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니는 전문학교는 과별로 방학날짜가 조금씩 다른데
(다른 곳도 그런가요? 갸웃)
제가 속한 과는 7월 15일 방학이랍니다.
한달 반, 많이 남은듯 얼마 안남은 그런 시간이죠.
오늘은 학교의 학생용 라운지 비슷한 곳에서,
노트북에 랜을 끌어올 꼼수를 발견하고 기쁨에 겨워 카페 접속..하하하.
(2개월 전까진 인터넷 자유롭게 쓰다가 갑자기 인터넷이 부자유해지니
이런 작은 일에도 기뻐요 ㅜ.ㅜ )
1학기의 중간이 흘러간 지금, 느낀 점을 적어볼까 하고요. 덧붙여 동종업계(?)
지망생에 대한 충고랄까... 저번의 휴대폰 건에 이어 또 삽질기입니다만...
하하하하. 곧 10월학기 준비할 때가 오잖아요? 엄밀히 따지면 학교에
대한 감상이라 '생활일기'에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혹
그렇다면 적당한 곳에 옮겨주시길. ^_^
생각해보면 참 무상한게, 4월 15일에 입학했거든요.
중간에 연휴 한번 확 끼고, 다음주엔 학원제라고 일주일 확 쉬고.
대체 그럼 얘네는 수업시수가 어떻게 되는겨....하고 세어보니,
4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총 13주 수업에,
골든위크라고 1주 쉬고
다음주에 학원제라고 1주 쉽니다.
그럼 11주 수업이 남는데, 또 언제 쉴지 모르겠네요..하하;
이 학교가 행사가 많아서 -_-
여튼 11주 수업이라고 치고 이번주가 개학후 7주차니까,
수업을 6주 들은셈이죠. 한과목당 6번... 한과목당 5번만 더 들으면
이번 학기가 끝납니다. 절반이 흘러갔어요. 얼마 안지난 것 같은데요...;
학교다니면서 정신놓고 있으면 어어어 하는 사이에 시간이 간다니까요.
(현재 알바 안하면서도 이정도랍니다. 알바까지 뛰게되면 어느새
방학되고 어느새 반년 되는 그런 감각일거란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한 학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업을 들은 지금, 저는 희망을
별로 갖지 못하고 있어요. 조용히 학교가 하는 대로 맡겨놓고 있다가는
내 목적을 달성해서 졸업할 수 없을거라는 강렬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죠.
제 전공은 통번역이랍니다. 일본어 배우시는 분들 가운데 통번역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될거라고 생각해요. 굳이 통번역이 아니더라도
'일본어를 살려서 일을 하고 싶다'는 식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아주아주아주아주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일본어 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야죠 하하 (호주 다음으로 많다던가, 아니면 호주가 한국
다음으로 많다던가.... -_- )
한국에서 일본어 통번역을 생각할 경우, 일본어 레벨이 좀 된다면
통역번역대학원을 생각하거나, 아니면 일본 유학을 생각할 겁니다.
직접 현장으로 뛰어드는 건 본인에게 아는 구석, 쉽게말해 연줄이
없는 한 좀 힘들죠. 저는 통역번역대학원(이하 통번대)를 지망했다가
떨어지고 일본어를 늘리러 유학온 케이스입니다.
(참고로 저는 외대 통번대 지망생이었는데, 거기 붙으려면 1급 정도의
한자, 문법 실력을 기본으로 전제한 뒤, 말하고 쓰는 데 한국어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의 일본어 활용능력이 필요합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모두 ㅡ다소 표현이 달라지더라도 어쨌든 중요한 내용은 모두ㅡ
바로 일본어로 말하고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다른
통번대들의 합격라인은 잘 모르겠네요. 아,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는
합격 커트라인이 다소 낮습니다.)
통번역 하는데는 꼭 통번대 나오지 않더라도 다른 루트도 있긴
합니다만... 여튼 일본어 말하기가 치명적으로 부족해서 떨어진 터라,
이대로는 일하기도 힘들겠지 싶어서 이 불균형한 일본어를 교정할 겸
해서 통번역과를 선택해서 왔죠. 지금 학교는 학비가 싼 것도 있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경비가 많이 줄어든다는 점 때문에 왔어요.
원래는 1년만 있다가 돌아가서 다시 대학원 시험 칠 예정이었는데,
이 학교가 복수전공이니 2학년때 산학협력 제도니 하는 것들을
하도 자랑하길래, 이곳에 남아서 졸업하려고 마음을 바꿔먹고
입학을 해서 지금 시점까지 왔죠.
(통번역은 현장경력과 실적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님 정말 그럴듯한
간판이 있던가요. 물론 가장 좋은 건 연줄이죠)
그러나.
