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쉼표님이 03.04 22:00에 입장하셨습니다
- 이야기밥님이 03.04 22:03에 입장하셨습니다
- 쉼표
안녕하셨어요^^
- 이야기밥
안녕
- 쉼표
봄이 오긴 오나봐요, 바람은 아직 차지만 햇살은 따끈따끈~
- 이야기밥
봄이 와요. 산책을 하는데 바람이 아직 차긴 한데
- 이야기밥
그래도 견딜만 하더라구요.
- 쉼표
새학기 되면서 유치원에 인터뷰하러 다니고 마감하느라 정신없이 지냈어요. 책을 다 못 읽고 왔습니다 ㅎㅎ
- 쉼표
영웅신화라서 더 재미나게 읽고 있었는데;;
- 이야기밥
나도 다는 못 읽었는데
- 이야기밥
그냥 얘기하면 되지요. 읽은데까지 가슴에 오는
- 이야기밥
얘기 하면 되지요.
- 이야기밥
사는 얘기 해도 좋구요.
- 쉼표
앞부분에서 영웅신화의 전형적인 얼개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아기장수 설화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 쉼표
아기장수는 왜 설화가 되지 못 했을까 해서요. 아기장수가 신화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하는 의문을 다시 바라보게 되네요.
- 쉼표
아기장수의 부모가 우투리를 죽이는 것으로 끝나야만 했던 그 당시의 마음들이 지금도 있나, 어떻게 존재하고 있나 생각하게 됩니다.
- 이야기밥
예, 쉼표는 아기 장수 설화를 좋아하지요.
- 이야기밥
이 책에서도 삼손 이야기가 아기 장수 설화와 비슷하다 그러네요. 295쪽 보니까요.
- 이야기밥
여기서는 아무리 힘이 세다 해도 비천한 출신은 제거될 수 밖에 없다는 민중의
- 이야기밥
한이 이 장수 설화를 통해 표출된 것이라 말하는데요. 박종수란 분의 생각을 옮긴 거에요.
- 이야기밥
글쎄요. 어려운 말이네요. 역시 문제는 지금의 자리에서 어떻게든 재해석을 해야 할 것 같아요.
- 이야기밥
장수 설화를 그림책으로 그려내려 할 때, 무엇이 필요한 걸까요?
- 이야기밥
쉼표는 장수 설화를 꼭 그림으로 그려내고 싶다고 하셨으니
- 이야기밥
이런 기회에 자꾸 말을 하다보면 내면에 쌓이는 게 있을 거에요.
- 이야기밥
함 생각을 말해 보세요. 들어볼게요.
- 쉼표
일단은 아기장수 - 우투리라고 할게요 - 우투리 이야기가 돌던 시대에 사람들이 느꼈던 절망을 더듬어보고 싶어요.
- 쉼표
이야기에서조차 영웅을 만들어 낼 수 없었던 처절한 절망이요.
- 이야기밥
아, 좋네요
- 쉼표
얼마전에 7번방의 비밀을 봤어요 - 천만이 넘을 영화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1200만이나 봤다니까 '해피엔딩을 보고싶어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현실에서는 안되지만
- 쉼표
영화에서라도 정의가 실현되는 행복을 보고싶어하나보다' 생각했어요. 광해도 그랬고요. 두 영화 모두 저는 실망스러웠지만 그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좀 넘겨보게 되었어요.
- 쉼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그 시에서도 '봄은 오고야 만다' 가 아니라 '봄이 올동 말동 하다' 로 읽혀지잖아요. 일제치하에서의 처절한 절망이 환타지 세계에서조차 해피엔딩을 꿈꾸지 못하게 만든 것 같아요.
- 쉼표
그런 절망을 만져보고
두렵지만 그 절망을 살아봐야 아기장수
- 쉼표
끔찍하지만. 그 절망을 알아야만 우투리의 부모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 쉼표
그 다음에 우투리의 대리부모를 찾아볼 지혜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 쉼표
우투리가 영웅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을 때까지 바람막이 해 줄 누군가가 반드시 있을 것 같아요. 적어도 지금 시대에서는요.
- 쉼표
저는 신앙의 도식에 안주해있어요. 믿음이 희망이 되기도 하지만 창작에서는 전형적인 틀이 될 수 도 있는데 - 우투리를 되살려서 신화화하려면
- 쉼표
그 때 당시에 없거나 미약했지만 지금은 드러나있거나 드러나고 있는 내면의 힘을 인지하고 활성화해야 할 것 같아요.
- 쉼표
먼저, 존재자체가 죄가 되는 존재란 없다
- 쉼표
존재함 자체는 축복이고 신비이다 - 존재한다는 것은 신성의 힘이 내포되어 있다
- 쉼표
이것은 파괴될 수 없는 힘이지만 저절로 발현되지는 않는다
- 쉼표
발현될 수 있게 하려면 개인과 집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 우투리의 경우 집단이 포기해버린 경우니까 이 집단안에 들어가봐야 할 것 같아요. 특히 부모요.
