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1970년대에는 지금과 많은 것이 달랐다. 핸드폰도 없었고 급식 대신 도시락을 사용했다. 도시 가스가 아닌 연탄이 연료였고, 학비도 초등학교까지 다 냈다. 행복한 고물상은 이 시대에 살았던 작가 이철환에 이야기다. 작가는 가난해서 학비도 제대로 못 내고 연탄 가스 때문에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가족과 이웃들은 어려움 속에서 서로 사랑하고 나누는 힘들지만 행복한 사람들이었다.
책에 나온 많은 이야기 중 깜치와의 전쟁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쌍둥이 형과 함께 시골 집에 놀러 갔다가 벌어진 일이다. 무서운 개, 깜치에게서 형이 도망쳐 나무에 매달렸는데 깜치가 바지를 잡아당겨 바지가 벗겨진 것이다. 형은 여름이어서 속옷을 안 입고 있었고 그때 개의 주인과 주인의 딸이 집에서 나왔다.
이 이야기는 너무 웃겨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솔직히 재밌어서 잊고 싶지 않았던것도 있다. 우울할 때 기분을 달래기 너무 좋은 이야기인 것 같다.
이철환 작가는 우리는 생소한 의성어/의태어들이 나온다. 예를 들어 “나는 선득거리며 흥뚱항뚱 그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 우두망찰하던 아버지가 내 손을 끌며 웅숭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등이 있다. 우리가 많이 들어보지 못했지만 참 아름다운 단어들이다. 나도 이런 단어들로 글을 만들어 보았다. “유민이가 요즘 부쩍 껑더리되었다. 나한테 민주댈 힘도 없었다. 나는 수꿀한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학비를 못 낸 철환이를 위해 같이 벌을 받아준 영수, 다리가 불편한 봉수를 위해 같이 뛰어든 봉수 엄마, 도시락을 못 싸는 기종이를 위해 몰래 도시락을 싸오신 선생님...
아프고 힘들고 가난했지만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배가 고파 본 사람들은 배고픈 아이를 누구보다 이해하고 먹이고 싶어 한다. 부모 없이 힘들게 자란 작가의 아버지는 껌 팔러 온 아이들을 지나치지 못했다. 가난과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 모두가 이런 사랑을 가진 것은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정말 사랑이 넘쳐났다. 차갑고 어두운 세상에서 이들과 같은 사랑, 배려가 따스한 온기를 내뿜는 난로같다.
우리 아파트 단지는 달동네처럼 이웃끼리 사이가 돈독하다. 다 같이 입주해서 8년에 시간이 흘렀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이곳에서 살았다. 그러다 보니 서로 잘 알고 도움을 주고 받는다. 외할머니가 아파서 병원에 계실 때 엄마 대신 이웃들이 밥을 차려주었다. 할머니 배회 증상이 있을 때도 단지 이웃들이 할머니를 여러번 찾아주었다. 특히 우리 마을은 탁구 동호회가 끈끈하다. 나의 탁구 연습을 도와주고, 많이 격려해 주었다. 나는 운이 좋은 것 같다. 이런 좋은 단지에서 살게 되다니.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은 혼자 살아 갈 수 없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주변에 따뜻한 이웃이 있고 나도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