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산문 37집 시 원고 10편 / 정운기
히말라야는 타지 않는다
장애인이 되도록 사랑했기에
8000미터급 14개 봉우리를 완등하고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북동부 브로드피크 정상에서
하산 도중에 조난되어
삶 너머 산속에 영원히 잠들어 버린
불굴의 산악인 김홍빈 대장이여
누가 히말라야를 피우는가
당신의 히말라야는 영영 타지 않을 겁니다.
모래 시계
삶은
소리 없는 폭포
우리의 자랑은
저엄점 아래로
초고령 사회가 되어간다
밑바닥에
가득 찬 사고四苦도
아침에
뒤집어 놓으면
또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이삭 줍기
가난한 사람들은
이 세상에 늘 있는데
가만히 있으면
누가 돈 주나요
노후는 대리가 없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벽마다 손수레에
백세에 낳은
가난한 웃음을 줍는 것이
전업이 되었다는데
지금은 고령사회
프래스토로 편입된 빈곤층
나라도 망설이는 웃음이기에
여생이 어찌 편하랴.
난해한 문제
눈 속에서 핀다
얼음새 꽃
복과 장수의 뜻으로
복수초
하나만을 고루 세요
둘 다 좋은데.
*
똥오줌 가린 걸 배웠다고 자랑하다가
내 손으로 가리는 걸로 마감한 것이
우리의 자랑이지만
불평보다 앞섭니다
내일을 모르면서
자신의 현재를
전과前科까지도 자랑합니다
입으로 시인했더니
세상에서 죽었으나
산 자기 되게 하시고
분토로 생각게 하십니다
밤하늘 첨탑에 매달려있는
사랑을 보고
우리의 자랑을
잠자기와
깨어남으로 확증시켜 줍니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 웃음
밤남정의 이별
그 후로 다시는 만나지 못한 이별이 될 줄이야
유행가의 이별보다 먼저
형제는 노래를 주고받았는데
바다를 사이에 두고
형은 흑산도로
동생은 강진으로
배소 되었으니
모란꽃이 피기 전부터
정다산의 하피첩의 매조도가 있었고
손암 선생의 자산어보 속에
해양생물의 열정이 자라고 있어서
바다도 검은 섬이 되어
지금도 구슬픈 노래만 부르고 있다네.
피할 것은 피하라
따를 것은 따르고
싸울 것을 싸우고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아니니
오직 너 믿음의 사람아.
산바람
삼복 속에서도
매실나무 밑에서
하늘을 향해 시위하는
풀들의 자유방임
1시간 정도
예초기를 좌우로 흔들었더나니
온몸에 흐르는 땀이 쉬라 하네
나무 밑에
돗자리 깔고 있노라니
초등학교 시절 불렀던
산바람 강바람 동요 중
1절 노랫말이 정말로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 주데요.
놔두면 떨어지는데
유월이
내 고장에 오면
벌떼처럼
매실 향기 건축하는데
청약자가 없다고
나뭇가지에 놔두니
저절로 떨어집디다.
순애殉愛
여름밤의 성탄은
청정지역에서 잔치
10일간의 일생을 살면서
사랑은 사랑을 낳기 위해
죽음보다 강하다
불빛 없는 곳에서
가난한 자에게 형광이 되고
동방박사를 안내하는
별이 되지만
기후변화로
여름밤의 발광發光이 사라진다면
우리의 생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