바 이스라엘 백성입니다. 이런 주님을 환대하는 미사시간이요,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주님을 닮아 우리 모두 ‘경청과 환대, 정의와 공정, 신의와 자비, 진실의 사람’으로 변모시켜 주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