이게 실제론 말과 좀 다르더라고요. 하하. 이 학교에 저런 제도들이
있는 건 맞는데, 제가 있는 과에는 거의 적용되지 않더군요. 2학기부터
하겠다고 신청한 복수전공은 현재 저쪽 과에서 난색을 표명하며
안받아주려고 하고 있고요, 산학협력활동은 2학년에게 물어보니
그런게 있냐는 표정을 짓더라고요. 하하하. 신청한 복수전공과에서
그렇게 나오는 이유는 유학생이 대부분 적응못하고 나가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학교 내에서 제가 속한 과의 평판이 안좋기도 해요.
입학시험이 있긴 한데 어떻게 친 시험인지, 들어온 학생들의 레벨
차가 극단적이라 수업진행도 상당히 애매하고요.
통번역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그 나름의 시설이 필요한데, 시설 제로고요.
한국인과 중국인만으로 구성된 클래스라 일본인과 접할 기회는
학교 직원들밖에 없고요.
하하하하....
들어오기 전에는 이렇게까지 일본인과 격리된 생활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학과에 중국인과 한국인 유학생밖에 없는데다
다른 과와 접촉할 기회도 없는터라 주변에 일본인이 거의 없어요.
일본어학교가 그대로 올라온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될까요?
(저는 한국에서 바로 와서 잘 모릅니다만)
덕분에 자연스러운 일본어를 계속 접하면서 습득한다는 게 불가능한
환경인 겁니다. 이 상태로 1년 반 더 다녀서 졸업했을 때, 통번역이
가능한 상태가 되리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통번역과가 있는 전문학교가 제가 알기론 다카다노바바의 일본외국어전
문학교와 어딨는지 까먹었으나 동경외국어전문학교라고 알고 있는데,
그 두 곳은 어떤지 모르겠어요. 제가 한국에서 찾아봤을 때에는 그 두 곳과
제가 있는 곳밖에 없었는데, 여기는 암암리에 들리는 소문으론 졸업해서
통번역쪽 프리로 나간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고 하니까요. 다 한국어/일본어
가능한 일반직원으로 무역회사 같은 곳에 취직한 사람이 대부분인 듯. 근데 전
그러려고 온 건 아니거든요. ^^;
다시 당초의 예정으로 바꿔서 1년 후에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때 예정은 '1년 지내면서 일본어를 매우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었기 때문에, 그조차도 의심스러운 지금은 선택하기 힘들죠.
그점이 제가 이를 가는 부분이지만요...하하. 큰 도움은 기대 안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도움이 안될 줄이야 -_-;;
게다가 1년만에 돌아가면 이 일본체류경험이 '공식적으로 쳐주지 않는'
무가치한 경험이 되기 때문에, 그게 싫기도 하고요. 대학졸업한지
좀 지났기 때문에, 나름 경력관리에 자꾸 신경을 쓰게 된답니다.
(경력부분은 사실 룸메가 지적해준겁니다. 하하. 늘 도움을 받고 있죠)
이래저래 이후 인생진로에 대한 복잡한 계산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론은,
어찌되었건 이 학교를 졸업하자는 것입니다. 어차피 고등학교 졸업 후의 공부는
누가 시켜주는게 아니라 자기가 하는 거니까요. 처한 환경이 안좋더라도
그걸 어떻게든 활용해서 스스로 목적을 달성하는게 한사람 몫의 어른이
취할 행동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여기 온 건 사실 제 선택미스였지만,
그걸 어떻게든 수습하는 것 또한 제 몫이니까요.
구체적으로는 학교 수업은 열심히 참가해주면서, 학교 밖에서도 독자적으로
계속 공부를 하는게 되겠지요. 지금까지도 계속 독학으로만 버텨온 인생,
독학하라는 신의 계시구나 하고 받아들이는거죠. 다행이 이곳은 일본,
한국에서 독학하는 것보다 100배는 유리한 환경이 아닌가요. 일본어를
습득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말이죠.
이상이 1학기 중반이 지난 시점에서 제가 느낀 것들입니다만, 어떤 분들은
이렇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어요. 겨우 반 학기 지났는데 너무 실망이
빠르지 않느냐고. 혹은 그런 당연한 얘기를 이제 와 깨닫다니, 너무 늦다!
이러실지도 모르죠 (파하하)
그렇지만 제가 학교를 상당히 오래 다녔기 때문에, 학교의 커리큘럼 등에
대한 판단은 상당히 자신할 수 있는 부분이랍니다. 게다가 어찌보면
당연한 얘길지라도, 인간은 자꾸 그 당연한 사실들을 잊어버리는 동물이니
까요. 이렇게 쓰면서 만천하에 공표하여 스스로에게 자꾸 확인시키는거죠.
