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너는 하나의 절이다.
네 안에서 목탁소리가 난다.
비 갠 후
물 속 네 그림자를 바라보면
거꾸로 서서 또 한 세계를 열어 놓고
가고 있는 너에게서
꽃 피는 소리가 들린다..
나비 날아가는 소리 들린다.
새 알 낳는 고통이 비친다.
네 가지에 피어난 구름꽃
별꽃 뜯어먹으며 노니는
물고기들
떨리는 우주의 속삭임
네 안에서 나는 듣는다.
산이 걸어가는 소리
너를 보며 나는 또 본다.
물 속을 거꾸로
염불 외고 가는 한 스님 모습.
===[한국인의 애송시 II, 청하]===
이성선: 1941년 강원도 고성 출생. 고려대 농과대학 졸업.
그의 시 세계는 자연과의 합일된 세계를 꿈꾸며 원시적이고
원초적인 곳에 이르고자 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시집으로 『몸은 지상에 묶여도』『하늘문을 두두리며』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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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땔감이 되기도 하고
종이가 되기도 하고
회초리와 몽둥이가 되기도 하고
연필이 되기도 하고
붓자루가 되기고 하고
그릇이 되기도 하고
.....
.....
목어가 되기도 하고
목탁이 되기도 합니다.
한여름 땡볕을 막아주기도 하고
한평생 자리를 지키다 생을 마감하는
고마운 나무입니다.
잠을 잘 때도 눈을 감지 않은 물고기 형상으로
목탁을 만들었답니다.
물고기의 두 눈처럼 구멍이 있고
길게 입이 있습니다.
2021년 11월 20일 장유사 방문기를 올립니다.
장유사의 늦가을
토요일이다.
해야 할 일로 출근했다.
오후 3시 반 사옥 옥상에서 하늘을 보니
구름 한 점 없고 황사로 시계가 흐릿하다.
해야 할 일을 팽개치고,
무작정 서쪽으로 출발했다.
장유사!
그래 가락국 수로왕의 처남 장유(본명 허보옥) 인도 사람이 창건한 1,500년이나 된 고찰을 방문했다.
꼭 잡고 있어야 할 어여쁜 단풍은
엄마의 손을 놓고 아래로 아래로
힘없이 떨어져 낙엽이 되어 서로를 안고 길가에 누워있다.
바람이 불어야 우는 풍경(風磬)은 움직이지 않고
범종도 범고도 범어도 숨 죽이고 있는
장유사에 낙엽 밟히는 소리만 들린다.
대웅전엔 커다란 목탁도 누워 쉬고,
수많은 영혼들도 잠들었다.
노오란 단풍도 낙엽이 되기 싫어
엄마 나무에서 깊은 잠을 잔다.
오늘은
바람아 오지 마라.
까마귀야 우지 마라.
여기 장유사에는
어제 귀국했습니다.
이제 제때에 글을 올리겠습니다.
한 주도 건강하세요.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