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박찬호 선수한테 너무 크게 데인 바 있음에도, Rangers가 다시 5년간 6000만 달러의 계약을 Kevin Millwood에게 안겨준데는, 나름대로의 분석과 판단을 바탕으로 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원래 오프시즌 전부터 팬들이 눈독 들인 건 A.J Burnett이었죠. 파이어볼러들의 고향이자, Nolan Ryan의 향수가 여전한 팀 아니랄까봐...물론,
버넷이 토미 존 수술의 경력이 있단 것도, 버넷이 한 번도 15승을 해본 적이 없는 투수란 것도, 버넷은 늘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도, 버넷은 메이저 7년차임에도 200이닝은 단 2번 밖에 못 던져봤단 기록도
레인져스 팬들과 관계자들도 모르는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29살로 투수로서 전성기에 접어들 나이, 193cm 104kg의 듬직한 체구, 투수의 로망, 최고구속 100마일대의 패스트볼은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버넷이 애초부터 토론토를 가장 먼저 방문하면서 계약을 암시했음에도 팀 No.1 타겟으로 잡고 물밑작업을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A.J는 결국 첫사랑을 그대로 안고 계약해버렸고 에이스란 전제 하에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Millwood였죠.
물론 시즌 중에 팬들의 버넷사랑과는 달리 프론트진에선 밀우드를 더 선호하는 움직임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것이 밀우드가 알링턴을 방문해 구단주와 단장과 저녁식사도 하면서 만나서 얘기를 했을 때, 아마 그 때 확신을 가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선수는 다르다"
정작 최종결정권을 쥐고 있는 힉스 구단주는 박찬호 이후엔 장기계약은 커녕 투수에 대한 투자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게 된지라 JD는 밀우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싶어도 힉스를 비롯해 박찬호의 계약과 함께 한 프런트진을 설득해야하는 입장이었는데요. 그러던 차에, 면담을 통한 케빈 밀우드란 선수는 단지 자신에게 더 많은 돈을 안겨줄 팀이다 라고 생각해서 텍사스를 방문한 것이 아니라, 보스턴도 동시에 방문예정을 한 것에서도 보듯 이제는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줄 팀을 찾아 더 이상 단기계약 없이 안정을 찾고 싶었던 것이죠. 따라서 금액도 금액이지만 기간도 중요시했고 (텍사스와 계약직전까지 조율을 했던 부분이죠), 대우만 제대로 해준다면 본인도 텍사스로 온다고 해도 타자구장? 난 그런 거 신경 안 쓴다. 내내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줬고, 그 인상에 구단주와 단장도 저 투수는 마운드 위에서 적어도 도망가는 피칭을 하진 않을 것이며 마운드 위에서 워리어 같이 싸우면서 모습을 보여주겠구나... 그런 듬직하단 인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여기에 똘똘이 단장 JD도 그리 호락호락 넙죽 돈을 안겨주진 않는 센스. 아무래도 구단주도 지금까지 까먹은 거에 대한 본전 생각에 앞으로 A-Rod 연봉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지라, 6000만을 그냥 줄 순 없고 일단 1500만을 사이닝 보너스로 처리하면서 사실상 페이롤에 적용되는 연봉은 4년간 4500만으로 만들어 버렸고, 그 중 600만을 추후지급, 본격적으로 1000만 이상을 받게 되는 2009년(1100만)과 2010년(1200만)에는 09년에 180 이닝 이상을 소화해야 2010년 연봉이 보장된단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옵션을 추가하면서 risk를 최소화했습니다.
SP: Kevin Millwood, 74년생
올해: 600만 2007년: 750만 2008년: 850만 2009년: 1100만 2010년: 1200만
- 2010년 1200만 연봉이 보장되기 위한 조건 1. 07~09년, 3년간 평균 180이닝 이상, 즉 이닝수 합이 540 이상 2. 08~09년, 2년간 평균 180이닝 이상, 즉 이닝수 합이 360 이상 3. 09년 180이닝 이상 기록해야
- 트레이드 거부권은 부분적, 600만은 추후지급
본격적으로 로테이션을 이끌 에이스로 밀우드가 훈련캠프에 참가하자 코칭스태프도 그의 몸 상태 체크에 심혈을 기울였고, 특히 쇼월터 감독은 전력노출을 방지한다면서 등판 자체를 무리시키지 않았죠. 여기에 밀우드 본인도 과연 텍사스에서 성공을 확신하는 자신감을 유지했고 특히나 팀 내 기존 젊은투수들을 이끌어줘야 한단 베테랑으로서도 늘 훈련캠프에 가장 먼저 도착하고 누구보다 훈련에 성실하게 수행하면서,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는 가장 늦게 남았다가 돌아가는 모범을 보였죠. 시즌이 가까워질 무렵 기존 멤버들의 반응은 자연스럽게 "역시 밀우드"로 모여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1선발 투수가 이렇게 Buck Showalter 입맛에 맞는 행동을 보여주니 이것이 Phillies에서 방황하던 V. Padilla도 자리를 잡고, 2년차 Kameron Loe가 특유의 성실함을 잃지 않는 등 투수진 전체에 안정과 할 수 있단 자신감을 가져줬다고 하면 조금 과장일까요?^^
오늘 밀우드 완투의 의미
- 쇼월터 감독의 일명 "Buck Ball"은 스몰볼에 그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선발투수와 불펜투수 운용에 있어서도 경기 분위기를 상당히 중요시하죠. 즉, 선발투수가 힘이 떨어지기 시작해 지금의 이길 수 있는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뺏길 거 같다 싶으면, 한계투구수도 나발이고 바로 더 구위가 뛰어난 준비된 불펜을 투입합니다. 그래서 선발투수를 내리는 타이밍도 빠르고, 선발투수의 투구수도 적게 관리되는 점은 좋은데, 대신 불펜이 죽어난단 단점이 있습니다. 양적으론 아무리 많다해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후반부 들어서면 빈틈을 절대 줘선 안 된단 생각에, 불펜투수도 얘가 안 통하고 좀 맞아 나가네, 교체... 어, 상대가 좌타자네... 그럼 무조건 막아야하니 좌투수 또 투입... 우타자 나오면 또 우투수 투입... 이런 식이다 보니 벅 감독 아래에서 "믿을맨"으로 낙점되면 계속 믿고 또 쓰고 또 쓰고 하기 때문에 죽어나다 못 해 스스로 과부하가 걸리거나 견디지 못 하고 부상으로 알아서 자빠지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ex: Aaron Fultz, Ron Mahay, Carlos Almanza, 최근 Francisco Cordero가 좀 예전같지 않다는 것도 한창 때 하도 굴려먹다 보니(8회말부터 투입하는 등) 이런 것에 기인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게 사실입니다.)
