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라서 좋은점
‘모든 연령대는 그 나름대로 좋은점이 있다’ 는 말이있다.
인생을 크게 나누면, 유년기, 청소년기, 중년과 장년기, 그리고 노년기가 있다.
노인들은 이렇게 말 한다. ‘자네 늙어봤나, 난 젊어봤네.’
온갖 굴곡을 살아온 노인에게는 다른 세대가 가질수 없는 축적된 경륜이 있다. 경험에서 얻어진 지혜는 그래서 값진 것이다.
물론 노인이라해도 다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삶의질’에서 큰 차이가 난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노인이기 때문에 누리는 좋은점에선 큰 차이가 없다. 그게 보편적인 환경이기 때문이다.
노인이 되고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좋은점들이 많다. 특히 나같은 80대 중반을 넘어선 노인에게는 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늙는 것이 꼭 나쁜것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가장 큰 장점은, 노년기에는 ‘경쟁’ 이 없다는 점이다. 아니 경쟁에서 벗어났다고 말할수 있다.
유치원에서부터 대학입시까지 청소년들이 겪는 경쟁은 무서울 정도다.
뜻밖에 정신과 치료를 받고있는 청소년들이 많은게 그 방증이다. 취업경쟁은 말할 것도 없고 직장 안에서도 승급과 승진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
경쟁은 사람을 지치게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황폐화한다. 그 무서운 경쟁에서 완전히 벗어나는게 노년기다. 이게 진짜 자유다. 그래서 지금 나는 이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다음은 부담과 책임에서 벗어난 것이다. 우리가 젊었을때는 여자들은 거의가 전업주부였다. 직장에 다니는 여성은 거의 없었다.
따라서 가족에 대한 부양책임은 전적으로 남자들의 몫이었다.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하고 애들키우고, 교육시키고, 출가시키는 모든일은 전적으로 남자의 일 이었다.
나이들어 이 부담과 책임에서 벗어나니 비로서 내 인생을 사는 것이다.
홀가분하다는게 바로 이런 것이다. 중압감에서 벗어난 것이다.
우리같은 체면문화권에선 누구나 남의눈을 의식하면서 살게된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구속받는게 사실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 이 구속에서 저절로 벗어나게 된다.
물론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고 살지만 남의 눈 때문에 구속받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그만큼 생활이 자유스러운 것이다. 체면과 실리에서 실리를 찾을수 있는 선택을 할수있으며 그것도 하나의 큰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나이들면, 하고싶은 일만 하고 하기싫은일은 안 해도된다. 개인적이고 개성적인 인간이 될수 있다.
취미생활도 그중 하나다. 젊어서는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하고싶어도 할수 없었던 일들이 가능해진다.
나는 나이 70에 첼로를 시작했다. 아무 방해도 받지않고 악기에 전념할수 있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취미생활도 마찬가지다. 이또한 자유스러운 생활이 아니겠는가. 노인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모든 노인들은 유유자적(悠悠自適)한다.
세속적인 것들을 떠나 아무 속박없이 조용하고 편안하게 산다는 뜻이다. 그래서 노인에게는 급한일이 없다. 또 없어야 한다.
매사에 여유를 가지고 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않는다. 단, 여기에는 현실적인 조건이 있다.
노욕(慾)을 버려야 한다. 노욕은 노인을 추하게 만든다. 나이들어서도 탐욕적이 되면 유유자적할 수가 없다. 불행한 일이다.
노년기는 깨달음의 시기이기도 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가치와 값을 구별하는 능력이다. 가치는 사물이 가지고있는 쓸모이며 인간이 마땅히 추구해야할 진,선,미 다.
값은 단지 물건을 사고팔 때 주고받는 액수다. 이 두가지를 제대로 구분하는 일은 결코 쉽지않다.
그러나 나이를 제대로 먹으면 그 차이를 깨닫게 된다.
다이아몬드는 높은 값을 받을수 있지만 그게 없이도 살 수 있다.
그러나 물은 값은없지만 그게 없으면 죽는다. 이게 바로 가치이며 나이들면 가치를 추구하는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감사하고 검소하게 살 수 있다.
노인이 되면 비로서 못보던 것을 볼 수 있다. 심안(心眼)이 그것인데 이성으로 살펴 분별하는 능력이다. 오래살면서 얻은 정신적 지혜이기도 하다.
어떤 것, 어떤일의 겉이 아니라 그 속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이생긴다. 값보다는 가치를 추구하는게 그 때문이다.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자기를 돌아보는 능력도 그 한가지다. 나이들어 받게되는 섭리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노년이 되면 저절로 부두러워진다. 정신적으로 여유가있고, 어떤 조건에 구애받지않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부드러워지는 것은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부드러움은 여유이기도 하다. 온갖 풍상을 겪으면서 살아온 세월이 인간을 다듬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부드러워지면 자기도 편하다. 각을 세우는 삶이 피곤하고 피로하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드러움은 딱딱한 것을 이긴다는 이치도 알게된다. 노인들은 고집이 세기도 하지만, 편향적이지는 않다.
보수적 입장이 기본이기 하지만 균형에 대허서도 너그럽다. 그래서 우리사회의 ‘기본적정서’를 지키는게 노인들이다.
살아온 세월이 형성해준 ‘감정’ 이 있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보수성은 우리의 문화현상을 지키는 보루이기도 하다. 노인들 거개가 바라는 것은 고종명(考終命)이다.
오복의 하나로, 제명대로 살다가 제집에서 편안하게 죽는 것이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주사바늘을 주렁주렁달고 죽지않는게 그것이다.
그래서 사전에 ‘진료의향서’를 작성해야 한다. 구차한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것은 자식들의 부담도 덜어주는 덕목이기도 하다.
현명한 노인이라면 마감도 현명하게 해야한다. 하루 천리를 달리는 말도 소금짐을 지워놓으면 동네나귀만도 못하다.ㅡ중국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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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런 자유로운 노인이 되려면 우선 가정이 안정되고 여유로운 재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었으니까 당연한 이치지요만 젊은층이 노인들을 꼰대라 폄하하며 학대하는 세상이라 탈이지요 ㅎㅎㅎㅎ 넋두리 했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글처럼
멋진 노인의 삶을 위하여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