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澗松先生文集卷之二 / 詩○七言絶句
간송집 제2권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우리나라의 현자 16인을 노래하다〔東賢十六詠〕
東賢十六詠
1. 圃隱鄭夢周 2. 一蠹鄭汝昌
3. 寒暄金宏弼 4. 秋江南孝溫
5. 靜庵趙光祖 6. 花潭徐敬德
7. 晦齋李彥迪 8. 聽松成守琛
9. 大谷 成運 10. 退溪 李滉
11. 南冥 曺植 12. 月川 趙穆
13. 高峯奇大升 14. 西厓柳成龍
15. 寒岡 鄭逑 16. 旅軒張顯光
東國儒宗社稷臣。동국유종사직신
劬勞事大又交隣。구로사대우교린
難將隻手扶傾廈。난장척수부경하
蹈刃空成一箇仁。도인공성일개인
右圃隱○姓鄭。諱夢周。字達可。丁丑生。麗末人。
우리나라 선비 중 으뜸이자 나라를 지킨 신하 / 東國儒宗社稷臣
큰 나라 섬기고 이웃 나라 사귀느라 수고가 많으셨네 / 劬勞事大又交隣
무너지는 큰 집을 혼자서는 버티기가 어려워 / 難將隻手扶傾廈
칼날을 밟고 부질없이 자신의 인만 이루었네 / 蹈刃空成一箇仁
이상은 포은(圃隱)을 노래한 시이다.
포은의 성은 정(鄭), 휘는 몽주(夢周), 자는 달가(達可)이다.
정축년(1337, 고려 인종15)에 태어났으며 고려 말 사람이다.
閔子琴聲切切哀。
先生悃愊此中來。
絃歌舊縣留餘化。
一脈淳風庶可廻。
右一蠹○姓鄭。諱汝昌。字伯勖。庚午生。成廟朝人。
민자의 거문고 소리 애절한데 / 閔子琴聲切切哀
선생의 지극한 정성도 여기서 나왔다네 / 先生悃愊此中來
옛 고을 거문고 소리가 넉넉한 덕화를 남겼으니 / 絃歌舊縣留餘化
한 줄기 순박한 풍속 아마도 돌아오겠지 / 一脈淳風庶可廻
이상은 일두(一蠹)를 노래한 시이다.
일두의 성은 정(鄭), 휘는 여창(汝昌), 자는 백욱(伯勖)이다.
경오년(1450, 세종32)에 태어났으며, 성종 때 사람이다.
魯齋之後豈無人。
小學編中覺道眞。
尺步繩趨非假僞。
身心體驗德彌新。
右寒暄○姓金。諱宏弼。字大猷。甲戌生。成廟朝人。
노재 후에 어찌 사람이 없었겠나 / 魯齋之後豈無人
《소학》에서 참된 도를 깨쳤다네 / 小學編中覺道眞
걸음 하나도 법도를 따른 건 거짓이나 위선이 아니었거니 / 尺步繩趨非假僞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니 덕이 더욱 새롭네 / 身心體驗德彌新
이상은 한훤당(寒暄堂)을 노래한 시이다.
한훤당의 성은 김(金), 휘는 굉필(宏弼), 자는 대유(大猷)이다.
갑술년(1454, 단종2)에 태어났으며, 성종 때 사람이다.
[주-D001] 노재(魯齋) : 허형(許衡, 1209~1281)으로,
자는 중평(仲平), 호는 노재,
시호는 문정(文正)이며, 하내(河內) 사람이다.
송말(宋末), 원초(元初)의 경학가이다.
그는 특히 《소학》을 신봉하여 “나는 소학을 신명(神明)처럼 신봉하고
부모처럼 공경한다.”라고 하였다.
과거에 뜻을 두지 않고 학문에 전념하여 여러 차례 불러 벼슬을 내렸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저술로 《독역사언(讀易私言)》ㆍ
《노재심법(魯齋心法)》ㆍ《허노재집》 등이 있다
表著貞臣不沒名。
封疏叫闔樹風聲。
秋江氣節秋江似。
道義綱常賴以明。
右秋江○姓南。諱孝溫。字伯恭。甲戌生。
成廟朝人。公嘗撰師友錄,六臣傳。故曰道義綱常賴以明。
세상이 아는 올곧은 신하 그 이름 사라지지 않거니 / 表著貞臣不沒名
봉소를 올려 대궐에 호소하여 풍모와 명성을 세웠네 / 封疏叫闔樹風聲
추강의 기개와 절조 가을 강과 비슷하니 / 秋江氣節秋江似
도의와 강상이 그에 의지해 밝아졌네 / 道義綱常賴以明
이상은 추강(秋江)을 노래한 시이다.
