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앙. 타앙. 타앙. 타앙.
두 자루의 D.E-50AE가 불기둥을 뿜으며 좀비들의 몸을 박살냈다.
D.E를 쥐고 있는 손은 은색 찰갑으로 이루어진 건틀렛을 차고 있었다.
“후우.”
총구에서 새어나오는 화연을 불고 허리춤에 찼다. 주위를 한번 쓰윽 흩어보더니 발밑,
하수구 뚜껑을 열고 사다리로 내려갔다. 낑낑대며 뚜껑을 다시 닫고 벽 옆에 있는 스위치를 눌렀다.
회색 형광등빛이 하수구를 가득 메웠다. 더러울 것 같던 하수구는 온갖 첨단 시설로 개조되어 있어,
특수본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봐 친구들 박수 같은 거 없나?? 생지옥에서 살아 돌아 왔는데 말이지. 에?”
개조된 하수구 안에는 30여명의 사람들이 의자에 않아 일하고 있었고 10명 정도는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개중 6명은 방금 돌아온 남자를 스윽 쳐다보고 다시 컴퓨터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쳇. 니들은 정말, 정겹지가 않아.”
금발의 긴 생머리와 이국적 외모, 가죽롱코트와 가죽 바지, 군화,
해골문양이 새겨진 검은색 셔츠를 입은 남자는 침대로 걸어가 걸터앉았다.
코트를 고이접어 바닥에 내려놓고 그 위로 허리춤에 차고 있던 금은빛 D.E두 자루와 팔에 차고 있던 건틀렛 한 쌍을 올려놓고 침대에 누웠다.
“S로저 무사귀환? 축하해. 오늘도 생존자에 관한 정보는 없나?”
글래머러스한 몸매의 한 여자가 S로저에게 다가와 물었다.
“쳇, 아직도 미련을 못 버렸어? 저 생지옥에 생존자 따위 있을 리 없어. 새로운 변이체의 출현으로 나조차도 가끔 죽을 위기에 처한단 말이지.”
“새로운 변이체라. 그렇게 강한건가?”
“죽음이지. 죽음.”
“이제 초인도 한물갔다 이건가?”
“초인?? 그렇지. 그 빌어먹을 유전자 변형 덕에 초인이 됐지. 생존자를 찾는 이유도 초인을 만들기 위함이잖아?”
“인류의 희망이야.”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 초인으로 살아간다는 거 더럽게 이질적이야.”
“S로저, 출격이다. 2KM떨어진 상가 골목길에서 총성이 포착됐어.”
“에에 간다고, 젠장 쉴 틈을 안주는구먼.”
S로저는 벗어 놓았던 장비를 착용하고 하수구를 빠져나갔다.
-타앙. 타앙. 타앙. 틱틱틱.
연신 탄환을 뿜어내던 콜트45에선 더 이상 총성이 나오지 않았다. 권우는 손에 쥔 콜트를 제로클링에게 던졌다.
제로클링이 천천히 걸어오며 으르릉 거렸지만 당황하지 않고 복싱 자세를 잡았다.
“이야!!”
권우가 더킹을 하며 달려들었을 때, 콜트의 총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시끄런 총성이 들려왔다.
권우의 앞에서 제로클링의 머리가 날아갔다. 이어서 계속 총성은 이어졌다.
권우는 총알이 전방에서 날아오는 것을 확인하고 재빨리 벽으로 붙었다.
“젠장!! 좁아터진 골목길에서 작작 갈기란 말야!!”
하지만 계속해서 총성은 터져 나왔고, 옆의 제로클링의 몸은 파편을 튀며 터져갔다.
-철푸덕.
총성이 멈추고 제로클링의 상반신은 파편조각이 되어 사방에 튀었다. 당연히 권우의 몸은 피와 살점으로 범벅되었다.
“니미럴!! 모처럼의 새 옷이었는데 버렸잖아!!”
상황파악이 전혀 안되는지 하반신만 남은 체 바닥에 널브러져있는 제로클링을 까며 투덜거렸다.
권우는 총알이 날아온 전방을 보았다. 금발의 남자가 총을 겨누고 있었다.
“후우……. 암튼 덕분에 목숨을 건진 것 같네. 아 그럼 수고 하세요.”