- 밀우드 선수가 작년에 비해 던지는 딜리버리를 봤을 때, 확실히 힘을 빼면서 너무 낮은 로케이션에 집착하지 않고 높은 쪽의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걸 보면, 안타를 맞되 볼넷은 안 주겠다란 심산이며 이는 코칭 스태프가 결코 무리는 하지 말라란 주문을 한게 아닌가 추측을 해봅니다. 100개가 안 되는 99개로 완투하면서 우선 본인 몸 관리를 알아서 했으며
- 그 전까지 5연승을 하느라고 잠시 망각하고 있었지만, 1. 특히 그저께 선발 Tejeda가 5이닝만 채우고 내려가면서 나머지 4이닝을 막기 위해 무려 6명의 불펜이 투입되었고 2. 어제도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이 되는 바람에 4명의 불펜이 소화되었죠. 3. 이 와중에 구위가 좋다는 미명하에 Ostuka, Benoit, Cordero는 이틀 연속 투입.
벅 감독의 불펜혹사쇼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을 뻔 했단 거죠.
지금까지 7연전을 했는데 앞으로도 홈에서 6연전을 더 해야하고 하루 쉬고 이어지는 원정 10연전...죽음...상대가 모두 보스턴, 양키스, 휴스턴... 다음은 하루도 안 쉬고 바로 다시 홈에서 10연전...애남, 오클, 셰틀...죄다 지구경쟁팀들...
스케줄만 해도 죽음인 5월의 시작에서 일단 불펜의 혹사는 한 타임 방지해줬단 거죠.
- 팀 연승을 6으로 가뿐하게 이어줍니다. 불펜의 가동도 없이, 본인도 무리하지 않으면서 팀 분위기는 최고조로 만들어줍니다. 오늘 포함한 최근 5경기 중 4번이 7이닝 이상의 퀄리티 스타트였으며, 그 중에서도
4월 14일, 오클전: 팀의 2연패를 끊어줌. 그 전까지 팀 분위기가 최악이었고 (10경기 3승 7패) 지구라이벌 오클랜드와의 원정경기였음에도 시리즈 첫 경기를 산뜻하게 7이닝 2실점으로 막아줘 팀의 첫 위닝시리즈를 가져가는 원동력 제공.
4월 29일, 클블전: 역시 작년 친정팀을 상대로 팀 3연패 위기를 끊어줌. 공교롭게도 지금의 6연승은 바로 이 경기를 이기면서부터 시작된 것.
에이스로서 보여줘야하는 경기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것이었죠. 위 2경기 말고도 남은 2경기도 모두 이길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지만 한창 불펜이 안 좋을 때라 뒤에서 와장창 날려버린 경우입니다.
지금껏 다소 피안타율이 높았던 게 그나마 꼽을 수 있는 불만이었는데 오늘 완투하면서 7회까진 1안타 허용이었고, 2실점을 하고도 결국 9이닝 동안 겨우 4안타 허용. 시즌 방어율도 3.52로 낮췄죠.
3승 2패 3.52 방어율, 46.0이닝 50안타 3홈런 9볼넷/31삼진, 피안타율 .276
1. 5이닝 5실점 - 패 2. 6이닝 5실점 - 패
딱 두 경기 헤매고, 바로 적응 시작...
3. 7이닝 2실점 - 승 4. 7이닝 3실점 - ND 5. 5이닝 0실점 - ND 6. 7이닝 2실점 - 승 7. 9이닝 2실점 - 승
텍사스 팬으로서 밀우드가 고마운 건, 베테랑으로서 에이스 역할을 멋지게 해주니까 젊은 투수들에게 많은 귀감과 도움을 주고 있죠. 지금 선발진이 생각 이상으로 잘 해주는 데는 이 시너지 효과가 발휘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첫 두 경기 삽질할 땐 여기저기서 역시 삽질계약이었단 섣부른 소리가 나왔지만 "아니다,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 했을 뿐 구위나 몸 상태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곧 좋아질 것이다."란 텍사스 팬들의 믿음을 바로 보란 듯이 실현시켜준 거 같아 기쁨이 더한 거 같습니다.
칸원이었습니다. |
첫댓글 코롱카,바우어 이넘들이 완전 로또 터졌죠.. 도밍구에즈 한테 고마워 지네요... 테헤다만 터지면 JD는 천재입니다..
밀우드 잘하네요.
필리 시절은 왜 그렇게 2% 부족한 느낌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