추강의 성은 남(南), 휘는 효온(孝溫), 자는 백공(伯恭)이다.
갑술년(1454, 단종2)에 태어났으며 성종 때 사람이다
. 공은 일찍이 《사우명행록(師友名行錄)》과
《육신전(六臣傳)》을 지었기 때문에
‘도의와 강상이 그에 의지해 밝아졌네.’라고 하였다.
玉色金聲聳視聽。
儒風德望冠朝廷。
如天少緩生陰翳。
糠粃猶堪做太平。
右靜庵○姓趙。諱光祖。字孝直。壬寅生。中廟朝人。
옥 같은 얼굴 쇠북 같은 목소리는 보고 듣는 이가 우러렀고
/ 玉色金聲聳視聽
선비의 풍모와 덕망은 조정의 으뜸이었네 / 儒風德望冠朝廷
만약 하늘이 조금만 수명을 더 주었더라면 / 如天少緩生陰翳
강비로도 태평성대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을 / 糠粃猶堪做太平
이상은 정암(靜菴)을 노래한 시이다.
정암의 성은 조(趙), 휘는 광조(光祖), 자는 효직(孝直)이다.
임인년(1482, 성종13)에 태어났으며, 중종 때 사람이다.
[주] 강비(糠粃) : 강비는 쭉정이와 겨를 말하는데,
옛날 막고야산(藐姑射山)의 신인(神人)은 도가 워낙 높아서
쭉정이와 겨를 가지고도 요순(堯舜)같은 이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莊子 逍遙遊》
灑落虛明雪月襟。
昭然萬象目中森。
花潭學術君休議。
擺脫人間利欲心。
右花潭○姓徐。諱敬德。字可久。己酉生。中廟朝人。
맑고 깨끗하며 텅 비고 밝아 눈 같고 달 같은 그 마음 / 灑落虛明雪月襟
환한 삼라만상이 그 눈에 훤히 비쳤네 / 昭然萬象目中森
화담의 학문과 재주를 그대는 논하지 말라 / 花潭學術君休議
이욕을 다투는 인간의 마음을 벗어버렸으니 / 擺脫人間利欲心
이상은 화담(花潭)을 노래한 시이다.
화담의 성은 서(徐), 휘는 경덕(敬德), 자는 가구(可久)이다.
기유년에 태어났으며 중종 때 사람이다.
紫玉山中臥白雲。
圖書萬軸講劘勤。
許多繼往開來業。
根柢元朝自警文。
右晦齋○姓李。諱彥迪。字復古。辛亥生。中廟朝人。
자옥산 속 흰 구름 속에 누워 / 紫玉山中臥白雲
도서 만 권을 읽고 부지런히 연마했네 / 圖書萬軸講劘勤
선현과 후학을 이어주던 그 많은 일들은 / 許多繼往開來業
〈원조오잠(元朝五箴)〉에 뿌리를 둔 것이라네 / 根柢元朝自警文
이상은 회재(晦齋)를 노래한 시이다.
회재의 성은 이(李), 휘는 언적(彦迪), 자는 복고(復古)이다.
신해년에 태어났으며, 중종 때 사람이다.
[주-D003] 자옥산(紫玉山) : 이언적이 은거하였던 경주의 자옥산을 말한다.
[주-D004] 원조오잠(元朝五箴) : 이언적이 지은 글로,
외천잠(畏天箴)ㆍ양심잠(養心箴)ㆍ경신잠(敬身箴)ㆍ개과잠(改過箴)
ㆍ독지잠(篤志箴) 등으로 되어 있는데, 《회재집》 권6에 실려 있다.
松籟聲中晝掩門。
紅塵不到碩人軒。
誰知名利關能透。
爲是家傳百行原。
右聽松○姓成。諱守琛。字仲玉。癸丑生。中廟朝人。
소나무 숲에 바람 이는 소리 들으며 낮에도 문을 닫으니 / 松籟聲中晝掩門
속세의 먼지가 현자의 거처에는 이르지 못하네 / 紅塵不到碩人軒
누가 알았으랴 명리의 관문을 뚫을 수 있는 것은 / 誰知名利關能透
집안 대대로 전해오는 백행의 근본이라는 것을 / 爲是家傳百行原
이상은 청송(聽松)을 노래한 시이다.
청송의 성은 성(成), 휘는 수침(守琛), 자는 중옥(仲玉)이다.
계축년에 태어났으며, 중종 때 사람이다.