현재 저는 제 선택미스를 수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처음부터 선택을 제대로 하는게 제일 좋겠죠. 통번역 관련해서 쓸만한 정보
는 계속 올려드리려고 생각합니다만, 일단 전문학교 진학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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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생들의 레벨을 체크할 것.
같이 수업듣는 학생들의 레벨은 매우 중요합니다. 통번역과정은 아무래도
어학을 전문으로 하는 것이다보니, 통번역을 지망하지 않더라도 그냥
일본어를 더 잘 하고 싶은데 일본어학교는 이미 나왔거나, 일본어학교를
가기엔 내 레벨이 좀 높지 -_- 하는 사람들이 들어오곤 합니다. 그런데
학생들의 레벨차가 너무 심하면 수업이 잘 안되거든요. 딱 잘라 말해서,
통번역과 주제에 입학시험이 너무 쉽게 나온다면 가지 마세요. 1급 정도는
나와야죠.
2. 시설을 체크할 것.
통번역을 가르치면서 랩실이 없는 학교, 학생한테 사기치는 겁니다. 마음껏
발화연습하고 자기 소리를 체크해 들어보는 일이 통역 연습에서 얼마나
중요한데요.
3. 커리큘럼을 체크할 것.
커리큘럼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뭐가 켕기는 게 있다고 봅니다. 제가 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커리큘럼을 요구했더니 '우리 커리큘럼은 특수하다, 사전공개
는 학교 방침에 위배된다, 공개하면 남이 따라할 우려가 있다, 다른 학교 어디도
커리큘럼 따위 공개하지 않는다....' 따위의 대답을 들었습니다.
지금 장난하슈? 라는 소리가 목까지 올라왔습니다만, 당시엔 1년만 있다
확 돌아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았었죠 ㅜ.ㅜ
다른 곳은 커리큘럼에 수업시수에 이수학점까지 공개합니다.
(참고로 지금 다니고 있는 시점에서 커리큘럼을 평가하자면, 여긴 평가할 만한
커리큘럼 자체가 없습니다. -_- 강사한테 일임해서, 강사가 학생 레벨에 맞춰
알아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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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지금 일본어를 막 배우시는 분들, 액센트에 주의하세요. 일본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고저액센트가 있다는 점인데, 발음이 틀리는 것보다
('쯔'를 '쮸'처럼 발음한다든가) 액센트가 틀리는 게 커뮤니케이션에 지장을
준답니다. 이미 굳어진 액센트는 의식해서 고치려고 하면 더 꼬입니다.
그냥 처음부터 잘 배우세요. 새로운 단어를 배웠을 때에는 그 말을 한 일본인
의 발음을 높낮이까지 그대로 외워버리세요. 그냥 말만 통하면 된다,
서바이벌이 가능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지만,
일본어를 전문으로 하고 싶으시면 이정도 레벨까지 가시는게 좋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이만. 오늘도 기일~디 긴 썰을 풀고 갑니다. 와하하.
여기서 주인장님 제외하고 제일 길게 쓰는 사람인 듯?
다들 건강 조심하시고, 유학생활 힘내세요! 곧 장마지만 습기에 굴하지 마시고요!
학원을 지금 다니고 있지만..잘못배우면 정말 허탕이죠..발음도 제대로 안해주는 선생도 있고요..저는 주의에 일본어 하는사람이 많아서 이런저런 조언을 잘 받고있어요..전 학교안다니고 그냥 알바하고 일하면서 일본어 늘려서 무역회사 들어갈려구요..전공살려서!! 암튼....결과적으로는 열심히 해야한다는!!^^
첫댓글 /ㅅ/글 잘읽었습니다~~~저도 전문학교가려고가는건데 전공은 틀리지만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ㅅ/)b
통/번역을 생각하고 있진 않지만, 공감가는 부분이 참 많네요. 도움되는 글이었습니다. 본인의 행동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역시 어른스러워 보이는군요.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래요. ^^
학원을 지금 다니고 있지만..잘못배우면 정말 허탕이죠..발음도 제대로 안해주는 선생도 있고요..저는 주의에 일본어 하는사람이 많아서 이런저런 조언을 잘 받고있어요..전 학교안다니고 그냥 알바하고 일하면서 일본어 늘려서 무역회사 들어갈려구요..전공살려서!! 암튼....결과적으로는 열심히 해야한다는!!^^
엑..룸메이트인 아씨입니다...자식..어른인척 하기는...파하하..하지만 역시 공감가는 글입니다. 다들 좋은 힌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