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쉽게 들러서 이웃들과 편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우리 마을의 커뮤니티 공간. 때로는 회의 장소로, 때로는 마을학교의 강의실로… 다양한 마을 활동의 무대가 되는 커뮤니티 공간의 특성과 유형을 알아보자. |
주민모임이 성장하면 안정적인 공간에 대한 욕구가 커집니다. 주민들 사이에 ‘관계’로 존재하는 모임이 커뮤니티 공간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확보하면서 지역적 실체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커뮤니티 공간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요? 일반적인 영업공간에 비해 커뮤니티 공간은 공동체의 가치와 안정적인 운영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만족시켜야 하기에, 공간 마련하는데도 더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흔히 커뮤니티 공간을 두고 ‘주민 생활에 필요한 공익시설이나 커뮤니티활동을 증진하는 목적을 가진 대다수의 시설’이라는 포괄적인 정의로 설명합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유치원, 주민운동시설, 및 경로당 등 주로 관에서 관리하는 시설 혹은 공동체적인 의식에 기반 하지 않는 대다수의 근린생활시설도 포함됩니다.1) 그러나 이런 정의는 실제 마을 공동체 내의 장소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이하 센터)에서는 실제 마을 안에서 커뮤니티 공간을 운영하는 이들을 만나 커뮤니티 공간이란 무엇인가 정의부터 다시 내리고, 이런 공간들은 어떤 유형이 존재하며, 또한 어떻게 운영되는지 사례집을 발간할 예정입니다. 발간에 앞서 주요 내용만 웹진에 ‘맛보기’로 소개합니다!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
커뮤니티는 특정지역을 단위로 지역적 정체성과 사회적 연대의식을 가진 주민들과 다양한 사회세력들이 결합해서 전체 사회의 권익을 고려하며 지역사회의 권익을 만들어 가는 개방적이면서도 공익적인 지역사회를 말합니다.2) 해외에는 민이나 관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 센터라는 시설이 중심이 되어 대도시의 공동체 의식을 복원하며 그 질서와 효율을 회복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1차 세계대전 전, 미국에서 발생하여 전 세계 여러 나라에 확산돼 있는 커뮤니티 센터는 고도로 분화된 도시인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형태로 계획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3)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 주민을 위해 운영하는 문화 복지 편익 시설을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2007년 ‘행정자치부 동사무소명칭변경추진지침’[행정자치부 지방조직발전팀-2445호]에 따라 동사무소에서 주민자치센터로 명칭이 변경4)된 바 있지만 이를 커뮤니티 센터라 부르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습니다. 주민자치센터는 주민 행정 업무가 주를 이루며 그 외에 운영하고 있는 문화활동 프로그램도 주민의 자치와 지역 공동체 역량 강화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여기서 주민은 활동의 주체라기보다는 단순 참여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달리,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의 모임과 커뮤니티 활동을 하다 보면, 스스로 거점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공간이 가지는 가장 강력한 속성은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점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리페브르는 《공간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사회적 생산물이자 상호작용 혹은 반작용에 의해 공간은 생산 자체에 개입한다”고 말합니다. 그에 따르면 공간은 생산물이자 생산지이고, 경제적 관계, 사회적 관계의 토대입니다. ‘삶을 바꾸다’, ‘사회를 바꾸다’는 말은 적합한 공간의 생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의미해집니다. 새로운 사회관계에는 새로운 공간이 필요합니다. 주민들이 커뮤니티 공간을 욕망하고 생산하는 것은 주민 스스로 지역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시작했고, 주민 자치를 목말라 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런 커뮤니티 공간은 일반적인 영리 추구 공간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첫째는 주민에 의한 공간, 둘째 협동의 공간, 셋째 소통과 의미 확산의 공간, 마지막으로 주민이 주인공이 되는 공간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주민에 의한 공간이라는 것은 운영주체의 문제입니다. 이 차이점이야말로 커뮤니티 공간이 여타 공간과 다른 근본적인 차이점입니다.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주민복지시설이나 주민자치센터 영리기관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 시설들은 주민을 위한 공간이지만, 주민에 의한 공간은 아닙니다. 즉 주민을 주체로 보지 않고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그리하여 주민은 단순 이용자가 되며, 주민의 필요가 아니라 운영주체의 의지나 목적에 따라 공간이 제공됩니다. 반대로 주민에 의한 공간은 주민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가 가능하고, 지역 공동체와 주민의 필요에 맞게 공간이 구성되며, 주민의 구체적 필요와 요구에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합니다.
두 번째 특성은 협동의 공간입니다. 커뮤니티 공간은 기본적으로 마을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 뜻을 함께하는 주민들이 협력하는 공간입니다. 공간을 만드는 취지에서부터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합니다. 또한 운영방식은 협동조합의 방식으로 운영되거나, 적어도 협동의 원리를 지향합니다.
경쟁과 적자생존의 원리로 개인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카페와 달리, 협동의 공간은 지역 주민들 간의 공생과 협동을 추구하고, 지역의 관계망 속에서 상부상조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높여나가는 방식을 추구하게 됩니다.
세 번째 커뮤니티 공간은 소통과 의미 확산의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서 주민들은 공동체의식, 건강한 먹거리, 상부상조의 건전한 사회적 가치관을 공유하게 됩니다. 나아가 그런 가치관을 커뮤니티 공간을 무대로 하여 실천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공동체 중심 가치관을 지역에 확산하는 역할을 합니다. 공동체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커뮤니티공간은 마을의 공동체를 강화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커뮤니티 공간은 지역의 다양한 단체와 주민과의 관계의 거점이 되어, 단체와 모임을 연결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카페를 봅시다. 일반적인 카페는 수많은 익명의 개인이 모이고 흩어져 그들 사이에 유대가 발생하지 않지만, 커뮤니티 카페는 마을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곳을 방문한 이들 사이에 관계를 형성시킵니다. 이런 관계는 일시적이지 않고, 지역을 거점으로 한 지속성을 띕니다.