遯世寧爲好爵縻。
煙霞空老廟堂姿。
退陶翁亦欽淸隱。
歎惜時人不甚知。
右大谷○姓成。諱運。字健叔。丁巳生。明廟朝人。
退溪先生與黃俊良書曰。成健叔淸隱之致。
令人起敬。惜乎時人不甚知其高耳。然知不知何關於隱者事。
세상을 피하는 것이 어찌 벼슬하는 일보다 좋으랴만 / 遯世寧爲好爵縻
묘당의 자질이 산수간에서 부질없이 늙어갔다네 / 煙霞空老廟堂姿
퇴계 선생도 깨끗하게 은거한 것 흠모하면서 / 退陶翁亦欽淸隱
당시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 못한 점을 한탄하며 아쉬워했다네
/ 歎惜時人不甚知
이상은 대곡(大谷)을 노래한 시이다.
대곡의 성은 성(成), 휘는 운(運), 자는 건숙(健叔)이다.
정사년에 태어났으며, 명종 때 사람이다.
퇴계 선생이 황준량(黃俊良)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성건숙이 깨끗하게 은거한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공경심이 일어나게 만든다. 아쉽다.
요즘 사람들이 그의 고상한 인품을 제대로 알지 못할 뿐이로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남들이 알아주거나 말거나 그것이 은자에게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酷悅朱書便奪胎。
潛心理窟不曾回。
巖棲翫樂餘香在。
晩隱淸風百世嵬。
右退溪○姓李。諱滉。字景浩。辛酉生。明廟朝人。
주자의 글을 너무 좋아해 환골탈태하였고 / 酷悅朱書便奪胎
의리의 깊은 경지에 잠심하여 돌이킨 적이 없네 / 潛心理窟不曾回
암서헌완락재에 남은 향기가 서렸으니 / 巖棲翫樂餘香在
만은의 맑은 풍도 백세에 우뚝 섰네 / 晩隱淸風百世嵬
이상은 퇴계(退溪)를 노래한 시이다.
퇴계의 성은 이(李), 휘는 황(滉), 자는 경호(景浩)이다.
신유년에 태어났으며, 명종 때 사람이다.
[주-D005] 암서헌(巖棲軒) : 도산서당의 부속건물이다.
[주-D006] 완락재(翫樂齋) : 도산서당의 부속건물이다.
[주-D007] 만은(晩隱) : 이황의 묘소 비석에는
‘퇴도만은진성이공지묘(退陶晩隱眞城李公之墓)’라고 적혀 있다.
泰山秋氣壓頹瀾。
敬義工程妙透關。
道不遇時寧小用。
懷藏國器軸薖間。
右南冥○姓曺。諱植。字楗仲。辛酉生。明廟朝人。
태산의 가을 기운은 무너지는 물결을 누르고 / 泰山秋氣壓頹瀾
경의 공부는 묘하게 관문을 뚫었네 / 敬義工程妙透關
도가 때를 못 만났으니 어찌 작은 일에 쓰이랴 / 道不遇時寧小用
나라 다스릴 국량을 감추고 숨어서 도를 즐겼네 / 懷藏國器軸薖間
이상은 남명(南冥)을 노래한 시이다.
남명의 성은 조(曺), 휘는 식(植), 자는 건중(楗仲)이다.
신유년에 태어났으며, 명종 때 사람이다.
[주-D008] 숨어서 도를 즐겼네 : 축(軸)은 한가로이 서성이는 것을 말하고,
과(薖)는 마음이 관대한 것으로, 은거해 숨어 살면서 덕을 이루고
도를 즐긴다는 뜻이다. 《시경》 〈고반(考槃)〉에서 “고반이 언덕에 있으니,
석인의 마음이 넉넉하도다.〔考槃在阿, 碩人之薖.〕”라고 하였으며,
또 “고반이 높은 언덕에 있으니 석인이 한가로이 서성이도다.
〔考槃在陸, 碩人之軸.〕”라고 하였다.
尊信陶翁事講論。
如西山在晦庵門。
月川舊業今寥落。
誰把塵篇究緖言。
右月川○姓趙。諱穆。字士敬。甲申生。宣廟朝人。
퇴계를 존신하며 강론을 일삼았으니 / 尊信陶翁事講論
회암 문하에 서산이 있는 것과 같았네 / 如西山在晦庵門
월천의 옛집이 이제는 쓸쓸해졌으니 / 月川舊業今寥落
누가 먼지 앉은 책 잡고 그 훌륭한 말씀 탐구할까 / 誰把塵篇究緖言
이상은 월천(月川)을 노래한 시이다.
월천의 성은 조(趙), 휘는 목(穆), 자는 사경(士敬)이다.
갑신년에 태어났으며, 선조 때 사람이다
[주-D009] 서산(西山) : 남송의 성리학자 진덕수(眞德秀, 1178~1235)로,
자는 경원(景元)ㆍ희원(希元), 호는 서산(西山)이다.
