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박상천
가을을 지나 겨울
그리고 그 겨울이 깊어졌지만
어느 날 문득,
덮고 있는 이불이 그대로임을 알았다.
간혹 바뀐 이불의 두께와 무게로,
혹은 달라진 이불의 냄새로 계절이 바뀌었음을 느끼곤 했다.
그녀가 떠나기 전까지는 분명 그랬다.
그러나 이젠
시퍼런 가을 하늘도,
펑펑 쏟아지는 하얀 눈도 아무 의미가 없다.
그 의미없는 시간의 한 구석 어딘가에
나는 버려져 있을 뿐이다.
의미 없는 시간의 찬바람이 초라한 이불 속을 파고드는 밤,
아, 이불장 속 압축팩엔
그녀가 넣어둔 지난 계절이 그대로 남아 있을까?
압축팩 지퍼를 열면
그 계절의 따뜻한 냄새가 부풀어 오르며 되살아 날 수 있을까?
-작가약력-
1955년 전남 여수 출생
198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동국대학교대학원 현대문학 박사
한양대햑교 국제문화대학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제33회 편운문학상 수상
‘사랑을 찾기까지’, ‘말없이 보낸 겨울 하루’
‘5679는 나를 불안케 한다’, ‘낮술 한잔을 권하다’
‘나의 키로 건너는 강’, ‘슬픈 갈릴레이의 마을’
‘일교차로 만든 집’
‘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 등을 내놓았다.
첫댓글 오늘은 크리스마스 ,
오늘도 그녀가 온글 대문에 따뜻한 이불을 가져다 놓았네.
앞으로도 계속 그녀가 떠나지 마시고 철따라 새로운 이불을 갈아 주기를
오늘 교회가서 나는 기도 할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