- 쉼표
부모는 개인과 집단 사이에 있는 것 같아요. 개인과의 관계를 놓고 보자면요.
- 쉼표
신을 빼고 신성을 이야기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만 - 이건 차차 공부하면서 풀어야 할 것 같아요.
- 쉼표
내면의 힘으로 처음 생각할 수 있는 건 자존감인 것 같아요 - 존재 자체가 복이고 신비라는 자각이 우투리가 살던 시대에는 미미했을테니까. 그 부분은 지금도 그렇고요.
- 쉼표
ㅎㅎ 여기까지만 할게요. 너무 어렵네요~ 꼭 공부해야지, 살아내야지 하면서도 너무 추상적으로만 생각하고 미래에 할 일로만 정해둔 티가 나네요.
- 이야기밥
네, 좋아요. 내가 지금 이야기를 들으면셔
- 이야기밥
든 생각을 좀 해 볼게요.
- 쉼표
네!
- 이야기밥
먼저, 이야기에서 조차 영웅을 만들어 낼 수 없었던 처절한 절망에 대해
- 이야기밥
생각해보겠다는 말에서 나한테도 아하가 왔어요. 바로 그거에요.
- 이야기밥
세상의 모든 판타지, 신화는 바로 그 처절한 절망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닐까요.
- 이야기밥
그 절망에까지 내려가서 내 마음이 가슴 아프게 동하며 저절로
- 이야기밥
내 몸의 에너지가 한 군데로 모이면서 엄청난 감정의 격동,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 이야기밥
그렇게 되면 나는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 작업을 할 때 행복을 느끼는 거지요.
- 이야기밥
행복이란 것 이전에 그냥 그걸 할 때 내 삶의 어떤 존재감, 자존감을 느낀다고
- 이야기밥
해도 좋을 것 같아요.
- 이야기밥
그러니 일단 아기 장수 설화 작업에 들어갈 때의 그 시작점이 아주 좋아요.
- 이야기밥
그걸 느껴보고, 결국 옛이야기나 신화는 단순 재화의 차원은 지금 넘어서야 할
- 이야기밥
때인 거지요. 재창작을 해야 될 거에요. 나만의 처절한 절망을 지금 이 현실에서
- 이야기밥
상대화시켜서, 결국 지금의 현실에서 아기장수 설화에 대비되는 상징의 존재를 찾아야 할 것 같아요.
- 이야기밥
절절하면 곳곳에서 아기 장수 설화의 분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이 보일 겁니다.
- 이야기밥
직접 대면하게도 되고, 어느 신문 기사 한 귀퉁이에서 만나기도 하구요.
- 이야기밥
바로 이렇게 현실의 어떤 구체적인 현실이 내 안의 아기 장수 설화를 자극할 때,
- 이야기밥
상징이나 신화가 오늘의 치열한 리얼리즘으로 다시 재해석되는 지점이 발견되지 않을까 싶어요.
- 이야기밥
결국 사유의 문제이고, 감성의 문제이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사랑의 문제다
- 이야기밥
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거 하나 하구요.
- 이야기밥
다시 구체적으로 두 번째 우투리의 대리 부모를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말에서 또
- 이야기밥
아하가 왔어요. 이 말도 참 좋은 것 같아요.
- 이야기밥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삶의 통로가 역시 어머니와 아들, 딸, 자식의 관계가 아닐까도 싶네요.
- 이야기밥
개인과 집단 사이에 서 있는 통과의례의 문과도 같은 부모는 당연히 자식에게는
- 이야기밥
극복하기 힘든 문지기 괴물이 아닐까도 싶구요.
- 이야기밥
참으로 많은 문제가 숨어있는 것도 같네요. 아기 장수 설화를 그런데 지금
- 이야기밥
제대로 그려내고 하는 사람이 없어요. 그럴 겁니다.
- 이야기밥
이건 그림 실력의 문제가 아니란 걸 알아야 되요.
- 이야기밥
사유의 문제란 걸 알아야 될 것 같아요.
- 이야기밥
역시 어려운 문제이지요. 일단 여기까지요.
- 쉼표
주위에 보면 - 제 부모님도 그렇고 - 자식의 비범함 혹은 개성을 키워줄 역량을 가진 부모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두려우니까요. 그대로 컸을때 사회에서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자체가 두려움에 막혀버리기도 하고요. 그런 것 같아요.
- 쉼표
내 안에 있는 우투리가 부모의 손으로 거세되었음을 알았을 때는 이미 성인이 되어 버렸고, 비범한 개성대로 살아가기에는 내 자신이 세상에 너무 길들여진 타자가 된 듯한 느낌에 잡혀있기가 일쑤고요. 너무 늦었어... 하는 탄식과 함께.
- 쉼표
이것조차도 모르고 그냥 살기도 하고요. 알아차린다 한들 이미 책임져야 할 다른 것이 많아져 그냥 살아가기도 하지요.
- 쉼표
만약 이 상황에서 출생, 부모와 사회를 원망하며 시간을 보낸다면 아기장수 설화가 재현되는 거일테고
- 쉼표
내 자신이 첫번째 대리부모가 된다면 신화화되는 거지요.