저서에 《대학연의(大學衍義)》, 《문장정종(文章正宗)》,
《진문충공집(眞文忠公集)》 등이 있다.
剖析微言互異同。
降幡不豎隴雲東。
能令至論終歸一。
麗澤相資大有功。
右高峯○姓奇。諱大升。字明彥。丁亥生。宣廟朝人。
公嘗與退溪先生論格物說。各有異同而高峯不屈。
至於末年。退溪覺悟。以長書謝過於高峯。其說甚長。今不能載錄。
미묘한 이치를 분석한 것은 서로 달랐지만 / 剖析微言互異同
항복의 깃발 농운정사 동쪽에 세우지 않았네 / 降幡不豎隴雲東
지론을 한 곳에 귀결되게 할 수 있어서 / 能令至論終歸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데 큰 공이 있었네 / 麗澤相資大有功
이상은 고봉(高峯)을 노래한 시이다.
고봉의 성은 기(奇), 휘는 대승(大升), 자는 명언(明彦)이다.
정해년에 태어났으며, 선조 때 사람이다.
공은 일찍이 퇴계 선생과 격물설에 대해 토론하였는데,
각자 다른 점이 있었지만 고봉은 굽히지 않았다.
말년에 이르러 퇴계가 깨닫고 장문의 편지를 써서 고봉에게 사과하였다.
그 글이 너무 길어서 지금은 실을 수가 없다.
[주-D010] 농운정사(隴雲精舍) : 도산서당 서쪽에 있는 8칸짜리 건물인데,
이황이 생존해 있을 때 제자들과 강학하던 곳이다.
就正溪門自妙年。
經綸大業片心傳。
終能輔佐中興主。
麟閣勳名白日懸。
右西厓姓柳。諱成龍。字而見。壬寅生。宣廟朝人。
어려서부터 퇴계 문하에 나아가 가르침을 받아 / 就正溪門自妙年
천하 경륜하는 큰 일 한 조각 마음으로 전했네 / 經綸大業片心傳
끝내 중흥주를 보좌할 수 있어서 / 終能輔佐中興主
기린각에 훈신 이름이 밝은 태양처럼 걸렸네 / 麟閣勳名白日懸
이상은 서애(西厓)를 노래한 시이다.
서애의 성은 유(柳), 휘는 성룡(成龍), 자는 이견(而見)이다.
임인년에 태어났으며, 선조 때 사람이다.
心經註解明心學。
禮說編章整禮坊。
況有扶倫疏箚在。
高名日月與爭光。
右寒岡○姓鄭。諱逑。字道可。癸卯生。宣廟朝人。
심경주해로 심학을 밝혔고 / 心經註解明心學
예설을 장으로 엮어 예방을 정비했네 / 禮說編章整禮坊
더구나 윤리를 부지했던 소차가 남았으니 / 況有扶倫疏箚在
높은 명성은 일월과 그 빛을 다투네 / 高名日月與爭光
이상은 한강(寒岡)을 노래한 시이다.
한강의 성은 정(鄭), 휘는 구(逑), 자는 도가(道可)이다.
계묘년에 태어났으며, 선조 때 사람이다.
[주-D011] 예설(禮說) :
1573년(선조6) 31세 때 《가례집람보주(家禮集覽補註)》를
편찬하였다.
天成德器自凝純。
一笑開來片片仁。
性理圖書爲事業。
神遊三十六宮春。
右旅軒○姓張。諱顯光。字德晦。甲寅生。宣廟朝人
타고난 품성이 원래 순수했고 / 天成德器自凝純
한 번 웃으며 후학을 가르치니 모든 것이 인이었네 / 一笑開來片片仁
성리서 읽는 것을 일로 삼았으니 / 性理圖書爲事業
정신이 36궁의 봄을 노니네 / 神遊三十六宮春
이상은 여헌(旅軒)을 노래한 시이다.
여헌의 성은 장(張), 휘는 현광(顯光), 자는 덕회(德晦)이다.
갑인년에 태어났으며, 선조 때 사람이다.
[주-D012] 36궁(宮) : 중국 고대 역법(曆法)에 30도(度)가 한 궁(宮)이므로,
한 주천(周天)이 11궁, 봄ㆍ여름ㆍ가을 세 철을 양(陽)으로 잡으면 합하여 36궁이다.
겨울만이 음(陰)인데 동지(冬至)에 양(陽)이 처음 발생하므로
동지로부터 36궁의 봄이 벌써 시작된다고 한다.
ⓒ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원 남명학연구소
김익재 양기석 구경아 정현섭 (공역)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