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그땐 남자친구였지만) 현재의 남편과 추석연휴를 맞아 함께 다녀왔던 제주도 여행에 대한 일화이다.
그 당시 모기업 인사팀에 근무했던 나는 연수원에서 사내교육을 담당하고 있던터라 한 달씩 교육일정을 몇달 전부터 짜서 운영했기에 평일에 연차를 내어 여행을 가기란 매우 어려웠었다. 남편도 실내건축일을 하고 있어 프로젝트로 일이 진행되어 주말 없이 일하고 프로젝트가 완료가 되어야 휴일이 생기는 여행 한번 편히 가보기가 생각보다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추석연휴를 얼마 앞두고 운좋게 둘 다 추석에 일을 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황급히 여행을 계획했다. 이왕 멀리(?) 가자며 제주도행을 선택했고 비행기표부터 정신없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원하는 날짜에 제주도로 떠날 수 있는 비행기표를 비싸게 구할 수 있었으나 돌아오고자 하는 날엔 전좌석이 매진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여행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게 정말 얼마만의 기회인가....남편과 나는 이미 온 마음과 정신이 이미 제주도여행에 푹 빠져있었고 일단 제주도로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서둘러 김포에서 제주도행 비행기표부터 예매를 완료하고 3박 4일간의 제주도여행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돌아올 수 있겠지라는 어마 무시한 생각을 한채로........
드디어 제주도로 출발, 9월의 제주의 모습이란 정말 천국이었다. 자동차렌트를 시작으로 천지연, 쇠소깍, 섭지코지, 용두암, 오설록, 다희연 동굴카페, 제주 소인국 테마파크의 다양한 볼거리와 각종 해산물이 가득했던 엄청난 맛의 음식들과 한라산 소주가 술술 들어갔던 늘봄가든의 흑돼지구이까지....정말 3일이 이렇게 빠를 수 있구나를 경험하며 계획대로 순탄하게 행복한 제주에서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역시나 출근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고 출근을 하기 위해서는 김포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김포행 비행기표는 아예 불가능했으나... 그때 문득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쳤다. "아! 배가 있었어!!!!" 3일째 아침부터 부랴 부랴 제주항에서 어떻게 해서든 광명으로 복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드디어 제주에서 목포로 가는 배편을 예매할 수 있었다. 운좋게 목포에서 광명행 ktx를 예매했고 마지막 4일차에 편안히 집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정말 이게 가능할까?했던 여행이었는데 원했던 여행 스케줄을 다 마치며 행복한 추억을 한가득 만들어 주었다.
지금 그때의 제주도 여행을 돌이켜 보면, 무계획이 계획이 되어준 정말 직관여행이었다.
(제주도 여행만 생각했지) 목포에 도착해 ktx를 기다리며 반나절 동안 목포에 머물며 돌아봤던 순간들도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그 기다림의 시간을 만약 우울하게 기차역사 안에서만 대기했다면 정말 힘든 여행의 결말을 맞았을텐데...우리 둘은 정말 체력 하나는 끝내줘서 냉큼 배낭을 맨 그대로 유달산 꼭대기까지 올라 목포의 전경을 내려다 보았고 등산길을 내려오며 목포 개항의 역사를 담은 목포근대역사관도 둘러보고 개항기 느낌 그대로의 카페에 들러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시며 이번 여행을 정리하기도 했다. 광명행 ktx를 기다리며 목포에서 유명한 간장게장식당집을 소개받아 맛있는 저녁도 먹고 제주도 여행이었지만 부모님께 드릴 목포의 무화과를 한가득 사서 기차를 탈 준비를 했다. 역시나....광명행 ktx도 입석이라 앉아서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이마저도 어디냐며 제주도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음에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했다.
시간이 흘러, 결혼 8년차 부부로 열심히 싸우고 잘 살고 있다.
회사에서 회식하면 가끔 맛있는 음식 자기 혼자만 먹어서 미안하다고 자기 용돈으로 사오기도 하는 고마운 남(의)편이지만,
역시나 결혼은 연애랑 다른 이상이 아닌 현실이기에 우리 둘의 문제, 주변 가족들의 문제, 자녀들의 문제까지 정말 살아보니 살면서 생각하지 못한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계속 생겼다. 그때마다 연애시절 제주도 여행을 생각하며, 가끔 싸우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때 그때 둘이 머리를 맞대고 우리만의 직관의 방식으로 슬기로운 결혼생활을 하는 것 같다. 인생을 정의하기엔 아직 젊지만, 그래도 인생은 정말 직관의 연속임에 틀림없다.
아, 드디어...종강이다! 제주도로 떠나고 싶다.
소속: 인하대 교육대학원
학과: 미술교육
이름: 한수정
첫댓글 와우~~돌아올 비행기표가 없는 것을 알고도 강행한 제주 여행~멋집니다. 돌아 올 비행기 표가 없다더라도 우리가 한 번 꽂힌 여행에 대한 설레는 감정은 우리를 다소 무모해지는 모험가로 변신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추석 즈음의 가을 가을한 제주는 정말 쉽게 포기가 안 될 것 같습니다. ^^ 그리고, 어떻게든 되겠지..우리 사는 모습이 정말 그렇잖아요..정말 어떻게든 되어지고, 잘~~살아지니요..살면서 오래도록 추억될 모험 만점의 제주 여행인 것 같아요~~
와 저라면 진짜 너무나도 당황하고 대처하기 어려운 순간이었을 것 같은데 멋지게 잘 대처하셨네요. 여행은 정말 알 수 없는 상황들의 연속인 것 같아요. 물론 그런 상황과 당황, 새로움에 끌리기 때문에 계속 떠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저도 얼른 종강하면 제주도로 떠나고 싶네요. 저도 훗날 벌어질 수 있는 이런 일들에 대처할 방안을 하나 배워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