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모는 74년 우정을 나눈 친구를 기리는 한시를 일기장에 적어놓았다.
참뜻 평생 (誠意平生)
李柳又又友(이유우우우)
舊基明明鏡(구기명명경)
不慍人不知(불온인부지)
君子自誠敬(군자자성경)
이윤영과 류영모는 벗중의 벗이니
옛터골(舊基洞)처럼 옛 기틀 밝힌 밝은 거울
사람들이 몰라줘도 섭섭해 하지 않았으니
군자는 스스로 참뜻과 우러름을 다할 뿐이네
'논어'의 첫장에 나온 '인부지불온(人不知不慍)'을 언급한 까닭은, 친구 이윤영이 공자의 어진 품성과 평생 변하지 않는 겸허한 마음을 지녔음을 강조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공자는 제나라 대부였던 안평중(安平仲)의 우정을 칭찬하였는데, 사람을 대할 때 오래도록 변함없이 공경한[久而敬之] 점을 높이 샀다. 이윤영 또한 류영모에게는, 스스로 정성과 우러름을 다한 사람이었다. 이윤영이 류영모를 평생 친구로 여겼던 까닭 또한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 혹자는 류영모가 엄격하고 직선적인 면모만 있는 것으로 말을 하기도 하지만, 이윤영은 그의 깊은 인간애와 넓은 맑은 심성을 들여다보았다. 마치 인도의 자와할랄 네루(1889~1964)가 마하트마 간디(1869~1948)를 대했던 것처럼 말이다. 간디를 존경했던 그는, '골치 아픈 늙은이'라고 부른다. 그 곧고 바른 기운을 지닌 정신적 동지(同志)에 대한 익살스런 칭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