-철커덕.
뒤돌아 걸어가는 권우의 뒤통수에서 해머가 장전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생존자 치고는 매우 건방지군. 어디 초인이냐.”
권우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헛소리는 집어치워. 외국인주제 한국말 좀 하는군. 나한테 볼일 있나?”
“재미있는 생물체군. 우리 본부로 가줘야겠어.”
“와이? 글쎄 난 한가 한 몸이 아니라서 빨리 가봐야겠거든?”
권우는 몸을 돌렸다. S로저는 똥 씹은 표정을 짓고 말했다.
“한발자국. 쏜다.”
권우는 고개를 돌려 로저의 눈을 보았다.
“히히. 당신은 이질적이야. 하지만 난 아니로군? 쏠 수 있으면 쏴. 난 지금 죽어도 여한 따위 없으니까.”
말하고 뛰어갔다. 로저의 손가락은 방아쇠를 당기지 못해, 덜덜 떨리기만 했다.
“제기랄!!”
로저는 D.E를 허리춤에 차고 권우의 뒤를 쫓았다. 권우는 한참을 달려 주택 안으로 들어갔다.
“예인! 몸은 괜찮아?”
“엇 권우. 살아 왔네? 하필이면 몸살이 나버려서.”
“약 가져왔어. 생수도! 일어나봐”
“으갸갸갸.”
주택 안은 평범한 원룸이었다. 침대에 누워있는 예인은 3일전 내린 비 때문에 몸살이 난 상태였다.
“해열제랑 또, 감기약 사왔어.”
권우는 재킷 안주머니에서 물과 약봉지를 꺼내 손에 털어 예인에게 건넸다.
“으아악. 맛없어.”
“약 먹었으니까 졸릴 거야. 한숨 푹 자. 당분간은 여기서 지내자.”
예인은 이불을 덮고 잠을 청했다. 권우는 다시 거리로 나갔다. 거리에는 방금 전 마주친 로저가 서있었다.
권우는 애써 무시하고 길을 나섰다.
“이봐 안전한 은신처가 필요하지 않아? 식량도, 약도, 무기도”
“널 못 믿어.”
“이봐, 잘 생각해보라고, 저러다 여자 위험할 수 있어. 며칠째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있잖아?
저런 식으로 방치하는 건 정말 어리석다고 생각하는데?”
“좋아. 만약 거짓말이거나 이상한 짓을 한다면, 죽여 버리겠어.”
“장난해?? 하수구가 너희 기지라고?”
“훗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마. 아아. 어이 사람 좀 보내봐 빌어먹을 입구 때문에 생존자가 못 들어가잖아!!”
잠시 후 뚜껑이 열리고 여자가 목을 내밀었다. 권우는 여자에게 예인을 조심스레 건네주었다.
여자는 예인을 안고 조심조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로저가 들어갔다.
권우는 어리둥절하며 환한 빛이 새어나오는 하수구로 들어갔다.
권우가 들어가자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로저는 심드렁한 표정을 하고 건성으로 박수를 쳐주었다.
권우는 어리둥절한 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곳은 하수구가 아니었다.
길게 늘어선 터널 형식으로 식당도 있었고, 약국도 없는 게 없었다.
예인을 침대에 눕혀놓고 온 여자가 권우에게 다가가 말하였다.
“메카 룬에 오신 걸 환영해요. 권우 씨. 히히”
“메카 룬?”
“권우 씨는 메카 룬에서 최초로 구출한 생존자이십니다.”
.
.
.
.
순환고리는 파괴를 부르고 파괴는 또 다른 순환고리를 만든다.
...
THE END of Circulation.
See You at Circulation's Commencement
-용어 풀이
D.E-50AE:이스라엘에서 제작한 초대형 권총 데저트이글 제작연도 1982년 사용국가 미국
외 제원(50AE) 구경 12.7㎜, 길이 27.3㎝, 무게 1.998㎏, 유효사거리 200m
세계에서 가장 강한 자동권총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자아 이렇게 황천기1기 부서진 순환고리가 끝났습니다.
흐지부지하게 끝나버려서 조금 찝찝하지만 완결내고 나니 후련하군요.
언제나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황천기 2기로 다음에 찾아 뵐게요.
첫댓글 호오~호오~
와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