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채비>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어느 어머니의 지극한 모성애와 그런 어머니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는 아들의 슬픔을 그린 작품이다. 줄거리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채비>는 그리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은 아니다. 특히 전반부에서 계속 반복하는 상황들- 사고를 치는 아들 때문에 마음 졸이는 어머니, 아들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어머니, 어머니의 진심을 모른 채 이기적인 행동을 보이는 아들-은 순간의 감동을 위해 캐릭터를 도구적으로 이용한다는 인상까지 주며 관객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의 몇몇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감독은 후반부로 접어들며 전반부의 자극적인 에피소드를 가능한 한 배제한 채 사랑하는 사람과의 갑작스러운 작별을 받아들이려는 이들의 슬픈 노력을 조심스러운 시선으로 포착한다. 여기에 고두심, 김성균 배우의 절제된 연기까지 더해 보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유의미한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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