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달라도 한지붕 아래 희망 키우는 우리는 가족"
■ 사회재활교사 이성희씨(춘천) 그룹 홈 (group home)
"장애가 행복한 가정의 장애가 될 수는 없어요."
춘천시 우두동 동부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성희(28)씨 가정은 사회복지법인 남강애육원이 지원하고 있는 그룹홈 중 하나다.
그룹홈 제도(group home system)는 사회생활에 적응키 어려운 장애인들을 각각 소수의 그룹으로 묶어 가족을 형성, 사회에 적응할 때까지 도와주는 제도다.
이 집에서 정신지체장애인들과 함께 살고 있는 사회재활교사 이성희씨는 이곳을 '희망의 집’이라고 소개했다.
아픈 과거 지닌 장애인 5명 3년째 동거 사회적응 도와
한달 65만원 월급 아껴 임대아파트 보금자리도 마련
가족은 성희씨를 포함해 모두 6명으로 요즘 흔히 보기 힘든 '대(大)가족 체제’를 이루고 있다.
강원재활원에서 어린시절부터 함께 자라고 커 부부의 연(緣)을 맺은 김종수(37)씨와 최혜숙(37·여)씨 부부, 같은 직장에 다니며 친형제보다 애틋한 정을 쌓아가고 있는 윤민우(30)와 강재만(30)씨, 가족 모두에게 인기가 좋은 손재준(37)씨가 이 가정의 식구이자 인생의 동반자다.
부친이 동해에 살고 있는 재준 씨를 제외하곤 이들 모두 유아시절 가족과 떨어져 사회복지시설에서 미아로 발견된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기에 서로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다.
이들은 과거의 아픈 기억을 딛고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힘차게 살아가고 있다.
특히 이들은 평범한 직장인도 이루기 힘들다는 내 집 마련에 도전,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동부아파트의 주인인 민우 씨를 제외한 전원이 퇴계동에 위치한 주공임대아파트에 청약을 해 입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춘천시 후평공단 내에 있는 직장에서 단순노무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들은 한달 평균 65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지만 기본적인 생활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돈을 모두 저축해 임대아파트지만 자신들만의 보금자리를 꾸릴 수 있게 됐다. 출·퇴근 자전거로 할 만큼 이들 모두는 알뜰한 살림꾼이다.
물론 아직까지 사회생활에 완전히 적응키는 어려운지라 예금입금 등 재산관리는 성희씨가 도맡아하고 있다.
성희 씨가 이 집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지난 2000년부터 남강애육원에서 일을 해오다 3년전 그룹홈에 지원했다.
"많은 장애인들이 소규모 시설이나 기관에서 타인의 도움이나 보살핌 속에서 평생을 보내는 것과는 달리 그룹홈 제도는 친구들의 개성과 능력에 맞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이 선택의 이유였다.
성희 씨는 이제 가족과의 이별을 앞두고 있다. 그룹홈의 목적이 장애인 스스로의 자립을 위한 것이기에 일정 부분 단계에 오르면 헤어져야한다.
3년동안 동고동락한지라 정(情)도 많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
성희 씨는 "가족 구성원들이 사회적응을 위해 외부와 연결시킬수 있는 고리를 가능한 많이 만드는 것이 나의 할 일"이라며 "장애가 경미한 친구가 나가면 다시 또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곳을 나간다고 해서 완전히 헤어지는 것은 아니다.
성희씨는 매주 2∼3회가량 가족구성원들의 집을 방문해 조언을 해주는 등 돌봐줘야한다. 전일(全日)홈에서 반자립홈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별을 앞둔 이들 가족은 지난 9월에 2박3일간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혜숙 씨를 제외한 누구도 비행기를 타본 적이 없던터라 모두들 설레는 마음으로 떠난 여행이었다고 한다.
제주민속박물관, 매직월드, 도깨비 도로, 익스트림 아일랜드, 천지연폭포 등 많은 관광지를 돌아봤고 난생 처음 타 본 유람선에서는 배 멀미로 혼쭐이 나기도 했지만 이들에게는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됐다고 했다.
이 여행은 사회복지법인 남강애육원의 소식지인 '다솜드리(사랑을 드립니다란 의미)’에 실리기도 했다.
성희씨는 "힘든 때도 있지만 마음 속으로 고마워하는 그룹 홈 식구들과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이 큰 힘이 된다"며 "장애인 모두가 정상과 같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날까지 더욱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위해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발걸음이 무척이나 가벼워보인다.
■남양동산은
사회복지법인 남강애육원 산하 장애인직업재활기금사업 수행기관이다.
중증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사회적 삶을 위해 취업을 통한 직업생활 유지를 목표로 직업 상담 및 평가 적응훈련을 실시하는 곳이다.
입소자 대부분은 강원재활원에서 거주하면서 동원학교를 졸업한 장애인으로 이곳에서 직업재활 훈련을 거쳐 사회로 나가 정상인들과 함께 생활하게된다.
정동원 gondori@kado.net
강원도민일보 기사 : 2005-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