네 번째, 커뮤니티 공간은 주민이 주인공인 공간입니다. 주민들의 다양한 활동이나 모임이 자발적으로 발생하도록 독려하는 공간으로, 주민들은 이런 관계 속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자아의 발견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나타납니다. 마을 극장에서 스스로 연극배우가 되고, 마을목공소에서 목수가 되고, 작은 도서관에서 아이들의 독서지도사가 되면서, 스스로 공간의 주인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일찍이 루쏘는 고대 그리스인의 공간 설계와 공동체, 민주주의의 상관관계를 성찰한 바 있습니다. 그는 “단지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공동체를 보장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극장은 사람을 한 장소에 모이게 하지만, 소통 대신 도리어 고립을 낳습니다. 극장이라는 공간은 개인이 동료 시민과 어울리는 대신 무대에 집중하게끔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극장은 참여와 의사소통, 연대를 낳는 열린 광장인 아고라와 정반대되는 곳이지요. 루소는 어떤 공간적 배치는 민주주의 정치를 강화할 수 있지만 반면, 또 어떤 공간적 배치는 거꾸로 사회적 위계를 강화한다고 지적했습니다.5)
판매형, 생산형, 공유 공간형
마을 안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의 유형
구체적으로 현재 마을에서 커뮤니티 공간은 어떤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을까요? 커뮤니티 공간은 공간을 운영하는 개인이나 커뮤니티의 근간이 되는 모임의 성격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그 특성을 나눠보자면 첫째 카페와 같은 판매형 공간, 목공방과 같은, 무언가를 함께 만들고 배우는 생산형 공간, 판매나 생산보다는 모임 자체에 의미를 가지는 공유 공간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커뮤니티 공간의 활동이 계속되다 보면, 여러 개의 유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양천구 목2동에 위치한 숙영원은 복합적 공간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카페형(판매형) 공간이자, 공유형 공간으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숙영원은 공공미술을 하던 청년들이 모여 카페 겸 작업실 공간으로 태동했습니다. 초기에는 4명이 시작해서 현재는 2명이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공공미술과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커뮤니티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 이 지역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지역의 사람들과 친해질 수는 없었지요. 그러나 점차 지역에 녹아들면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한적한 동네라 ‘심심하니 뭐라도 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데만도 1년이 걸렸습니다. 카페 앞에 있는 도예방에 인사만 하고 지낸 것이 9개월 여. 도예작품을 이용해 작게 벼룩시장 겸 축제를 하자고 제안한 것이 마을축제의 시작이었습니다. 오픈마켓, 인형극, 막걸리 판매 등의 행사에 주민들의 참여와 호응은 뜨거웠습니다. 첫 번째 축제 후 뒤풀이 결과 내년에도 축제를 하기로 했고, 이때부터 지역의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는 이들과 지속적 관계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주민들에게 마을공동체를 설명하기 위해 인문학 강의도 개설하고, 다 같이 친목을 나누며 지금껏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모기동(목2동의 애칭)’ 축제의 키워드는 “우리가 즐겁자, 행복하자”입니다. 그렇게 카페에서 지역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화되고 난 후의 변화에 대해 이들은 “이전에는 카페운영과 공공미술 두 가지 일을 하다 보니, 둘 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는데, 이제 이 공간을 아끼고 도와주려는 이들이 많으니, 그들에게 카페를 오픈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카페 운영을 하는 것도 보다 수월해진 느낌”이라고 말합니다.
현재 숙영원은 마을공동체 사업 중 하나인 예술창작소사업을 지원받아 지역 내 공동체 모임들과 함께 지역의 문화예술을 확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마을공동체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장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외에도 목2동의 마을공동체를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서울시에는 이런 커뮤니티 공간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으며, 그 성격과 개성은 천차만별입니다. 서울시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발간하는 사례집은 커뮤니티 공간을 준비하고자 하는 이들의 길라잡이가 되어줄 거라 생각됩니다. 우리가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은 우리를 묶어주고 성장하게 합니다. 마을마다 재미난 커뮤니티 공간들이 더 많이 생겨나길 기대합니다.
<커뮤니티 공간 인터뷰 리스트>
※ 커뮤니티공간사례집은 2014년 1월 초 발행 예정이며,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내 정보자료실 및 본 센터 홈페이지에서 해당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글과 사진_박상현(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교육연구팀)
커뮤니티 공간 및 시설 유형_밀레니엄 커뮤니티센터. 이연숙. 2000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생활권내 커뮤니티센터 구축 및 활성화 방안.건설교통부.2007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커뮤니티센터 [community center] (두산백과)
래디컬 스페이스. 마거릿 콘. 삼천리. 2013
첫댓글 총준위랑 사무국회의...그리고 일상적 수다 속에서...<민우회가 마을과 만나는 방법>에 대한 고민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단순히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만날까...일텐데...먼저는 저기 공간들 탐방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공유합니다. 우리는 어떤 커뮤니티를 상상해 볼 수 있을까요? 두근두근. ^^
자꾸 꿈꾸다보면 언젠가는 될 거예요. 좋은 정보 고맙구요, 같이 갈 분들 모아서 탐방다녀봅시다!
네~^^ 일단 어디든 떠나보지요~^^
회원분들과 고고~~~*^^*
우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네요~^^