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 부대 철군, 레바논 파병 저지 운동에 힘을 모으자
또 부시에게 ‘파병연장’이라는 선물을?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1월 18일 베트남에서 열린 아펙 정상회의 기간 중 가진 조지 부시와의 정상회담에서 또 이라크 파병연장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이번에는 레바논 파병까지 덤으로 안겨주었다. 노무현 정부의 계획은 자이툰 부대 숫자를 지금의 2,300명에서 1,000명 정도 더 줄여 파병을 연장하고 레바논에 1개 대대급 400명 정도의 보병을 파병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이미 지난 2003년에도 아펙 정상회의에서 자이툰 부대 파병을 부시에게 바친 바 있다. 노무현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이라크 파병 문제를 맞교환했다는 것이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명백히 드러났거니와, 그 간의 정세를 보아도 미국은 파병의 대가로 북에 대한 악의적 무시 정책을 수정하지는 않았다. 맞교환은 노무현 정부의 희망사항이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가 또 다시 파병연장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며 오로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과 점령에 동참하면서 끝까지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절대로 인정할 수도 없고 용납할 수도 없다.
실패한 전쟁, 미국에서도 철군 여론이 대세
미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이라크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된 중간선거 패배는 압도적인 반전여론을 다시금 확인시켰을 뿐 아니라 즉각적이고 완전한 철군만이 해답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전쟁의 설계자라고 할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이 경질되는 등 네오콘의 입지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철군 계획을 바로 내올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이 단계적 철군을 주장하고 있다고는 확실한 계획은 없으며 민주당 역시 미국의 이익을 중심에 놓고 있다. AP통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민 57%는 민주당이 이라크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했다. 또한 초당파적이라는 이라크 연구그룹(Iraq Study Group)이 12월에 내놓을 보고서에도 즉각적인 철군계획은 들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오히려 영국의 <가디언>보도에 따르면 부시는 최대 2만 명의 미군을 더 투입하여 ‘최후의 대공세’를 주장했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존 아비자이드 미 중부군 사령관 역시 11월 15일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미군 철수는 불가하고 단기적으로 병력 증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미국 반전운동이 더욱 철군 여론을 고양하여 부시 행정부와 민주당이 즉각적인 철군을 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동맹국들의 철군도 매우 중요하다. 자이툰 부대를 철수하게 만들면 부시 행정부에도 타격을 줄 것이다.
전쟁과 점령이 황폐화시킨 이라크의 고통
이러한 와중에 이라크의 민중들은 전쟁과 점령의 크나큰 상처로 고통받고 있다. 2004년 영국의 의학잡지 <랜싯>이 추정한 민간인 사망자 숫자는 10만 명이었는데, 올해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의 조사 결과는 65만에 이른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이라크 민중이 더 죽어야 한단 말인가? 사회 기간시설의 파괴, 교육․의료․전기․교통 등 공공서비스의 붕괴로 인한 열악한 생활, 60%가 넘는 실업률, 만연한 폭력과 갈등 등 인간 생존의 기본적인 조건이 상실되는 상황이다. 미군의 점령 정책이 초래한 종파, 종족 간 갈등은 이라크를 내전과도 같은 상황으로 밀어 넣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이라크의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이라크의 분노는 점령군으로 향하고 이라크 국민 대다수는 모든 외국군대의 철수를 바라고 있다. 미 메릴랜드대학 부설 국제정책평가프로그램(PIPA)이 2006년 9월 1~4일 이라크 전국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철수 시점을 묻는 질문에 이라크 주민 71%가 ‘1년 안에 철군해야 한다’고 답했다.
제2의 이라크 파병이 될 레바논 파병
정부는 레바논 유엔임시군 참여를 밝힌 국가들이 이미 상당수 파병했고, UN 사무총장까지 배출했으니 역할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논리를 대고 있다. 여러 나라가 레바논에 파병했다는 논리는 이라크 파병 당시에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도 40여 국가가 이라크 전쟁에 파병했는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3년이 지난 지금 미국과 영국, 한국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나라들이 철수하지 않았는가?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것도 군대를 더 많이 파병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런 논리라면 모든 분쟁지역에 파병해야 한다는 것인가? 레바논 파병은 레바논의 평화에 기여하기보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패권적인 대중동정책을 정당화하는데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새로운 중동’ 정책을 표방하면서 헤즈볼라와 하마스 같은 저항세력을 제거하여 이란과 시리아 같은 반미국가를 압박하고 봉쇄하여 이스라엘이 중심이 되는 친미 중동을 만들려 하고 있다. 지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도 이러한 미국의 구상 하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파병의 근거가 되는 UN 결의안 1701호는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에만 유리하게 되어 있다. 유엔군은 헤즈볼라를 압박하는 역할을 하게 되고 이는 또 다른 갈등을 초래할 것이다. 최근의 레바논 정세 역시 엄중하기 짝이 없다. 최근 이스라엘은 정전 이후에도 계속 레바논 영공을 침범하는 등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고 공공연하게 헤즈볼라와의 '2차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미 백악관 역시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이란과 헤즈볼라를 '전 세계 테러의 중심'이라고 재차 위협하고 나섰다. 이 같은 적대적이고 편파적인 조건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군의 파병은 일방적 패권정책과 전쟁정책에 걸림돌이 되면 무조건 제거의 대상으로 간주하여 무력사용도 불사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돕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더욱이 아무런 국민적 논의나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자이툰 부대 철군! 레바논 파병 저지!
최근 CBS 여론조사는 자이툰 철군에 대한 여론을 잘 보여준다. 전체 응답자의 60.8%가 자이툰 부대 철수에 찬성했다. 3명중 2명이 철군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라크 파병국 가운데 이미 수많은 나라들이 철수했고 올해에는 일본마저 육상자위대를 전원 철수시켰다. 미 국방부 보고서에 의하면 자이툰 부대가 주둔해 있는 아르빌 지역은 ‘치안 이양 가능지역’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자이툰 부대는 미군의 점령을 돕는 역할일 뿐 평화와 재건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파병예산의 1/10만이 재건에 쓰여지며 그 가운데 또 절반은 치안유지비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이툰 부대 파병을 더 연장을 어떠한 이유도 없다. 세계사의 흐름은 부당한 전쟁의 실패를 사죄하고 철군하라는 것이다. 군대로 평화를 얻을 수는 없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자이툰 부대 즉각 철수, 레바논 파병 저지 운동에 힘을 모으자. 전쟁동맹을 해체하고 평화의 조건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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