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 65~66 푸른개 장발
너 같은 애는 처음이야
"함부로 나다니지 마라."
장발은 대답대신 눈을 끔뻑었다.요즘 들어 목청씨의 잔소리가 부쩍 늘었는데 그게 영 마뜩잖은 것이다. 나들이를 멀리까지 가고 싶고,어떤 날은 교회 종소리를 따라가 보고 싶은데 목청씨는 장발을 가둬 두려고만 했다. 밖에서 대문을 잠그는가 하면 어미에게 그랬던 것처럼 쇠 목줄을 채우려고도 했다. 그러나 장발은 목줄을 채우도록 가만있지 않았다. 목청씨도 강요하지는 않았다. 저번에 개를 몽땅 도둑맞은 건 큰 개를 꼼짝 못하게 묶어 두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하필 검둥이가 씨 어미로 남지 않았을 거라고 말이다.
"중요한 때야. 몸조심하란 말이다."
목청씨가 대문을 나서기 전에 못을 박듯 또 말했다. 그리고 대문을 잠갔다. 장발은 대문 앞까지 가서 목청씨가 떠나는 소리를 들었다. 차르르르. 자전거 체인이 돌아가면서 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장발은 이상하게 쓸쓸하고 머릿속이 텅 비는 것만 같았다.
"어이, 풋내기. 밖에 나가고 싶지?"
담장 위에서 늙은 고양이가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로 물었다. 머리가 어떻게 된 건지 늙은 고양이는 요즘 헛소리를 자주 했다. 어제는 담장에서 미끄러져 떨어지기까지 했다.
"늙으면 걱정이 많은 법이야. 그래도 젊은 애들을 막을 수야 없지 안 그러니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지."
"헛소리!"
장발은 어미 흉내를 냈다. 혼자 남았다고 업신여길까 봐 큰소리친 것이다. 어미와 형제들이 돌아올 때까지 지켜야 될 책임이 저한테 있다고 장발은 생각했다. 그러자면 더 이상 어린애처럼 굴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뭐든지 아는 척하는 늙은 고양이가 여간 얄미운 게 아니었다. 겨울이 무슨 짓을 저질렀다는 둥 아리송한 말보다 "개 도둑이 올 거야. 조심해." 하고 귀띔해 주었다면 믿을 만한 이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허구한 날 다니는 담장에서도 떨어지는 걸 봐서는 허풍쟁이 고양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첫댓글 우리 택훈이 잘 한다. 인문고전 읽는 것 늘려요. 너는 좀 늘려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