- 쉼표
먼저 내 자신이 첫번째 대리부모로서의 역할을 생각해보려고요. 생각은 이렇게 하는데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 이야기밥
왜 몰라요? 지금 얘기 들어보니까
- 이야기밥
무언가 또렷한 지점이 많은 것 같은데요.
- 이야기밥
요즘 그림을 그려보면서 참 감사할 때가 있어요.
- 이야기밥
사실 나 같은 사람이 그림을 그리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 이야기밥
객관적으로만 보면 하나의 기적과 같은 거거든요.
- 이야기밥
예전에 몇 번 예정 선생한테 드로잉하는 수업을 받는데
- 이야기밥
나보러 다들 형태치라고 놀리곤 하였어요.
- 이야기밥
당근 지금도 형태치라서 무얼 보고 그려낼 수가 없어요.
- 이야기밥
그러니 아마도 일종의 전문 화가들이 지향하는 예술 작업을
- 이야기밥
꿈도 못 꾸는 거지요. 그런데 이 그림책 작업은
- 이야기밥
이상하게도 정말 놀랍게도 형태지도 와서 놀 수 있는 한 쪽 귀퉁이 공간을
- 이야기밥
열어 놓은 부분이 있어요. 이게 뭘까?
- 이야기밥
요즘 나 같은 사람도 와서 같이 놀 수 있는 이 공간은 과연 무얼까?
- 이야기밥
아주 많은 생각을 하는 거에요.
- 이야기밥
그건 역시 그림책에는 놀이 감각이 필요한 것이고,
- 이야기밥
놀이는 예술이라는 어떤 정해진 규범 같은 걸 다 포용하면서 넘어서는
- 이야기밥
아량 같은 것, 수용성 같은 것이 있지 않나 싶은 거에요.
- 이야기밥
일종의 회화 작품이 되지 못하면서도 그림책에서는 봐줄 수 있는
- 이야기밥
매우 놀이적인 흥같은 게 있는데, 한 마디로 요약하면
- 이야기밥
아이들은 놀 때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그냥 같이 놀아주지 않을까 싶은 거지요.
- 이야기밥
놀이판을 실력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그냥 공감과 재미와 흥을 쏟아내는 에너지를
- 이야기밥
교감하는 기운을 기준으로 하지 않을까 싶은 거에요.
- 이야기밥
그런 점에서 아기 장수 설화를 비록 하더라도, 결국은 처절한 절망에서 시작하지만
- 이야기밥
앞으로 지향해 가는 지점의 에너지는 역시 아이들이 노는 놀이감각, 놀이정신에
- 이야기밥
있지 않을까. 비극을 어떻게 놀이화시키느냐, 어떻게 보면 아주 이율배반적이고
- 이야기밥
역설적인 이 주제를 어
- 이야기밥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요? 이건 아기 장수 설화만이 아니라, 아마도 많은 문학작품, 신화에 적용되는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끝
- 쉼표
그러네요, 그림책이란 장르는 열려있어요. 정말 그래요. 그래서 더욱 어려운 것 같아요.
- 쉼표
관념이 아닌 삶을 살아낸 실체가 - 작가라는 존재의 에너지가 놀이로 드러나야만 하니까. 놀이로 드어나야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어려운 것 같아요.
- 쉼표
정보라면 모를까.... 놀 줄 아는 사람한테는 쉽지만 공부만 하던 사람한테는 피안의 세계처럼 보여요;;
- 쉼표
오늘 정말 깊고 즐거운 이야기 나눴어요. 고맙습니다.
- 쉼표
ㅎㅎ 쌤, 컴터가 이상해졌나봐요?
- 이야기밥
그래요?
- 쉼표
쌤이 사라졌어서 ㅋㅋ
- 쉼표
다음주에는 삼손챕터랑 같이 12장 임상사례 - 외도심리와 이혼상담을 같이 할까요?
- 이야기밥
예
- 쉼표
쌤 마무리 말씀 부탁드려요. 저는 개인적으로 쌤이 그림책작가라는 것이 무척이나 기쁜 복음이고 자랑스러워요.
- 이야기밥
그림책을 즐기는 사람은 될 것 같아요. 같이 계속 놀아요? 이게 행복이지요.
- 이야기밥
나도 쉼표에게 늘 감사하게 생각되요. 그래도 역시 최소한의 스킬이나
- 이야기밥
공부는 역시 필요한 것 같아요. 이건 이렇구요. 마무리 말은 생략이요. 말 많이 했어요.
- 쉼표
고맙습니다^^ 그럼 다음주에 뵐게요. 평안하세요~~~
- 이야기밥
안녕~
첫댓글 붙이기가 잘 안 되었어요;; 스크롤해서 보시면 됩니다~ 오늘도 즐거운 공부였어요^^ 그림책 작업에서 '열려있는 한 쪽 귀퉁이 공간'이라는 밥쌤의 말씀에서 희망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